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극장 건너편 인현시장은 내가 다녔던 영희 국민학교(지금 덕수중학교)가 있던 곳이기도 하고
그 당시 집이 이 부근이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무척 변해 새 건물들도 많이 들어섰지만
아직까지도 진양상가와 신성상가 곁으로는 인쇄소와 소규모 공장들이 있어
이처럼 아깃자깃 정겨운 이름의 안주를 가진 실비집들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인 <ㅎㅍ집>이라는 닭곰탕 집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원주민은 보이질 않고 젊은이들로 북적입니다.
근방 청국장, 물갈비, 횟집, 삼겹살, LA갈비, 감자탕, 순대집, 쌈밥집 들 모두 유명 맛집으로 등극한 지 오래입니다.
동대문 닭 한 마리처럼 이 부근엔 <오장동 버드나무집>이란 유명한 닭곰탕 집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양은 냄비에 노계에서 뜯은 닭고기와 함께 국밥을 만들어 펄펄 끓여 내오는데
시뻘건 다진 양념을 넣고 커다랗게 툭툭 썬 김치,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이마에 진땀이 흐르며
'(꺼억) 잘 먹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대한민국 기사식당의 원조집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추억에 언제 한번 들려야겠다 했었는데 근방에 볼일이 있어 떡 본 김에 제사드렸습니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간 마늘을 넣는 게 유행입니다.
보통으로 시켰는데도 반주하기에 고기가 넉넉하여 본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진국은 아니더라도 국물도 맹탕이 아니어서 추억을 폴폴 되새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곁에 앉은 젊은 부부가 '특'으로 시키길래 '그걸 어떻게 다 먹나'했더니 '너나 걱정하세요'입니다.
그릇 직경이 같길래 유심히 보니 옆 모양이 특은 직사각형, 보통은 아래가 좁은 마름모입니다.
닭곰탕은 소름 돋은 껍질과 쫄깃 단단한 육질을 가진 노계로 폭 삶아 만들어야 제 격인데
그런 건 구하기도 힘들고 크기도 커 집에서 해 먹자면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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