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일요일,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있다가 9시가 임박해서야 광릉 숲길이나 걸어야겠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창동역에서 진접행 전철이 9 시대에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거꾸로 진접 대신 의정부에서 23번 버스를 타고 산림생산기슬연구원에 내려
국립수목원- 봉선사-왕숙천-장현으로 가 수구레국밥을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 시간대 일요일 23번 버스 배차는 거의 한 시간이었습니다.
의정부역에 내려 천천히 거리 구경하며 걷다 10분 정도 여유를 두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면
마침 며칠 전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그 여파로 버스는 만원이었습니다.
화창한 날씨와 함께 흐트러지는 소란함은 휴일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기 충분했습니다.
불과 한 달 사이인데도 광릉 숲길은 생명의 파란 기운으로 가득 찼습니다.
시원스레 죽죽 뻗은 메타스퀘이어와 전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로 숲향기가 싱그러웠습니다.
얼리버드로 사람 별로 없는 이른 아침에 돌아다니던 나에게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은 낯설었습니다.
데크 바닥에 전에 보지 못했던 멋진 실루엣이 그려졌습니다.
뜻하지 않은 향연에 늘근아이는 셀카 노리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봄 햇살은 나뭇잎을 더욱 파랗게 만들고 자기들끼리 속삭이는 이야기를
그림자로 엮어내고 있었습니다.
"뭘 그렇게 찍어요?"
지나가던 예쁜 아줌에게 '스데끼' 끝으로 지긋이 그림자를 가리켜 줍니다.
'나한텐 왜 저런 거만 걸리지???' 라는 말풍선을 공중에 남기고 종종걸음 갈 길을 가는 듯합니다..
나는 왜 이럴까?
광릉숲길을 다니면서 '귀한 수구레' 현수막 때문에 한번 들러보고 싶었던 국밥집.
수구레 국밥은 현풍시장이나 창녕시장이 유명한 데서 알 수 있듯 서민 음식입니다.
수구레 파동을 겪어보기도 했고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먹어본 기억은 없습니다.
6-70년 대 싸구려 부속고기들이 신분상승해서 웰빙식품으로 팔리고 있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수구레는 겉껍질 안쪽에 붙은 콜라겐이 많은 부위입니다.
원조격인 경북 현풍이나 창녕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수구레 국밥은
수수레 넣은 선지해장국에 얼큰하게 청양고추와 대파를 듬뿍 넣은 것인데
이 집 국밥은 얼큰한 맛이 없네요.
그냥 수구레가 어떤 것인지 한번 먹어볼 만은 합니다.
부들부들 쫀득쫀득하다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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