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지공거사답게 천안여행하기-운수대통국밥집

fotomani 2019. 2. 18. 08:25



지난 번 <지공거사의 맹탕여행>에서  애써 천안까지 가서 온양도 아닌 천안아산역 앞에서 사우나를 하고

병천도 아닌 천안 중앙시장에서 순대국과 평양냉면을 먹어서 죽도 밥도 되지 않은 여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된 천안 여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KTX를 타고 가는 편법도 쓰지 않고 급행을 놓치면 완행 전철을 타서 '지공'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시간 때우기로는 벌써 지난 달에 사 놓고도 반절 정도밖에 읽지 못한 <거짓말 상회>란 책을 가지고 갑니다.

젊은 작가, 사진 비평가, 음식을 잘 아는 고전문학 전문가 3명이 쓴 문화 비평서인데

시각이 참신해서 거리낌 없이 산 책입니다.  



2 시간 가까운 탑승 시간도 책으로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역시 연식이 오래 된 분들이 많이 내리는데 다들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저 혼자 남았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미리 검색해 본 새로 생긴 커다란 사우나입니다.

온천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인데 버스를 기다려 탄다면 불과 몇 분 만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입니다.

구차스럽게 기다리느니 걷자.



나오다 찍은 사진인데 사람들 무척 많습니다.

일동 용암천보다 크기가 좀 작지만 커다란 온탕과 냉탕, 작은 열탕, 조그마한 노천탕 그 외 편의시설까지 

모두 갖춘 곳입니다. 온천물은 약알칼리로 매끄럽고 비누물 닦기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먼 곳까지 오게 되니 시간의 압박을 느낍니다.

저로써는 상당히 오랜 1 시간 넘게 사우나에서 보내고 천안 중앙시장으로 갑니다.



지난 번 당면 순대를 먹고 무척 후회돼 찾아 보니 중앙시장에도 꽤 유명한 막창순대집이 있습니다.



겨울엔 역시 뜨끈한 국물이 최고지요.



지난 번 진열대에 간과 내장들을 덩어리 째 진열해 놓고 팔던 걸 흘낏 봤던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순대국을 시키니 작은 접시에 맛배기 순대와 간 몇 조각 내옵니다.

막걸리가 급 당깁니다. 탄산 방울이 톡톡 터지는 막걸리입니다.



사진에서 본 순대는 두꺼운 막창 껍데기로 입맛을 돋우던 모습이었는데 지금 나온 건 두텁다고

말하기엔 민망합니다. 당면과 선지가 들어간 야채 순대로 담백하며 내용물 밀도는 낮은 편입니다.

순대국에 넣으면 속이 퍼져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안주로 괜찮습니다.



속이 풀어지니 국에 넣을 수 없었겠지요? 당면 순대를 넣긴 자존심이 상했나요?

순대가 하나도 없는 돼지 부속 뿐입니다. 하긴 공장표 당면순대를 넣느니 없는 게 낫습니다.

순대가 없는 순대국은 장터국밥만도 못한 것인데...그럼 돼지국밥 아니냐고요? 글쎄요~

이럴 줄 알았으면 모둠 순대 작은 거 하나 시키고 얼큰한 곱창 선지국을 추가할 걸 잘못했습니다.



할 수 없지요. 들깨 듬뿍 넣고 다데기 한 숟갈 넣어 새우젓으로 간을 맞춥니다. 고기 양은 푸짐합니다.



이 먼 데까지 왔는데 나중에 후회할까 봐 순대와 간만 포장합니다.



위생 장갑을 끼고 묽은 반죽을 철판 위에 펼쳐 놓으면서도 비닐이 반죽으로 떡이 되지 않습니다.

식용유 풀장에서 튀겨내지 않고 기름 두른 철판에서 구워냅니다.

호떡피가 얇아 내 적성에 맞습니다. 4개 삽니다.



천안 용산간 급행 시간까지 아직도 시간 여유가 있어 역전 시장에 들러 구경합니다.



아~~ 여기에도 병천까지 가지 않고 병천 순대를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두 군데나 있습니다.



시장 아케이드 중앙 통로 좌우로는 우리 눈에 익었던 오래 된 골목 풍경이 옹근 째로 나타납니다.



시장을 구경하다가 <중국집, 짜장, 우동>이라 간판을 세월의 멍에처럼 달아 놓은 식당이 보입니다.

짜장면은 의외로 지방 오래 된 중국집 것이 제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 3 천원, 짬뽕 4 천원, 비록 열차 시간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거친 간판에 은근히 끌려 하나 먹기로 합니다. 순대국집에서 국만 들이킨 게 다행입니다. 



역시 내 직감이 맞았습니다. 일반 짜장이긴 하지만 묽거나 싱겁지 않고 면발은 탄력이 있습니다.

앞 자리에서 6 천원짜리 간짜장을 들고 있는 영감님이 부럽지 않습니다.



잠시 홀에 나온 주방장 겸 사장님입니다.

명함을 달라니 없다며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메뉴판을 줍니다.

그런데 엥이??? 30년 전통에 신장개업?? 30년 요리 경력으로 이곳에서 신장개업했다고 알아듣습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짜장, 짬뽕, 우동만 저렴하고 다른 음식 값들은 평균 수준이네요.

이벤트 중인 걸까요? 골목식당에 나오려 준비 중인 걸까요?



천안역 계단에서 본 천안 시내, 요즘 지방도시들 거의 모두 이렇습니다.

3-40층의 고층 아파트는 예사롭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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