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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트레킹 2/2 소야도

fotomani 2018. 8. 8. 08:36



지난 밤에 생각보단 그리 덥지 않고 모기 때문에 고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잠자리가 바뀌니 더구나 쪽방에서 숙면을 취하긴 아무래도 힘들지요. 

동녁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옵니다.



오늘은 저 다리를 건너 덕적도 부속섬인 소야도에 들어 갈 작정인데

공영 버스는 거의 배시간에 맞춰 운행하므로 10시나 되어서야 소야리로 들어 간답니다.

걸어 드가는 수밖에 없지요.



사 먹을만한 곳도 없고 라면 먹자니 궁상이고 해 먹자니 번거롭습니다.

어제 저녁에 밥 구경을 못했습니다. 데친 소라와 해물 크림 샐러드로 안주를 했더니

느글거려 칼칼한 맛이 그리워집니다. 인스탄트 육개장입니다.

내용물이 실하고 맛도 괜찮아서 번잡스럽게 다른 거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대, 피콕, 비비고 모두 반찬 없이 햇반과 함께 먹을 만큼 수준급입니다.



커피믹스 몇 개 풀어 넣은 생수병을 배낭에 챙기고 가게에서 얼음 생수 하나 사넣고

도로를 따라 빙 돌아 다리로 진입하려 하니 민박집 할머니가 다리 곁 배수로를 따라

올라가면 훨씬 빠르답니다. 인간으로 치면 해수면에서 3백 미터 고지 쯤 될 바싹

마른 배수로에 뭐 먹자고 게가 등산했을까요?



덕적도 메인 선착장인 도우 선착장 풍경입니다.



섬 사이 해협은 어디나 물살이 빨라 내려다 보면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모자가 바람에 훌러덩 벗겨져 남들 웃겨 주는 일 생기지 않게 꽉꽉 눌러 쓰고 ...

??? 대머리를 뒤에서 보고 있다 갑자기 모자가 날라가면 보던 사람은

갑자기 머리가 없어져서 깜짝 놀랍니다.



사천에서 남해도를 잇는 연륙교가 연상되는 다리는 보행 불가 입니다. 

요즘 트레킹에 자전거 타는 게 붐인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질 않습니다.

이제 연도교 부근에 새로 만든 임도로 들어갑니다. 등산로는 허리까지 자란 잡초들 

때문에 길 잃은 경험을 얘기한 분들이 많아 임도를 택한 겁니다.

아니 오늘은 힘 덜 들이고 좀 쉽게 걷고 싶어서지요.



운치 있게 자란 소나무 무리 사이로 지나가는 어선이 보입니다.

날은 더워도 기분은 상쾌합니다.



해안 임도도 사람 통행이 많지 않아 이렇게 소나무에도 덩굴이 자랄 정도입니다.

그러니 예정했던 죽노골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놓쳤어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지요.



결국 죽노골로을 건너 뛰고 벌써 큰말이 보이는 길로 내려 갑니다.



88도로는 사고가 많이 나는 꼬불꼬불한 도로였지만 졸리지 않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지방도 같은 '고속'도로였습니다.

88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경상도 쪽으로는 자귀나무가 심어졌고,

전라도 쪽은 배롱나무로 구분져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큰말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 가면 서쪽 해안이 뗏뿌루 해수욕장입니다.

뗏뿌루는 떼뿌리라는 말이라는데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름이라 해안이나 강쪽에

혹처럼 튀어나온 동산이나 언덕을 뾰두룽, 도드람 등으로 불리듯 

부르기 쉬운 별 뜻 없는 이름이니 날씨도 더운데 그것 가지고 끓지 마십시오.




아침이기도 하지만 너무 더워 산책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죽노골 해수욕장을 포기하고 막끝(소야도 최남단)으로 가려고 주차장 평상에 앉아 있는

동네 주민에게 길을 물으니 안된답니다. 죽노골을 꼭 가보라고 침 튀기며 강추합니다.

귀가 얇아 뗏뿌루 해수욕장 북단 고개를 넘어 건너뛰었던 죽노골로 향합니다.



야~ 그 분 말이 실없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아니 남쪽 해안을 옮겨다 놓은듯한  깨끗한 모래밭과 쪽빛 바닷물을 만납니다.



갯바위 쪽 그늘에  친구 가족 모임인듯한 피서객이 쉬고 있습니다.

별 준비 없이 온 듯  남정네 들에게 내가 넘어온 고개를 넘어가 뭘 사오라 심부름 시킵니다.

중전마마님들께서야 간단하게 말 한마디지만 걸어가려면 한숨이지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라면 토달지 말고 미소띈 얼굴로 신속히 실시해야 합니다.



약정기간 지난 스마트폰 새로 바꾼 김에 셀카질.



물 정말 깨끗하지요?



다시 뗏뿌루 해수욕장 주차장으로 왔습니다.

<도시어부>의 힘이 얼마나 큰지 낚시 들고 다니는 아낙네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뗏뿌루 해수욕장과 큰말 사이 고개에서 섬 남쪽 막끝으로 내려가는 길로 접어듭니다.



길은 흙과 솔잎 낙엽이 섞인 걷는 느낌 좋은 오솔길입니다.



고사리과 풀도 많이 자생하고 있고요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긴 하지만,  준비성 강한 성격에 불필요한 잡동사니로 찬 

배낭 무게와 더위에 만만하진 않더군요. 금오도 비렁길의 악몽이 떠오르려 합니다.

'어젠 술도 별로 먹질 않았는데 왜 그러지? 이젠 청춘이라는 촛불도 다 사그라들었나?'

가볍게 얕잡아 본 트레킹이 점점 옥죄어 오기 시작합니다. 



막끝입니다. 마지막 끄트머리라는 뜻이겠지요. 

이름은 막끝이지만 트레킹을 마치려면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하니 이제 시작입니다.

경치 아담합니다. 보이십니까? '사랑합니다. 여러부운~'



멋진 소사나무(서어나무) 숲입니다.



더위 먹어 숨이 너무 차 왕재산 올라갈 생각은 못하고 그대로 돌아 나옵니다.

떼뿌루 해변 바로 직전(빨간점)에서 우측 큰말로 향했어야 큰말 해변도 구경하는데 

아차 실수로 다시 떼뿌루 해수욕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오늘 좀 쉽게 걸으려던 깜찍한 생각은 그저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평소 보다 무거운 배낭과 더운 날씨로 겨우 11 km 걷고 깨꼬닥입니다.

작은 고개 하나만 넘으면 큰말인데도 더운 공기를 헤치고 나갈 엄두가 안납니다.



떼뿌리가 바로 이 풀뿌리를 뜻하는 것일까?



기왕 떼뿌루 해수욕장으로 온 거 샤워장에서 한판 때리고 션한 맥주로 숨을 돌리며

정류장에 붙은 버스시간표를 보니 지금 12시 조금 넘었는데

점심시간이라고 이 섬을 벗어나 도우선착장까지 가려면 2시 30분에 출발해

내가 타려는 3시 30분 뱃시간 사이에 30분 여유밖에 없습니다. 우짜지?

택시를 부릅니다. 지금 콩국수를 먹고 있으니 15분만 기다리랍니다.



그래도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다는 선착장 앞 식당. 에어컨이 나오는 식당 내부는

음식 한 그릇에 음료 하나 더 시켜 뱃시간까지 뭉개려는 나 같은 생각의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형 선풍기 하나 왱왱 돌아가는 데크 테이블에 자리 잡습니다.



그저 그런 열무국수 하나 시켜 먹습니다. 

'인천의 생선회들아 나 요것밖에 못 묵었으니 니들 오늘 죽었다. 기두려라.'



그런데 왜 여수 금오도 비렁길 선착장 콩국수가 생각나는 것일까요?

얼음보숭이가 산처럼 올려진 콩국수. 얼음산을 헤치니 나오는 콩물이 아닌 콩가루와 국수.

콩물 내기가 그리 힘들었나? 그러나 아이디어는 돋보입니다.

http://blog.daum.net/fotomani/70514



인천으로 갈 쾌속선의 2배 시간이 걸리는 페리선이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꽤 큰 배입니다. 좌우로 좌석이 배열돼있고 가운데는 '다다미'가 아닌

마루가 깔렸습니다. 에어컨까지 나오는 여객선입니다.

선수들은 발을 벽에 걸치고 배낭을 베개 삼아 눕거나,

컵라면에 맥주 캔을 따 마시며 시간을 죽입니다.



인천항으로 들어 갑니다. 국제선 부두에 접안한 중국 여객선들.



내가 가려던 식당은 내부 수리중이고 다른 식당에서 모듬 소짜 하나 시킵니다.



밴댕이, 병어, 준치, 오징어 고루 올려 놓고 니들 이제 죽었다.

이틀 간 더위 먹은 고단함이 달콤하고 고소한 회에 녹아들어 사르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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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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