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월이 다 지나고 8월의 코 앞에서 마지막 장마 비를 뿌리는 일요일입니다.
형님이 병 중이셔서 아파트로 가는 길에 과천 대공원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올 때 마다 감탄하는 길입니다. 그리 길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고 숲이 잘 가꿔졌습니다.
걷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오솔길을 만들어 주면 선호도는 급상승 할 겁니다.
평소 이런 광경을 볼 수 없는 건천인데 막바지 비에 보를 적십니다.
관악산 아래 과천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현대 미술관 명품 전망대.
물만 사 가지고 오려다 남들 먹는 걸 보면 혹시나 해서 사온 샌드위치... 역시나...
물도 필요 없는 짧은 거리였는데 쓸데없는 준비성 때문에
대공원 둘레길과 병행하여 과천 저수지 한쪽 기슭에 오솔길을 따로 만들어
<전망 좋은 길>이라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날씨가 더워 일찍 열매 맺었을까요? 8월이면 은행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전망 좋은 길이라 해서 규모가 크거나 별난 풍경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땅 덩어리가 좁은 나란데 별나봐야 애들 소꼽놀이지요.
그저 걸으며 마음이 편안해질 만한 산책로라는 것이지요.
모 방송에 일본 여행 간 일반 관광객이 해박하게 설명하는 신사와 사무라이의 역사,
'우리도 이런 숲이 있으면 좋겠어요'하며 숲을 생전 처음 걸어보는 듯 감탄을 마지않는 관광객,
'잡숫는 게 뭐에요?' 묻는 PD에게 꼬치를 흔들어 대며 역시 본토 맛이 다르다는 듯
'어묵! 오뎅! 덴뿌라!',를 호들갑스럽게 외치시는 분들이 왜 이리 거슬리는가요?
'히노끼' 숲은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경치 좋은 곳이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사람 생긴 게 다르듯 느끼는 풍경도 그에 맞게 다 다르게 마련입니다.
애정이 식으면 사랑스럽기만 하던 새우깡 씹는 소리도 시끄러운 소음이 될 뿐입니다.
예전 양평에 있을 때 점심 때 개울가에 나가 발을 담그며 남들은 이곳에 오려면
일부러 날 잡아야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바로 곁 이런 곳에 올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했습니다.
어차피 당일치기든 9박 10일이든 몇 천 원이 들든 몇 백 몇 천 만원이 들든
지나고 나면 추억 하나 남게 마련입니다.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나에게 얼만큼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가가 중요한 것이지요.
뚝방에 들어서면 중간에 내려가는 길이 없어 횡단을 해야만 합니다.
전망 좋은 길은 동물원 입구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원동 출발점까지 짧은 구간이지만
저수지 뚝방도 포함될 수 있을 겁니다.
한 바퀴 모두 다 돈다 하더라도 6 km, 다음엔 동물원도 포함 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범계역 백화점에서 즉석 식품 몇 가지를 사서 형님 집으로 가는 길에는
현대식 함바가 몇 군데 있습니다. 참새 방아간처럼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벼르던 곳입니다.
함바 존재가 뜬금없는 게 아니라 부근에 택시회사와 작은 공장들이 있어 상생하는 것 같습니다.
한식 뷔페로 5 천원에 9 가지 반찬을 제공한다는 집입니다.
연남동 유명 기사 식당처럼 값지고 다양하지는 않아도 소박하고 깔끔하고 맛깔스럽게 보입니다.
반주할 수 있다는 데 감격해서 조금 지나면 주인장 마음 변할까 봐
막걸리 시켜야 할 걸 허겁지겁 쏘주를 시켜버립니다.
반 병만 마시고 식당을 나서니 쏟아지는 빗줄기가 막걸리를 더욱 아쉽게 만듭니다.
들어갈 땐 여성 택시 기사 한 분 뿐이더니 일요일인데도 그새 넓은 홀이 거의 다 찹니다.
주변 공장 직원, 택시 기사, 심지어 젊은 부부도 있습니다.
요즘 신경이 날카로워져 글 중 거슬리는 부분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러려니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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