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돈까스, 돈가스, 돈가츠-가츠가츠

fotomani 2021. 9. 21. 11:09

우리 代에서 '돈까스'라면 의례 풀 같은 스프에 후추 뿌리고

쏘주병이나 고기 망치로 얇고 넓게 펴 튀겨 나오는 '까스'에 소스 뿌리고

양배추채에 간장에 식초, 설탕 넣어 만든 드레싱을 팍팍 뿌려 먹는 걸 떠올립니다.

근무를 끝내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다 새로 개업한 <ㄱㅊㄱㅊ>란 돈까스집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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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다는 일식 돈가스집들이 창동과 노원역 부근에도 몇 있긴 하지만

한번 가보려 해도 대부분 '쏘주' 반주를 못해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지 못합니다.

"반주돼요?" 된답니다.

 

반주가 된다 해서 들어오긴 했으나 성북동이나 남산 경양식 돈가스에 길들여져

뭘 먹어야 할지 잠시 망설여집니다. 무난하게 등심 돈가스로 정합니다. 잠시 기다리니 나옵니다.

반찬이야 뻔하지만 8천 원이라는 가격에 이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고기 냄새만 나도 몇 천원이 팍팍 뛰는데요.

 

대개 일식 돈가스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겉바속촉, 육즙, 육향, 탄력성, 분홍색, 히말라야 소금 등입니다.

난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 경험상 이렇게 두터운 등심을 기름 범벅되지 않고

속까지 부드럽게 익혀 나오다니??? 170도에 7분? 아니면 초벌 했다 다시 튀겨 나오는가?

겉바에 집착해 밀가루 대신 전분을 쓴듯하지만 한병 비울 동안 안주 구실 충분히 하고

군내나 푸석함이 없다니... '으응?' 젊은 부부의 얼굴을 다시 보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다음이고 뭐고 다음날 다시 쳐들어갑니다. 

전화번호 적는 명부는 다음 쪽으로 넘어가지 않고 어제 내가 적은 전화번호가 위에 있습니다.

마침 곁에 젊은 여주인이 있어 어제 번호와 아래 번호를 등식 부호로 연결하니 웃습니다.

이번엔 안심과 카레를 시킵니다. "프래시죠?", 소주 달라는 말에 즉답합니다. 

 

어제 등심보다 훨씬 부드럽습니다. 

손님이 없으면 숙성을 하더라도 퀄리티 유지하기 힘들 텐데 대단합니다.

이제야 메뉴판에 적힌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일 손질해 연육 작업을 거쳐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답니다.

어떻게 이 골짜기에서 개업하게 됐느냐 물으니 집이 이 근방이고

전엔 대학로에서 근무했었다 합니다.

 

소금에도 찍어 먹고 참깨 갈은 수제 소스에도 찍어 먹어 보았으니 이젠 카렙니다.

바로 찍어 먹어 보기도 하고 뒤집어 찍어 먹어 보기도 하지만 역시 카레엔 밥입니다.

 

돈가스는 일본의 개항 음식입니다.

검은 머리 서양인이 되고자 하는 일본 사람들 심성이 숨겨져 있는 음식 같기도 합니다.

수건 달라하면 '타월이요?' 되묻는 한국사람처럼 고독한 미식가에서 '라이스' 달라는 것 같아 웃음이 납니다.

'라이스' 사발의 단어들이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부부의 결심을 읽는 듯합니다.

내 저녁 혼술 해결해주고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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