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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오브 평양냉면

fotomani 2018. 6. 19. 08:33

'이거이 멀다구 말하믄 안되가꾸나'로 유명해진 옥류관 냉면 그중에서도 

새빨간 쟁반냉면과 새까만 면발은 충격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순수 평양냉면과는 전혀 다른, 심하게 얘기하면 족발집

쟁반막국수 같은 모습은 이제 '원조(정통성) 논쟁은 의미가 없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아일보 사진)


하긴 함흥냉면라는 명칭이 이북에는 원래 없었다는 것이고 실향민들이 아래로 내려와 

농마국수를 비빔국수로 만들어 새롭게 이름 붙인 것이 바로 함흥냉면입니다.

 그래서 원래 있었던 것처럼 평양, 함흥으로 그럴 듯하게 냉면의 양대 산맥이 되었습니다.

함흥냉면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라면 내노라하는 음식점의 평양냉면 맛도 알게 모르게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지요. 

원래 추억이라는 것은 아름답게 치장되어 전설이 되게 마련입니다.



한식대첩에 이북 대표로 나온 윤선희라는 분이 일산에 냉면집을 열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평양냉면의 원류 논쟁은 이미 퇴색됐다곤 하지만 그래도 오랜 동안

'냉면은 평양냉면이 진짜지~' 했던 나에겐 꽤 매력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벽에는 평양냉면. 굴림만두, 어복쟁반 사진과 설명이 걸려 있습니다.




당연히 평양냉면과 말로만 들어온 굴림만두를 시킵니다.

닭으로 국물을 낸 듯 달달하고 심심한 육수와 큰 특징 없이 얼음에 움추린 듯 뻣뻣한 면,

특징이 없다는 것은 면 자체의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가 평양냉면 먹는 방법은 젓가락으로 면+수육+냉면김치를 함께 싸서 입에 넣고

두 손으로 냉면 그릇을 잡아 국물을 후르륵 마시며 씹어 삼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들이키면' 1인분의 사리와 냉면 김치, 수육이 한없이 모자랍니다.

남들은 이제 식초 치고 겨자 치고 섞어 먹을라 준비가 되면 

나는 파리 먹은 개구리처럼 빈 그륵 앞에 놓고 눈만 껌뻑이게 마련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군만두에 삘이 꽂혀 만두소를 만들어 보는데

아무리 이북만두라 치부한다해도 심심합니다. 차라리 김치 만두였으면 더 좋았을 걸.

다진 마늘과 부추를 조금 더 넣었으면 어땠을까? 

'그럼 내레 니북만두가 아니디요?'

순수에서 변형으로, 퓨전으로 가는 과정은 바로 이렇게 우리 입맛에 맞춰 가는 겁니다.



이제 '이 집 평양냉면이 원래의 맛에 가장 가깝다'는 말은 별 의미 없습니다.

내 입맛에 맞느냐가 더 중요하지요. 

육수와 면이 서로 보완해가며 맛의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하는데 

육수는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면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이 극찬하는 봉피양도 내겐 특별히 와 닫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평양냉면 반죽엔 메밀과 전분을 몇 대 몇으로 섞느냐만 중시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메밀과 전분 외에 계피로 추정되는 향신료를 아주 조금 넣는 것 같은데

이게 메밀과 섞이면 기가 막힙니다. 그런 사리를 찾아보지만 그건 전수가 되지 않았는 지

1980년 대 서울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처와 양평에서 본 이래 그런 사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내 입 맛도 그렇게 변하고 평양냉면은 상상 속에서만 전설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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