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단풍은 어디에나 찾아옵니다.- 청학동계곡

fotomani 2020. 11. 4. 08:50

금강전자 고태환 사장님이 지난 포스팅을 보더니 수락산 청학동 계곡 단풍이 좋다며

당장 내일 아침 7시까지 등산로 입구에서 보잡니다.

아무리 좋아도 평일 아침에 갔다 오기는 제 능력 밖입니다.

대신 토요일 당고개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청학동 계곡 등산로 입구까지 갑니다.

이 길은 오래전 겨울에 당고개에서 순화궁 민락동을 거쳐 장암까지 걸었던 길입니다.

(수락산 크게 돌기: blog.daum.net/fotomani/70303 )

지금 보니 가로수가 단풍나무이었네요. 아니면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가요.

 

마지막 단풍을 보려는 사람들로 등산로가 붐빕니다.

아니 아침에 운동하고 와서 마당에 있던 화분들을 집안으로 들여놓고 출발해서 내가 평소보다 늦은 거지요.

 

막돌을 올렸는데도 부처님 형상입니다.

불심이 있으면 무얼로 만들어도 부처님이 되고 무엇을 보든 견불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아름답게 물든 단풍은 여심을 사로잡습니다.

 

올 가을 제가 좀 늦게 산을 찾은 까닭인지 산 쪽으로는 단풍잎이 거의 말랐습니다.

 

새해 첫날 뜨는 해를 보려고 어둠을 헤치고 산을 오르내리다 다리 삐거나 골절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대개 나이 든 사람들이지요. 젊어서는 땅을 보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단 차이를 감지해서

쉽게 넘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이 들면? 아니되옵니다. 평형감각도 무뎌지고 순발력도 떨어집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경사진 운동장 구르는 공처럼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니 지하철 계단도 조심스럽습니다.

내원암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은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난간도 없습니다.

스틱도 없이 올랐다 내려올 때 스텝이 꼬일까 겁납니다. 이제 고물 다 됐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래도 쓸만한 단풍 꽤 있네요.

 

코 앞이 수락 정상이지만 빽!

 

군데군데 볼만한 단풍은 아쉬움의 깊이를 더합니다.

 

평상과 축대를 만들어 사유화됐던 계곡에 모래톱도 생기고 주인을 되찾았습니다. 잘된 일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을 왜 자기 마당처럼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느냐 말이다.

 

한해를 마감하며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생명의 경이로움.

단풍이라는 현상의 대표가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느티나무입니다.

나뭇잎 색깔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 있고 하나의 나뭇잎에서도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낙엽 위를 걸으며 내 몸이 낙엽이 되어 흩날려 봅니다.

 

단풍은 삭막한 버스정류장이라고 빠뜨리질 않습니다.

내 마음속도 단풍 들었을까요?

 

당고개 가면 맨날 당고개 냉면이냐? 뭐 다른 것 없어?

정류장 옆 내공을 간직한 것 같은 허름한 도가니탕 집이 하나 있는데 '임대문의.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됐고...

뒷골목 횡성한우곰탕집에 들어가 특곰탕 하나 시켰습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곰탕이 아니라 허연 국물 설렁탕이네요.

맨 아래는 나주에서 파는 찐 곰탕, 아롱사태나 양지 등 고기로 국물을 내 맑고 맛이 깊습니다.

 

알딸한 김에 정류장 총각 상회에서 양상추와 양송이를 한 팩씩.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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