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들기

이 사람들 제 정신이야?

fotomani 2020. 3. 3. 09:14



일주일 전 어느 유튜버가 새벽 안개를 뚫고 해장국집으로 가 먹은 양선지해장국을 올려 놓았습니다.

맛있게 보이기도 했으려니와 정말 선지와 양이 푸짐했습니다.

2월 22일 토요일, 방앗간이 어딘지 알았으니 이제 막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할 무렵이지만 

조심조심 얼리참새도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잘 익은 깍두기와 배추 김치가 회가 동하게 만듭니다.



펄펄 끓여 나온 양선지해장국, 나를 실망 시키지 않습니다.

곁에선 서빙하는 아줌마들과 단골인 듯한 손님이 깔깔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손님이 나가는 듯 아줌마 일어나서 테이블을 치우더니 

카운터 뒤 깍두기, 김치 트레이에 잔반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 붓고 빈 그릇을 주방으로 넘깁니다.

숟가락 잡은 손은 얼어붙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꾹 참고 펄펄 끓었던 뚝배기 해장국과 막걸리만 비우고 카드를 건넵니다.

계산 마치고 온 아줌마를 앉히고 요즘 같은 때 재활용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겁을 주지만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절대 그러지 않았답니다. 내가 뻔히 다 봤는 데도요.



열 받기도 하고 그 주간 내내 열이 나는 듯도 해서 찜찜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어 안심하고 먹어 보려고 손질한 양(깃머리 없는 양깃머리)을 주문합니다.

양은 위장이긴 하지만 창자인 곱창보다 손질이 힘들고 냄새 잡기도 어렵습니다.

곱창도 함께 주문해 내장탕을 만들어 보려고도 했지만 

기본 주문량이 1 kg 으로 너무 많아 곱창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1차로 2-30분 쯤 끓이고 깨끗이 씻어 다시 끓입니다.

이때 잡내를 없애기 위해 생강, 후추, 마늘, 대파, 양파, 계피가루, 월계수잎 등을 함께 넣고 끓입니다.



아들에게 선물로 들어왔던 사골로 낸 국물에 삶은 양을 반 정도 썰어 넣고 시래기, 콩나물.

된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젓갈 조금, 국간장, 설탕, 후추를 넣고 푸욱 끓입니다.



한 그릇 먹어 봅니다. 잡내는 잘 잡혔는데 된장 맛이 짙어 찌개에 가까워지려 합니다.




싱크대에서 쿠당거려서 눈밖에 나뿌렀나? 

먹어 줄 사람이 집안에 나 말고 한 사람밖에 없긴 하지만 건드리지도 않습니다.

에그~, 달걀 하나 집어 넣어 안주 삼아 먹어 봅니다.




맛있는 음식도 연속으로 두 번, 세 번이면 질리는데 

아직도 남은 해장국은 꿈 속에서도 먹어라 먹어라 하며 나를 쫓아 다닐라 그럽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이번엔 국수와 함께 먹어 봅니다. 맛을 즐겨야 할 텐데 없애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이제 만들어 놓은 건 다 먹고 아직도 재료로 반 정도가 냉동실에 남아 있습니다. 

잊어버릴 만큼 쉬었다가 간장 베이스로 선지를 넣고 시원, 얼큰하게 맹그러 먹던가

이제는 없어진 을지로 6가 부민옥의 양무침처럼 만들어 먹어봐야겠습니다.

아니, 사골국물이 있으니 얌전하게 뽀얀 양곰탕으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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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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