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폭염 트레킹 2/2>를 올릴 차례인데 더운 날씨에 저까지 연속적으로 여러 분을
괴롭힐 자신이 없어 가볍게 여름의 보양식 민어 이야기를 재미 삼아 올려 봅니다.
매월 열리는 고등 모임 1수, 폭염에 연기하잘 줄 알았더니 웃기지 말랍니다.
대신 불은 때지 말잡니다. 마침 시내에 민어회를 파는 집이 있습니다.
예약을 했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준비해 놓았던 회 접시가 나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게 아닌데'라는 감이 옵니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일행 중 선수도 그런 느낌인가 봅니다.
음식이라는 게 전문가가 아닌 이상 먹을 때 눈을 깜박이며 분석적으로 맛을 음미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잘 차려진 음식을 보면 '야~'하면서 허겁지겁 달겨들게 마련이지요.
많이 접했던 음식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어떤 맛이었는지 표현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좀 미심쩍드라도 확실치 않으면 까불지 않는 게 예의지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 뿐이 아니라면 합리적인 의심은 해 볼만 합니다.
<입질의 추억>이라는 분이 올린 자연산 민어와 양식 민어에 대한 포스팅 사진입니다.
보통 민어를 시키면 이렇게 여러 부위가 나옵니다. 우선 가짓수에서 차이가 납니다.
깝데기와 유독 살이 오른 부레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요?
조명 차이에 의해 색깔이 달라질 순 있겠으나 내가 시켰던 회는 유난히 창백합니다.
이건 2011년 먹었던 민어회입니다.
형광등 아래 찍었어도 처음 사진보다는 두 번째 사진에 더 근접한 모습입니다.
처음은 약간 윤기가 나면서 단단한 느낌, 이건 좀 탁하면서 그것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민어로 떡을 치네요. http://blog.daum.net/fotomani/70105 >
이건 양식 민어, 큰 민어라 불리는 생선으로 이름에 '민어'가 들어가 있더라도 민어가 아니랍니다.
주로 일본에서 겨울에 잡는데 그렇다고 값싼 어종은 아니지만 겨울에 맛이 있어
그때 주로 잡는답니다. 마치 방어가 겨울이 제철인 것과 비슷하지요.
가만 보면 노란 동그라미 속 회의 하얀 결이 처음 사진과 비슷해 보입니다.
식감도 약간 질기며 하얀 뱃살은 씹으면 고소하긴 하지만 거의 딱딱하다는 느낌입니다.
민어가 그러니 선도 좋고 금방 구워서 맛이 좋은 2군 선수 꽁치가 인기입니다.
옆 테이블에서는 선수가 회는 안 먹고 뻔데기와 스위트콘만 연신 비웁니다.
"여기 뻔, 하나 더 추가요~~"
부레입니다. 두꺼운 마분지를 씹는 듯 질기며 無味입니다. 지방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서로 먹겠다고 다툴 일이 없어 오래 자리를 지킵니다.
오른 쪽이 민어 부레입니다. 지방이 있으면 당연히 부드럽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무지개 빛깔이 나고 비치는 느낌이었나요? 당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예전에 민어회 먹을 땐 생각만 해도 시끌벅적하고 먹을 것도 다양했던 것 같은데
민어회를 먹는 것인지 그냥 배를 채우는 것인지 심심, 무미건조합니다.
매운탕입니다. 민어탕을 시키라는데 기분이 가라앉으니 그냥 일반 탕을 시킵니다.
그런데 비쭉 솟아나온 꼬리는 분명 민어꼬리입니다.
정말 민어라 해도 저 만한 크기면 제 맛 나오는 민어라 할 수 없지요.
꼬리 생김새는 비슷하지요?
대가리로는 구별이 안됩니다. 근데 일반 매운탕에 왜 민어대가리를 넣어줬지?
앞 접시에 들어 간 머리와 꼬리가 저 만하면 크게 봐줘야 50 cm 정도일텐데
가정에서 먹는다면 몰라도 영업집에서 저 만한 크기면 맛에서도
원가 면에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할 겁니다.
자연산은 양식 민어보다 얼굴 크기에 비해 눈이 크다는데 그렇게 보입니다.
하나가 개운치 않으니 이것도 대왕오징어 아닌가 생각됩니다.
먹는다는 건 이성보다는 감성을 충족시키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의심보다는 '에이~ 먹는 걸 갖고 쩨쩨하게 왜 그래, 입맛 떨어지게~...'가
우리 피부에 더 와 닿는 심성인지도 모릅니다.
X 파일보다는 다음에 또 볼 것도 아닌데 '걍' 기분 좋게 먹어 주자가 대세지요.
그러자!
"아줌마 주전자에 얼음이나 꽉꽉 채워주이소~"
***
여기 말하는 양식민어는 중국산입니다.
며칠 전 뉴스에 나온 남해산 양식민어는 참민어입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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