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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이들을 위한 밥상- 임금님밥상

fotomani 2023. 12. 24. 09:41

 

 

지금 나이쯤 되면 한 해가 지난다는 게 태어난다는 것처럼 경이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별 것도 아닌 잔병치레가 길어지기 일쑤고 별 것 아닌 추위가 차가운 바늘 송곳처럼 파고듭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만남조차 번거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막상 만나면 즐거운데도 말이지요.

부쩍 추워진 날씨에 꼼지락 거리기도 싫어질 때 잊지도 않고 불러주는 친구가 곁에 있으니 축복받은 거지요.

<임금님 밥상>이라는 상호라 규모가 매우 큰 식당인 줄 알았으나

창밖에서 들여다 보이는 풍경은 단독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강남에서 보기 드문 작은 식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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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약속시간 전이었는데도 식당은 지긋한 사람들로 붐볐고

우리 테이블엔 벌써 메인 메뉴 같은 반찬이 깔려 있었습니다.

술꾼 같으면 이걸로도 각 일병은 충분할 것 같은 차림이었습니다.

 

 

생선회, 문어숙회, 연어와 샐러드, 미역국.

샐러드가 뭔지도 몰랐을 시절에 깍둑 감자, 당근, 오이를 마이요네즈에 버무려

새로운 세상을 느끼게 해 주었던 촌스러운 샐러드가 떠오릅니다. 

 

 

신사동 <알아서 주는 집>이 연상되게 차림표에 신경 쓰지 않아도 계속 나오는 음식들.

'이제 천천히 내와도 돼요.' 

메인요리 하나에 승부를 거는 음식점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하나씩 내놓으며 솜씨를 자랑하는 집이 있지요.

음식이 다채롭다 보면 약점 잡힐 확률도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계속 나오는데도  매번 새롭고 놀랍습니다.

 

 

데스크에 자매가 앉아 식당을 꾸리는 집이 몇 있습니다.

종로 3가에서 해장국류와 따구를 전문으로 하는 영춘옥

종로 2가 YMCA 골목에서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장터국밥을 팔던 지금은 재개발로 없어졌을 시골집.

이 집 자매는 상대적으로 주니어답게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기분 좋게

말(言) 안주를 뿌리고 다닙니다.

술을 한잔도 못하는 친구는 그 분위기에 취했는지 연신 너털웃음을 터뜨립니다. 

이제 우리가 자극적이 아닌 잔잔한 맛에 감동하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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