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용두사미 바람누리길 (창릉천)

fotomani 2018. 6. 26. 11:39



지난 번 인왕시장에서 생선구이를 먹지 못한 데 한이 맺혔습니다.

그래서 먹기로 시작해서 먹기로 끝내는 코스로 잡은

고양누리길 14코스, 바람누리길, 창릉천 코스 입니다.

행주산성 입구에서 이른 아침으로 잔치국수를 하나 먹고 삼송이나 지축까지 걷고 

3호선으로 이동하여 홍제역에서 생선구이로 마무리할 겁니다.



행주산성 원조집으로 가니 손님은 없고 아줌마 혼자 청소 중입니다.

국수 되냐 물으니 '잠깐' 앉아 있으면 된답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지요?'

'쫌 이따' 8시 40분이 돼야 국수가 준비된답니다. 이제 8시인데...

곁의 <행주국수>는 영업합니다. 날씨도 덥고 급땡겨서 콩국수를 시키고 옆 테이블을 보니 

펄펄 뚝배기에서 김이 나는 국수를 집어 올리고 있습니다. 추어국수랍니다.



양을 적게 달랬는데도 양푼에 꽉 차게 나왔습니다.



비린내가 나질 않고 고소합니다. 순결하고도 해맑은 콩국수 국물을 새빨간 김치국물로

범하는 짖궂음이란 혀에 감기는 눅진한 촉감과 함께 느껴지는 야비한 본능입니다.



나와 보니 아침 8시부터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만 영업한다는 옆집은 바이커들로 붐비는데

자전거 타는 분들의 보양국수, 어탕국수집이랍니다. 아까 추어국수랑 비슷한 거지요.

오래 전 후배 아들과 함께 덕유산 가서 아침에 해장으로 어죽탕을 먹는데 아뭇소리 없이

먹고 나더니 트림처럼 한다는 소리가 "이렇게 좋은 걸 지들끼리만 맨날 먹고 다녀?"

물론 나 혼자만 알아 들었습니다.



호박꽃 극장의 벌레 주연의 그림자 연극입니다.



행주산성을 뒤로 하고 창릉천으로 들어섭니다.

창릉천은 구파발쪽 북한산에서 발원하여 한강으로 흘러드는 한강 지류입니다.

서오릉에 창릉(예종)이 들어서면서 부터 창릉천으로 불리웠다 하고 

주변은 퇴적평야와 습지로 철새도래지로 유명했다 합니다. 



봄에는 벚꽃으로 무척 아름다운 길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따먹지 않은 버찌가 주렁주렁.



그런데 오늘 이상합니다. 걸으면서 졸음으로 눈이 자꾸 감깁니다.



얕은 고개에는 주막을 연상시키는 작은 가게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주막이 있을 자리 맞습니다.  한양대 앞 중랑천 살곶이 다리를 연상시키는

강매동 석교입니다. 고양군과 수색동을 이어주는 다리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해장국이나 잡고기 구이집 들이 있어야 할 텐데요.




화도교 부근 새로 만드는 교각




뚝방과 둘레길을 연결해주는 계단




퇴적평야라는 말을 뒷받침하듯 천폭이 크거나 수심이 깊지 않으나 

수초와 습지가 넓게 퍼져있습니다.



햇살이 내리 꽂히는 퇴약볕, 아, 정말 덥습니다. 그늘 한 점 없고 지열은 얼굴을 문지르고

어제 먹은 더워진 알콜과 아까 먹은 콩 국물은 뱃속에서 뒤엉키고...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머리 속도 뒤죽박죽입니다.



바람누리길이 무색하게 바람은 가출해 버리고,  땀은 비 오듯 솟아 나오고

화장실은 야속하게도 보이질 않습니다. 둘레길을 빠져나와 아파트 단지 상가로 갑니다.

아이스께끼로 열을 낮추고 포카리로 전해질 보충합니다.



에라이, 삼송이나 지축까지 걸으려던 계획은 더위 먹어 포기하고 원흥역에서 끝.



생선구이고 나발이고 시원한 냉면으로, 

사우나의 냉온탕과 시원한 맥주, 댓(大)자 낮잠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올 여름 휴가도 길바닥에서 보내려는 데 걱정되는 누리길이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포토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구하라. 찾을 것이니  (0) 2018.07.03
심심풀이 어묵  (0) 2018.06.28
레전드 오브 평양냉면  (0) 2018.06.19
새로운 김신조 루트?  (0) 2018.06.14
돼지 부속품?  (0) 201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