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괘씸한 놈 저만 처먹고- 사릉 우리식당

fotomani 2021. 9. 8. 09:14

8월 중순부터 진료시간을 변경하여 화수, 금토만 진료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에는 부모님과 큰형, 넷째형 내외가 모셔진 사릉 영락공원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경춘선을 타고 금곡에 내려 공원묘원으로 걸어갑니다,

인도 없는 구간은 여객이 없어 사라질 무궁화 열차처럼 관심 밖에 버려진 아픔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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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하순에 들며 찜통이 사라져 반갑지만 아직도 낮에는 여름 열기를 느낍니다.

과수원의 배는 폭염을 지나 어김없이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부추꽃입니다. 먹기만 했지 부추꽃이 이렇게 예쁠 줄이야...

 

영락 공원 울타리 밖으로는 광해군 묘도 보입니다.

이제 돌아가시는 친구 부모님들도 계신데 6남 1녀 형제 중 막내인 나는

1990년을 필두로 2006, 2010, 2013, 2019 부모님, 형님들과 이별을 했습니다.

처음 아버님을 모실 때만 해도 마사토니 주변에 뿌리 깊은 나무니 살펴볼 게 많았으나 

지금 와서 보면 그런 것보다 서울 근교에 접근성과 경관이 이렇게 좋은 곳에 모실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나마 이제 나 때는 화장하는 게 순리겠지요.

좋은 묘 자리에 모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속 소중한 곳에 모시고 기리는 게 더 중요하겠지요.

요즘은 제대로 된 커다란 나팔꽃 보기 힘듭니다. 

종이접기 공처럼 각진 도라지 꽃봉오리나 오각 꽃도 보기 좋습니다.

육우 분뇨를 흙으로 청소해 퇴비로 만듭니다.

가시 호박 덩굴과 도토리, 주렁주렁 매달려 가지가 휘어진 대추나무, 색깔은 파래도 답니다. 

근처에 콩탕을 먹으라는데 그건 2인분 이상이어야 주문 가능했었던 것 같고 사릉역 부근에 오니

간단히 <ㅇㄹ식당>이라 붙여 놓았는데 대문으로 들어가니 널찍한 중정에 커다란 대야를 깔아놓고

깍두기 절단기로 무를 썰고 있습니다. 예감이 좋습니다.

소머리국밥과 내장탕, 짜장과 짬뽕처럼 결정하기 힘듭니다. 앞 테이블에선 내장탕을 들고 있습니다.

'나도 저 걸로! 이스리 빨간 것도 하나!'

들깨, 고추기름, 후추, 왕소금, 다진 양념, 다진 청양고추가 가족을 이루고

윤기 흐르는 김치. 무생채, 깍두기 먹음직스럽습니다.

간을 전혀 맞추지 않고 설설 끓여 나오는 하얀 국물 내장탕,

갖은양념을 다 넣고 휘휘 져 내장 한 점에 쏘주 한잔 들이켭니다. '커어~' 소리가 절로 납니다.

밥을 듬뿍 말고 김치, 무생채, 깍두기 넣어 함께 먹으니 리필 부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묘원 입구 구멍가게가 문을 닫아 아버님께 쏘주도 올리지 못했는데 '괘씸한 놈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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