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인왕산에서 보물찾기

fotomani 2020. 1. 27. 08:19

경주 남산 탑곡 마애조상군 중 옥룡암 뒤 바위에는 황룡사 9층 목탑의 흔적이 거칠게 새겨져 있어 

흥미롭습니다. 당시엔 동네 석공이 끄적거린 것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화재로 소실돼 없어진 황룡사를 눈으로 보고 새겨 놓았으니 그것만 해도 귀중한 자산입니다.

여길 찾아 보는 것 만으로도 자칫 겉만 훑어보는 경주를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있는 여행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신문에 <군부대 떠난 인왕산 바위에 산신령 조각 2점이...>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기사를 보며 경주 탑곡이 생각 났습니다.' 야, 이거 한번 찾아가 봐야겠는데...?'

설 연휴를 맞아 경복궁역에 내려 종로 9번 버스를 타고 수성동 계곡으로 갑니다.  



새로 발견된 산신 부조는 제1경비단 소초가 있던 부지 바위 벽에 있다 했습니다.

전엔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었으니 이제야 발견된 것이지요.

1971년 무령왕릉이 발견되었습니다. 실측조사는 커녕 취재단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발굴된 금팔찌를 들고 박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갔더니 그 자리에서 '이게 순금이냐'며

손으로 휘어 보더랍니다. 그 당시가 그랬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이었던 때였지요. 

이곳에 121 사태 이후 부대가 들어선 게 1968년도이니 무당 굿거리 장소 정도로 치부 되었겠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암각은 이 사진을 찍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부부 산신 사이에 나무 줄기가 가르고 있어 지웠습니다. 

만들어진 것은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일 것으로 추정된다 합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신령이라기보다 양반집 양주의 초상 같은 느낌입니다.

페인트 흔적이 신령은 커녕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건 상당한 예술 감각에 까치호랑이 민화 같은 느낌이 납니다.

손에 들고 있는 건 연꽃이겠지요?



위 2점이 지금 발견된 것이고 기존의 암각 2점이 인왕천 약수터부터 석굴암 가는 길 옆에 있다 했는데

약수터에서 석굴암 가는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산을 헤매고 난 나중에야 저 쉼터 뒤편으로 길 같지 않은 소로가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길을 찾지 못하고 산꼭대기에 암각이 있을 곳이 아닌데 하면서도 

인왕산 정상으로 올라가며 해 떠오르는 시가지를 찍어봅니다.



정상에 오를 생각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정상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뭐 설날에 산에서 마음가짐을 다져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지요.



뭔 얘기거리가 그리 많은지 또르르 또르르 쉬지도 않고 수다 떨던 러시아 여인들



결국 찾질 못하고 정상에서 내려오며 건너 편 거암 아래 울긋불긋 연등이 보이는 석굴암으로 가보려 합니다.

사이에 계곡이 있어 자동차가 다니는 자락길까지 내려가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인왕천 약수터에 표지판 하나만 세워뒀더라도 이렇게 생고생 안했을텐데.

찾지 못하면 저 거암에 폭포처럼 늘어진 주상돌기들이 산신령이겠거니 여길 겁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암반을 보니 겸재 정선의 시커먼 수묵화들이 이해갑니다.



암자에 머물고 있던 거사님에게 물으니 나도 아직까지 보질 못했다 합니다.

바로 코 앞에 있어도 관심이 없으면 딴세상 입니다.

물을 긷고 있는 동네 주민에게 인왕천 약수터로 가는 길을 물으니 곁에 소로를 알려 줍니다.

산에는 초소와 초소를 잇는 소로들이 얽혀있고 표지판이 없어 잘 가늠하지 않으면 미로를 헤매게 됩니다.

암각이야 거암 밑 작은 바위에 새겼겠지 했던 추측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거칠게 만든 단 위로 2점의 암각이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이 암각은 산신이라기 보다 마애불이로군요. 

불교와 민간신앙은 밀접하니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산신령이 맞긴 한데 소박하니 새겨져 있어 더 친밀감이 듭니다.

가지고 온 샌드위치와 밀감 주스로 고수레 합니다.

여기서 아까 들렀던 인왕천 약수터로 가니  3-40 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된장.



암각 찾기, 보물 찾기가 끝나고 청운동으로 내려와

 경기상고 본관 앞 반송이 그동안 잘 있었는지 보러 갑니다.



홀릉 수목원에 커다란 반송이 몇 그루 있지만 이렇게 무리지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하늘을 향해 두 손 들고 군무하듯 환호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살아있는 조각입니다. 서촌을 들르면 꼭 한번 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링반데룽이 따로 없습니다.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해 많이 헤맸지만 운동 한번 잘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수성동계곡에서 자락길을 가로질러 제1경비단 자리(인왕산공원) 곁 바위에 두점,

인왕산 약수터를 가로질러 석굴암 쪽으로 3-40 미터 가면 방부목 데크길 곁에 두점 있습니다.  



종로 송해거리에서 돼지갈비, 찌개, 밥을 세트로 주는 숯불갈비정식을 먹기로 합니다.



황송하게도 숯불과 함께 반주할 만큼 고기가 나옵니다. 막걸리 한 병 시키고,



달래 된장찌개로 깔깔한 목을 입가심한 다음



상추에 파, 양파, 밥, 고기, 마늘 한 점 올려놓고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귀여운 것, 그냥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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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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