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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은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는가?- 여순득 벌교꼬막정식 1968

fotomani 2024. 4. 14. 08:01

 

2007년 추적이는 벌교 읍내, 상다리 휘어지게 나온 전형적인 남도 꼬막 밥상은

먹지 않았는데도 포만감에 늘어지게 만드는 중독성을 지녔습니다.

꼬막찌개, 꼬막전, 꼬막무침, 삶은 꼬막, 양념꼬막 등등 

차진 꼬막살의 매끄러움과 배릿함은 여행의 해방감과 함께 뿌리는 비인지 술인지 흐드러져

아직도 꼬막 하면 의례 떠오르는 추억의 한토막입니다.

 

 

 '오떡순'이라는 말을 아줌마 이름인 줄 알았으니 순진하달까요? 어리석달까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순득'이라 해서 서글서글한 사장님 이름인가 했더니

여자만, 순천만, 득량만 등 벌교를 중심으로 좌우에 널린 갯벌(灣)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순득 벌교 꼬막정식 1968>이라는 긴 이름이 완성된 것이었습니다.

대기가 길다 해서 영업시간 전에 찾아갔습니다.

첫 손님이었지만 벌써 빈자리마다 예약석이란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밥을 다 먹을 즈음엔 자리가 2/3 정도 차더군요.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모처럼 인천까지 왔는데  달랑 꼬막정식 하나 먹고 가면 후회될까 봐 꼬막물회정식으로 시켰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카트를 가지고 와 기본반찬들을 좌르륵 늘어놓았습니다.

새우장, 어묵튀김이 보이고 비빔밥을 해 먹을 수 있게 김과 날치알 들어간 대접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이윽고 밀려나오는 메인 메뉴 들에 꼬막이 그렇게 많이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흐뭇해지기 충분했습니다.

그중 하나인 간장 꼬막, 자극적이지 않고 비주얼이 가장 좋았던 꼬막요리였습니다.

 

 

지금처럼 온 국민이 '먹방 중흥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것처럼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시절이 아닌 아주 오래 전

홍어는 아는 사람들만 찾는 기호 음식이었습니다.

중랑구 묵동의 작은 홍어집에서는 무침을 주문 즉시 버무려 나오곤 했는데

그래서 홍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즐겨 먹는 인기 아이템이었습니다.

단짠맵이 대세가 될 것을 읽은 주인 할머니의 선견지명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던 시절인데도 무채가 떨어지면 칼 같이 문을 닫곤 했지요.

이처럼 갖 무친 무채로 먹음직스럽게 산처럼 쌓아 올린 꼬막무침.

비벼 먹을 걸 염두에 두면 단짠맵이 정답입니다.

 

 

물회, 이것도 야채에 진심인 나의 취향에 딱 맞습니다.

아침부터 얼음 듬뿍 든 물회에 선뜻 손이 뻗치지 않는 것은 그 때 뿐

섞어 놓으니 시원스레 식도를 타고 흘러 내려갔습니다.

숙취로 덜 깬 열기를 다스리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기본 반찬이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간장 꼬막, 꼬막 무침, 꼬막 물회, 삶은 꼬막이 들어오며

맛에 대한 호기심과 식욕도 잠시, 

엄청난 양에 질려 '이거 언제 다 먹어 치우지?' 하는 강박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맛을 즐기기 위한 깨작거리는 숟가락질은 처음에 고작 한 두 번, 허겁지겁 전투하듯 먹다가

양이 좀 줄어들어서야 쌈 싸 먹을 생각이 났습니다.

깻잎에 비빔밥을 조금 올려 눈을 감고 우물우물, 김에 싸서 오물오물,

벌교에서 먹을 땐 비가 왔었지.

내장을 철판 위에서 구우면 경이롭게 쪼그라들어 본전 생각나는 것처럼

그 많은 게 우리 뱃속에 들어 가다니 우리의 위는 위대합니다.

 

 

오면서 삼산농산물 도매시장에 들렀습니다.

규모도 크고 도산매를 하여 재래시장에서 사듯 작은 양도 싱싱한 것으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동네 시장이나 마트에 길들여졌다 여기에 오니 전부 거저인 듯하였습니다.

충동구매 주의, 절제 필요, 그래서 산 게 겨우 호박고구마와 토마토, 아삭이 고추 한봉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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