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통닭이 나르샤 백가댓길(百家大吉)이시니

fotomani 2020. 9. 23. 10:54

 

지난 월요일(20/09/21) 새벽 4시경 추석을 앞둔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기사에 따라 청과물시장 냉장창고로부터 발화했다기도 하고 혹은 통닭집으로부터 불이 났다고도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도 안 좋은데 엎친데 덮친 격입니다.

 

청량리시장은 내가 잘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하필이면 불난 곳이 통닭골목입니다.

통닭골목으로 유명한 곳으로는 수원, 의정부 제일시장이 있지만 이곳에도 통닭과 오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몰려 있습니다.  친구에게 화재 소식을 알려주니 첫마디가 '아이고 닭날개 똥집은 이제 다 먹었네'입니다.

 

남들이 두 손으로 닭다리를 맛있게 비틀어 뜯어 내는 걸 보고 나도 야스럽게 먹어보고 싶어

아무 생각 없이 '프라이드(튀긴 닭)'했다가 해체된 닭이 나온 걸 보고 '아 그건 통닭이지'했습니다.

영화 '집으로'에서 손자가 '치킨 먹고 싶어' 떼쓰니 닭 한 마리 사다가 백숙을 해준 할머니 꼴입니다.

 

통닭골목의 장점은 부위 별로 시켜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난 날개와 똥집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이런 조합은 없고 닭다리+날개, 닭다리+똥집입니다.

오지랖 넓게도 닥다리는 꼭 낍니다.

푸석함 없이 바삭하고 뼈 발라 먹는 재미가 있는 날개와 아삭하게 씹히는 똥집이 환상적인데 말이지요.

물론 프라이드를 시켜도 똥집은 살짝 끼워줍니다.

 

전에 갔던 집에 자리가 없어 다른 집으로 갔는데 날개를 시켰더니 똥집, 고구마튀김, 가래떡을

서비스로 조금씩 섞어 줍니다. 

 

아주마이가 날개를 왕관 뿔처럼 요로케 가지런히 예쁘게 올려 줍니다~~ ㅎ

 

그나저나 한동안 이런 모습 보기 힘들겠네요.

그것보다 이번 일이 전화위복 되어 전보다 매력적인 골목으로 새로 태어나 손님이 끓길 바랍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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