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추억의 3포구 산책 - 먹승전먹-신신분식

fotomani 2019. 2. 13. 10:34



설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서울 근교 걷기 마지막으로 인천 둘레길 14코스를 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천을 가면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월미도 정도 보고 끝을 내지요.

오늘 코스엔 옛 포구인 화수, 만석, 북성포구가 있어 옛 추억이 은근히 나를 이끕니다. 



원래 아침을 거르는 편인데 오래 전 동인천을 들렀을 때 역 앞 순대골목에서 모둠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 유일하게 문 열고 있는 순대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해장으로 '게으른 말 짐 탐한다'란 경구가 적혀있는 막걸리 하나 시킵니다.

설 연휴 동안 밀린 방학 숙제하듯 연달아 나흘 동안 걷기에 나선 나에게 꾸짖는 말 같아 뜨끔합니다.



술국 하나 뜨고 있는 내내 초면인 손님과 살궂게 단골 손님처럼 얘기하는 주인 아줌마입니다.

계산을 하며 '아줌마 붙임성 존네'하며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 물으니 

'이쁘지도 않은데 뭘' 그럽니다.



동인천 역에서 화도진 공원 쪽으로 가려니 화평동 냉면거리를 지납니다.

짜장면이 부두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만든 음식인 것처럼 공장표 냉면으로 배가 쉽게 꺼지는 

일꾼들을 위해 양을 푸짐하게 늘려 만들기 시작한 게 세숫대야 냉면의 원조였답니다.

곁들여 나오는 열무김치가 일품이랍니다.



화도진 공원은 1882년 조미 통상 수호 조약 100주년 기념으로 조성한 공원이랍니다.



원래 여기에 있던 화포는 아닐 겁니다.



두산 인프라코어 공장 곁으로 화수부두로 들어 갑니다.

썰물로 바닥이 드러난 포구와 몇 척 안되는 낡은 어선은 기대 이하입니다.

옛 영화는 어디로 가고 인적 드문 휴일에 찬 겨울 바람만 을씨년스럽습니다.

그러나 평일에는 어부가 생선을 직접 팔기도 해서 아는 사람들이 곧 잘 찾는 곳이랍니다.



만석포구로 가는 길에 옛 철로가 놓였던 골목을 만납니다.



알록달록 페인트 칠해 감추려 해도 오래된 낡은 흔적들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분위기에 맞지 않는 페인트 칠보다는, 낡았어도 잘 손질된 모습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네요



만석포구는 썰물에도 물이 차있어 그나마 부두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왼쪽 철다리는 부잔교입니다. 물 위에 떠있는 콘크리트 도크와 육지를 연결해줍니다. 

조수간만 차가 심해 바닷물 높낮이가 현저히 차이가 나니 이런 구조물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물이 빠진 지금은 다리가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있군요.

서울로 들어가는 곡물을 1만석이나 쌓아 두었던 곳이라 해서 만석부두로 불리고 됐다 합니다.

1970년대까지 수산물 공판장이 있었다 합니다.



북성포구로 가며 보이는 건물. 목욕탕이었을까요? 큰 공장 보일러실이었을까요? 



무슨 교육을 하길래 교육장이라 붙여 놓았을까요?



마지막 북성포구로 들어가는 초입입니다.



보통은 인천역에서 부터 북성포구-만석포구-화수포구로 코스를 잡지만 

제가 방향을 거꾸로 잡는 바람에 뒷문격인 북성포구 입구를 만납니다.



막다른 골목인 줄 알고 되돌아 나왔다가 지나는 행인에게 확인하고 다시 들어가니

남의 집 좁은 마당 같은 곳을 직각으로 꺽어서야 횟집 골목이 나옵니다.

이러니 막다른 골목인 줄 알았지요.

뻘밭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횟집과 좁은 골목을 보니 옛 추억이 실타래처럼 풀립니다.

바로 대학 때 이곳에 들러 난생 처음으로 회를 맛보았던 곳입니다.

먹을 줄도 몰랐던 회를 입안에 넣으니 못 먹을 걸 넘기는 것처럼 오싹하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사실 화수, 만석, 북성 포구는 연안부두가 생기기 이전까지는 선박들로 북적인 곳입니다.

연안부두가 생겨 큰 배들이 그곳으로 몰리고 회를 찾는 사람들은 소래포구로 몰립니다.

몸 주고 마음 주고 이제 여기는 목재 공장 전용 부두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입 소문이 났답니다. 기왕이면 저녁 때 낙조와 회를 즐겨 보시지요.



만석포구 입구에 대한제분 사일로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 포구 산책이 끝났습니다.

새우젓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옛 포구였지만 마음 떠난 배와 사람을 억지로 불러 모을 순 없겠지요. 

대신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매력있는 산책 코스와 관광지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휴일이어서 평소 포구 모습과 분위기를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주말 쯤 오면 훨씬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일까요? 



거꾸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집밥 같은 백반집이 있다 해서 걷기 끝나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4, 5, 6일 모두 휴업? 명월아, 명월아~~~



대타로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는 돈가스집으로 가니 여기도 휴무.



바로 옆 체인점 같은 돈가스집으로 들어 갑니다. 또 술? 온더락으로 반 병만 듭니다.

마요네즈는 뺐으면 좋겠는데...



아래 숟갈과 비교해보세요.

맛있고 양도 푸짐했는데 학창 시절은 내 학창이 아니고 젊은이들의 학창이었습니다.

우리 때는 그야말로 간장 베이스 수제 오리엔탈 드레싱이었지요.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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