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들기

요즘 같이 거시기한 때 얼큰한 짬뽕으로

fotomani 2020. 3. 25. 08:48



나는 중국집에서 모임 할 때 마지막으로 나오는 식사에 짬뽕보다는 짜장을 주로 잘 시킵니다.

큰 이유는 없지만 왠지 처음 가는 집에선 짜장을 먹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휴일 오후 친구와 당구 한 판 치고 간단히 한잔하러 당구장 근처 중국집에 들렀는데

매운 걸 못 먹는 친구 때문에 잡탕, 유산슬, 기껏해야 양장피 같은 걸 시킵니다. 

이때 나오는 새빨간 서비스 짬뽕 국물이 얼큰하니 땀을 부르며 머리에 각인됩니다.

그래서 으슬한 어느 날 저녁 문득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 들렀습니다.

커다란 짬뽕 그릇에 쭈꾸미와 고명이 한가득 시뻘건 국물에 담겨 나옵니다.



술을 부르네요. 어떤 분들은 첨가제가 들지 않은 하얀 면발을 좋아하는데 전 불량식품 스타일인지

비릿한 맛이 나는 노란 면발이 더 좋습니다. 물론 졸깃한 식감도 살겠지요.



마지막 입가심으로 삶은 계란을 반 가르니 잠수하고 있던 형제 메추리알도 함께 떠오릅니다.

아니 형제가 아니라 쭈꾸미 대가리였군요. 괜히 머리 한번 쓰다듬습니다.

이 집 상호가 우리 동네 중국집 상호와 같아 물어보니 이 집이 2호점이고 그 집이 본점이랍니다.

2호점 보다 못하는 본점이라니, 애처롭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봄은 오고야 마는군요.

중랑천을 걸을 땐 종착지를 의정부 쪽으로 정할 때가 많습니다.



이 혼란에도 모르는 척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봉산이 야속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창포원 꽃밭은 새로운 수종으로 바꾸려는지 할미꽃이 한 포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이천변 벚나무에도 꽃망울이 터질 듯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마 며칠 후면 만개할 듯 합니다.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사우나를 나오면

건물 입구에 '니들이 먹어나 봤어?'라고 시건방지게 묻듯이 자리 잡고 있는 짬뽕집이 있습니다.

오늘 따라 이 집 유리창에 커다랗게 붙여 놓은 짬뽕 사진이 나를 이끕니다.

홍합 짬뽕, 오징어 한 마리 짬뽕, 통 큰 짬뽕, 백짬뽕, 탕수육 짬뽕, 낙지 짬뽕, 통문어 짬뽕, 

쟁반짬뽕, 황제 짬뽕이 메뉴판에 있습니다.  이 집처럼 맹렬하게 분화된 짬뽕 처음 봅니다.

게다가 1인 찹쌀 탕수육까지, 가격도 5천에서 2만천원까지 다양합니다. 



통큰짬뽕에 들어 있는 오징어와 쭈꾸미를 안주 삼아 우걱우걱 잘라 먹는 재미에 빠져 

중간에 한 컷 찍는 걸 잊고 면 먹을 차례까지 왔습니다. 전 면치기 하는 건 국물이 튀어서 싫고

젓가락으로 한 무더기 떠 튀지 않게 얌전히 빨아 먹는 걸 좋아 합니다. 



홍합 엄청 들었네요. 요즘 홍합은 껍질은 큰 데 알맹이가 작습니다.

윗 집보다 국물은 맵지 않네요.



뭔가 모자란 듯하여 비가 추적이던 날 오징어를 사다 얼큰하게 만들어 봅니다.

집에 있던 표고와 목이 버섯을 불립니다. 목이 버섯은 잘 비벼준 후 밑동을 제거해야

모래 같은 게 씹히지 않습니다.   



마늘, 파, 고추 기름이 탈까 봐 기름을 좀 과하게 넣어서 개운치 않습니다.

요즘 이렇게 얼큰하고 화끈한 걸 찾는 이유가 유행하는 바로 그 거시기 때문 일까요?

거시기 땀시 바닥을 기고 있는 거시기 때문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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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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