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갈대와 평양냉면

fotomani 2019. 10. 29. 09:21



10월 27일 일요일 낮에 가족 모임 있는 걸 깜빡하고 다른 곳에 걸으러 나갈 뻔 했습니다.

장소가 압구정동에서 1시라 그 시간에 맞춰 석계역에서 9시에 서울숲 쪽으로 출발합니다.




중랑구 관할 구역 중랑천은 수변공원 관리가 잘 된 구간입니다.

봄에는 장미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요.



묵동과 이문동을 연결하는 이화교는 가운데 차로가 있고 곁에 따로 곡선 보행 교량을 만들어 놓아

미적 감각이 뛰어난 교량입니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 것일까요?





대개 하천 산책로는 뙤약볕에 노출되기 십상인데 그늘을 만들어 주는 가로수가 있어 반갑습니다.



개인에 임대해 주는 텃밭도 있고요.

채소 키워본 사람들은 배추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 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크진 않지만 가지런히 자란 무.  배추에 비하면 무 키우는 건 양반이지요.



끝물 가지 꽃이 매달렸습니다.



그 외에도 계절 따라 유채꽃이며 보리 이삭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물가와 산에서 자란다는 것 말고 갈대와 억새 차이를 아시나요? 

보통은 실물을 거꾸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름 상으로는 갈대가 여성스럽고 억새가 남성스러워 모양도 그러리라 생각하는데 그 반대입니다.

아마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라는 라돈나모빌레 노랫말 영향이 클 겁니다.

바람에 날리는 게 여자의 마음이라...글쎄요~.  윗사진은 억새입니다.



함흥에서 돌아오던 태조가 마중 나온 태종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 화살을 쏘았는데

이를 태종이 날렵하게 피했답니다. 이에 태조는 하늘의 뜻을 받들겠다며 태종을 왕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그 후 이곳을 화살이 꽂힌 벌판이라 하여 살곶이벌, 살곶이 다리로 불리게 되었다 합니다.

아랫쪽에 갈대가 고개를 내밀고 있군요.



개나리 동산으로 유명한 응봉산, 꼭대기 정자는 강변북로와 한강 야경을 찍는 명소입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 내 앞으로 배낭에 '제25회 한국국제걷기대회', 

전하고 싶은 말 란에 '보생와사(步生臥死)'라 적힌 전단지를 붙이고 가는 사람을 만납니다. 

10월 26-27 양일 간 열리는 걷기대회 참석자랍니다. 

5, 15, 25, 42.195km 중 선택해서 다른 코스를 이틀 연속으로 걸으니 만만치 않은 대회입니다.



이 분들과 헤어져 한강변에서 서울 숲으로 들어갑니다.


 

자판기에서 사슴 먹이를 팝니다.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노린내 엄청 납니다.



여긴 아직 단풍이 조금 이릅니다.



일찌감치 좋은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소풍 분위기 좋습니다.



수도박물관으로 가는 길



수도박물관과 송수관자재, 완속여과지. 우리나라 최초 상수도 수원지 시설로 근대문화 건축물입니다.

이색적인 풍경이 매력적인 곳으로 한번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선유도 공원처럼 정수지 기둥을 남겨 소규모 정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성수대교 북단 교차로에서 버스를 타려다 보니 약속 시간이 1시가 아니라 1시 30분입니다.

여유가 있어 성수대교를 도보로 건넙니다. 한강 공원도 이제는 황량하지 않고 나무들로 보기 좋네요.




지난 번 큰 형님을 보내드리고 갖는 추모 모임 성격이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정갈한 맛의 어리굴젓 짜질 않아 추가로 한 종지 더 시킵니다.

촉촉한 멸치와 맵지 않은 꽈리고추 볶음 이 집 반찬 중 가장 내 입맛에 맞았습니다.

메뉴 모두 나이 드신 분들 입맛에 맞춰 역시 전통있는 한식집 이름 값을 하는데

오늘 저의 관심사는 오직 냉면 사리입니다.

'


<ㅂㄹ면옥> 냉면 사리 맛에 반해 지난 번에 '내 입도 못 믿는 게 평양 냉면 사리 맛.'이라고 포스팅을 했는데,

기억의 뒷편으로 사라져 버렸던 <ㅎㅇㄱ> 냉면 사리의 맛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편육은 비록 한 장이지만 냉면 김치와  살짝 절인 오이,  볶은 쇠고기를  보기 좋게 올려 비주얼은 최고입니다.



아직 머릿속에는 <ㅂㄹ면옥> 사리 맛이 삼삼한데 기대에 부풀어 듬뿍 집어 입에 넣고 씹으니

아~~ 정녕 이 맛이었던가? 밍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육수와 고명은 최고인데 사리 맛은 내 기대를 채워주지 못합니다.

다음 주에 인천에 다시 가서 이 섭섭함을 입술이 부르트도록 달래주고 와야겠습니다. 

사실은 냉면 맛이 달라진 게 아니라 

눈꼽 만큼이라도 더 내 입맛에 맞는 사리에 마음이 변해버린 갈대 아니 억새 같은 내가 문제일 겁니다. 

평양 냉면은 도루묵 같습니다. 아쉬울 때 맛있게 먹었던 고마움을 싹 잊어버리게 만듭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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