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새해맞이 국수액땜

fotomani 2024. 2. 13. 14:28

 

매년 색다를 것 없이 뻔한 인사말이지만 새해 복 많이, 건강하십시오. 꾸버억 OTL.

지난 연말부터 생선가스를 먹어야 한다는 계시가 내려왔습니다.

연휴 새해 다음 날 성남 현대시장 수제 돈가스집에서 홍메기로 생선가스를 기차게 만든다 하여

운동삼아 그곳으로 가려했습니다.

그런데 그 먼델 왜 가냐? 가까운 남대문시장 돈가스집에서 동태를 통으로 튀기는데

이 집에서는 돈가스보다 이걸 들어야 한다 들쑤시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내를 어정거리다 이곳으로 갔더니 당연히 휴무입니다.

 

하릴없이 명동을 거쳐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쪽으로 향하려는데

이 참에 마늘 듬뿍 명동칼국수나 먹으라는 들리지 않는 속삭임에 명동교자로 가니 벌써 줄이 깁니다.

포기하고 을지로 쪽으로 향하니 생각지도 않은 분점이 나타나는데 여긴 줄이 길지 않습니다.

'옳다구나. 땡이로구나.' 줄을 서니 혼자냐 물으며 유치원생 다루듯 맨 앞에 세워줍니다.

설날 내 자전거가 추돌 접촉 당하며 안 좋았던 기분이 액땜하듯 사라져 버립니다.

홀은 사람으로 가득하고 1, 2, 3호..  28호 로봇들이 바쁜 듯 식탁 사이로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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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칼국수를 시켰는데 마늘향 짙은 겉절이를 먼저 내옵니다.

새해 첫날부터 마늘 냄새를 풍풍 피워봐?

그러나 내 앞에 대령한 칼국수는 내가 알던 옛날 명동 닭칼국수가 아닙니다.

육수도 닭국물도 아니고 만두에 다진 고기 볶음이 고명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면발은 내 마음을 읽은 듯 부드럽게 삶아져 뻗댐 없이 식도로 흘러 넘어갑니다.

달라진 얼굴로 나를 맞이한 칼국수였지만 그런대로 되찾게 할 맛이었습니다. 

 

 

시장통이니 월요일은 하겠지 하며 다음날 남산을 찾았습니다.

낮은 산이긴 하지만 역시 한동안 쓰지 않은 걸음이라 6km에 부담이 약간 옵니다.

한 해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세월의 흔적인 목주름은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꼴을 보며 '웃기지 마라' 하듯 길바닥 아스콘 덩어리가 '박유'합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습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온 젊은 친구도 올라가 확인까지 해보며 맥이 풀어집니다.

 

 

어제보다 늦은 시간이라 명동교자에서 줄 설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회현역 쪽으로 가다 보니

'35년 전통, 겉절이가 끝내 줍니다' 입간판이 나를 유혹합니다.

겉절이부터 꺼내다 주는데 끝내주는 것까진 모르겠지만 때깔은 좋습니다.

닭, 멸치, 바지락 중에 바지락을 고르고 나서야 발라먹을 귀차니즘이 발동합니다.

바지락 칼국수에는 북어 조각이 합방했습니다.

국물 맛이나 면은 좋았는데 성급히 끓이다 보니 면발이 아직 살아 있어 아쉬웠습니다.

요즘 식사량이 줄어 1/3 정도 남기고 일어섰습니다.

 

 

'저녁 몇 시에 드실 거예요.'

'나왔다가 들어가야겠네요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알람에 깨 문자를 보니 2시 반, 지금 3시 반에  '놀자' 문자가 들어와 있습니다.

무심하게 그냥 집에 들여보내면 올 한 해 계속 섭섭하지요.

술 욕심 많은 후배는 1차 수육과 막걸리에 2차 닭날개와 쏘주 코스를 이미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칼국숫집의 수육도 손님에게 중이나 댓 자를 강요하는 기색 없이 쿨하고 맛있게 나왔지만

다섯 가지 잡곡으로 만들었다는 부드러운 혓바닥 같은 들깨수제비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이번 설연휴는 국수로 취했습니다.

'낼은 꼭 생선까스 먹꼬야 말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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