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감격시대- 송림식당(우렁쌈장)

fotomani 2023. 2. 20. 06:44

정형외과에 환자가 제일 많다지요?

저도 그 대열에 끼게 되었으니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어떠세요?"

"글쎄요 약 안 먹으면 통증이 오고 약 먹으면 나지고..."

(무슨 대답이 그래? 그러게 주사 맞으랬잖아! 못 마땅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럼 주사 맞지 않으실래요?"

(이 양반은 다짜고짜 주사래, 속마음 내보일까 겸손하게)

"주사 맞기 전에 보존적인 치료를 계속해보면 안 될까요?"

 

"오늘은 어떠세요?"

(아이 ㅆ~ 또 주사 맞으라는 거 아니야?)

"조금 나아진 것 같고 견딜만합니다."

(그래? 언제까지 견디나 보자) "그래도 물리치료는 하실 거지요?"

 

정형외과 증상이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며칠에 한 번씩 의사를 만나 반복되는 얘기를 하자니 민망합니다.

'다음 데자부엔 어떻게 대답하지?' 이러다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오늘(2/16) 보니 물리치료만 받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렇게 뻔한 얘기에 물리치료를 받고 나오니 시내에서 아점하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나와 식성 비슷한 유튜버가 갔었다는 이름도 희한한 <나의집찰솥밥>에 가니 아직 시간이 안 됐답니다.

그 근방 전에 들렀던 집으로 가니 하필이면 오늘 메뉴가 또 우거지에 미역국이랍니다.

모두 허탕치고 전에 들렀던 <봉순네집밥> 곁에 있어 들러야겠다 맘먹었던 <송림식당>으로 갑니다.

여기서 밥을 먹고 방산시장 의신상회에 들러 버터 하나 사들고 들어가야겠습니다.

'아이고 엉덩이야'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거나

본문 아래 공감 옆 <구독하기>를 누르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혼자세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네에~,  우렁 쌈장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우렁쌈장은 뭐고 우렁 된장은 어떻게 다른 걸까?

얼마나 자신 있으면 백반 이름이 우렁쌈장, 우렁된장일까?

중부시장  근방에는 가내공업 수준의 작은 공장들이 많아

이른 점심부터 만석이 되어 혼밥 하려면 눈치가 보입니다.

그런데 혼자서 쌈밥을 먹을 수 있다니요? 이렇게 황송할 수가아~

식탁 한가운데를 비워놓고 쌈채바구니, 보리밥+흑미밥 양푼, 1인용 간이 반찬그릇이 놓입니다.

어떤 분이 철 따라 한 번씩 숙변이 나올 때까지 일주일간 단식을 한답니다.

그렇게까진 못하지만 나는 옥수수밥이나 쌈밥을 먹으면 속이 편해지고 몸무게가 주는 듯합니다.

그런데 상추, 깻잎, 신선초, 알배추닢,  쑥갓이  듬뿍 담긴 소쿠리가 나오니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흰밥대신 보리밥 줄 수 없느냐 물으려 주춤거리는데 어찌 알고 두 가지 잡곡밥이라니~~

그런데 식탁 한가운데엔 뭐를 놓으려고 저렇게 터를 많이 잡았을까?

 

이윽고 펄펄 끓는 뚝배기가 중원 빈자리에 하나아, 두울, 무려 세 개가 차례로 놓입니다.

달걀을 몇 개를 풀어 넣었는지 짐작도 안 가게 넘쳐흐르는 달걀찜,

보기만 해도 맛깔스러워 보이는 우렁 쌈장,

거기에 된장찌개까지... 원 이런 시상에~~

 

2인상에 나갈 거 잘 못 나왔다고 가져갈까 봐 재빨리 숟갈로 헤쳐 놓습니다.

양푼에 반찬 쓸어 담고 깡장을 퍼 넣어 비빕니다.

동물성이 없어도 푸짐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우선 배춧잎에 깡장을 꾹 찍어 맛을 보니 짜질 않고 우렁이 씹히며 구수한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거기에 푸딩 같은 계란찜은 퍼도 퍼도 바닥을 쉽게 내보이지 않고 

두 가지 잡곡밥, 쌈장만으로도 다른 고기반찬이 거들떠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혼자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황송한데 이렇게 푸짐하게 쌈을 주다니?

불광역 <명가쌈밥> 이후 처음입니다.

다섯 가지 쌈채로 싸 먹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헤아리며 이리 싸서 우걱우걱, 저리 싸서 와구와구.

싹싹 긁어먹고 나니 생강맛이 스쳐 지나간 식혜까지 갖다 줍니다.  아~ 감동입니다.

현금으로 계산하며 이거 혹시 2인분 잘못 나온 거 아니냐 물으니

쌈장만 양을 적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구별 없이 한 상차림으로 나오는 것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앞자리 3인상의 쌈소쿠리도 양이 똑같습니다. 

그 테이블엔 모자라면 당연히 리필해 주겠지만 1인 상에 양을 줄이지 않고 나오다니~~

맛있는 강된장과 푸짐한 쌈채를 반기는 나에겐 최애식당으로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엉치 시큰함도 잊어버린 하루가 되었습니다. ㅎ

닥다리 티스토리블로그

https://fotomani.tistory.com/

<닥다리로가는길> 카톡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