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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일지(4) - 우리의 소원은...

fotomani 2009. 10. 12. 09:13

서랍장인지 장식장인지를 만들어 본다고 설쳐댄 지 한 달. 장부짜기 힘들다는 서랍을 몇 개 만들고 처음에는 ‘재단까지 해주는데 이제 프레임은 그저 조립하고 칠만 쓱쓱하면 끝나겠구나’ 하는 철없는 생각이 점점 뒤로 갈수록 거저 먹는 게 아니구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 나 자신을 되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짧게 재단된 문짝을 자투리 나무로 이어붙이고 나비장이라고 장식을 해넣었다.

 

‘집에서’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첫째 소음과 먼지이고 다음은 테이블쏘와 라우터테이블의 필요성이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이 소음 때문에 이웃 눈치 봐야하고 평소보다 더 깨끗이 작업 흔적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먼지 때문에 마누라 눈치를 봐야한다. 

 

          

그러나 이렇게 보면 비뚤빼뚤. 20X10미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뭇조각을 손톱으로 자르니 그게 되나? 게다가 무른 스프러스를 끌질하니 뭉그러져 버린다. 나비장은 단단한 나무나 대목처럼 커다란 기둥에서 할 일이다.

더구나 종류와 량이 한정된 판재에서 재단이라도 잘못해오면 다른 나뭇쪼가리라도 붙일 수 있게 직선재단 할 수 있는, 하다못해 간이 테이블쏘라도 만들어 써야 하지만 간단한 서랍장 하나 만들고 보관이나 처분해야할 ‘덩치’를 만든다는 것도 그렇고 테이블쏘와 라우터테이블을 겸용할 수 있는 작은 접이식 테이블을 만들자니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더구나 이제나 저제나 ‘이젠 방에 들여다 놓고 써도 되나’하고 기다리는 처자(?)의 눈치에 마음만 바빠진다.

 

 

아침에 한 차례 칠을 해놓고 들어와보니 까치가 질펀하게 똥을 싸놓았다. 요산때문인지 아무리 걸레질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동안 가구랍시고 만든다고 문지방이 뻔질나게 <우트워커>를 드나들며 원형톱, 테이블쏘, 라우터테이블 등 각종 검색어를 넣고 뒤지면서 ‘아 간단히 조립해 쓰면 되겠구만’ 했던 생각은 막상 내 자신이 필요성이 생기니 마음이 있어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회원님들의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경첩도 달고..

결국 거의 끝까지 와서 20미리 짧게 재단한 실수로 선반은 못하고 가운데 문짝도 못해다는 결과물을 낳기는 했지만 변변치 못한 공구로 짜투리 나무를 이용해 원시적인 ‘본드;집성도 해보고 비록 비뚤빼뚤 나비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나비장도 해박아 보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결국 가운데 문짝과 선반은 해넣지 못했다. 아래 받치고 있는 나의 작업대. 우마사다리. 올 겨울은 화분대로 지내고 내년에 다시 보자!

장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초보들의 불행은 제한적인 자재선택이다. 상판(혹은 천판)만이라도 좋은 부재를 쓰고 싶지만 제작 중 변동이 생길 수도 있는 가구형태에 대응하기 힘들고 그래도 좋은 자재를 쓰고 싶다면 근처 목공소를 찾아 부지런히 재단해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나를 위해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우마사다리>에게 감사드리고 이제 다음에 너를 부를 때까지 직책을 화분대로 임명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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