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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요, 내가 와쏘!-나주 석장생 탐방기

fotomani 2010. 1. 23. 12:34

 

여행지를 선택하는데 어차피 돈과 금쪽 같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가성비를 생각해 한번에 보다 많은 명소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형적인 예가 여행사 당일코스 상품인데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돌다보니

서울에 도착해서 다음 날을 준비해 쉴 시간이 없고,

몇 번 가보면 다 그저 그래서 흥미가 없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새벽 1시30분 출발 광주행 심야 고속버스.

 

 

나주에서 보내 준 안내책자와 그림지도를 보며 이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홍어삼합은 구미를 당기는데, 목포나 담양, 화순, 광주면 몰라도 나주에 뭐볼꺼 있나?

아니 그 돈들이고 거기 가긴 아깝잖아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안내책자를 펴든 순간 불회사와 운흥사 석장생이 나를 만나고 싶다고 강하게 끌어 당긴다.

 

할망 할배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5시 30분에 광주에 도착하여 ,웰빙기사식당>이라는 곳에 들러 시킨 백반.

사진을 찍으니 홍수환도 이곳에 들렀다 자랑한다 1인분 3500원.(2006년)

 

새벽에 광주에 내려 렌트카를 하나 빌어 나주로 향한다.

 

장승은 마을의 경계석, 혹은 수호석등의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겠으나,  

이거다 저거다 잔소리 마시고, 잘 생긴 장승(벅수, 법수)은

가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언젠가 벽송사 장승인 호법대신을 본떠서 비스무레하게 하나 깎아보려고  

끌과 망치로 소나무에 걸터 앉아 다듬는데, 사람 얼굴을 닮아 갈수록

왠지 모르게 나무를 깔고 앉고 작업하는 것이 불경스러운 것 같아,  

슬그머니 따로 플라스틱 목욕탕의자를 마련해놓고 옆에 앉아 장승을 끾았던 기억이 난다.

소원, 치병, 출생을 비는 습속은 이와 같이 단순한 데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벽송사 호법대신

 

 

본토 홍어회를 꼭 먹어봐야 했다면 집사람을 모.시.고. 가지 말아야 했다.

더구나 하루 일정으로는 빠듯한 거리 아니던가? 

내심 못간다는 대답을 기대하고 던진  

나의 제안은 단칼에 박살나고야 만다. 홍어삼합의 야무진 꿈은 사라지고...

 

운흥사.

 

나주호를 옆에 끼고 덕룡산 동쪽 계곡으로 들어 간다.  

멀리 보이는 단청도 하지 않은 천왕문. 그 곁 새마을 도로 양쪽에 석장생이 마주 보고 있다.

우측에 할머니 하원당장군 좌측에 할아버지 상원주장군.

 

 

 

오른쪽에 서있는 하원당장군.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린 편평한 얼굴에 상대적으로 작은

주름코, 눈과 입주위 주름, 가지런히 나있는 이빨, 웃고 있는 것인지 이를 드러낸 것이

잡귀를 물리치려는 것인지 웃을려는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지만, 매우 순박하게 보여

이래서야 요새 잘 출몰하는 뱀파이어나 무슨 에얼리언 같은 서양 잡귀 겁주기나 하겠어?

 

할머니 장군은 다소 평면적인 얼굴판에 얕은 코가 나온 모습으로  

동그란 두 눈에 눈과 입 주위에 주름을 기하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언듯 보기에 수염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이고 얼굴을 우측으로 살짝 기울이고 있다.

 

 

남자인 상원주장군. 똥그랗고 커다란 왕방울 눈, 한일자 입술사이로 튀어나온 견치

양갈래 기다란 수염, 주먹코.

 

그에 비해 주장군은 코와 볼이 살이 붙어 풍부한 느낌을 주고,

양 갈래의 턱수염과 관모를 쓰고 있다.

“왜 나를 불렀수?”  

 

종로 3가 피카디리 앞에 노부부가 앉아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간이천막 옆에 의자에 걸터 앉아 그야말로 물끄러미 행인을 쳐다보고 있고,  

천막 안의 할머니는 과일 몇 개와 몇날 지나야 겨우 한 개 팔릴까 말까한  

전혀 구색이 맞지 않는 물건을 펼쳐놓고 나를 쳐다봐서 눈이 습해진 적이 있는데, 바로 그 꼴이다.

전혀 위협적이지도 그렇다고 사람을 끌 수도 없는 미소를 띤 채 나를 보고 있는

할망, 할배….

 

 

원래 운흥사는 신라에 창건 된 절로 주춧돌 흔적만 있었다 하며  

그러한 세월의 흔적은 대웅전 앞에 있는 마치 타제석기와 같은 괘불대에서도 볼 수 있다.

 

 

 

 

절의 오래 된 역사를 말해 주듯 새로 지은 천왕문에는 문의 규모와는  

부조화를 이룰 정도로 작은 오래 된 사천왕 목조상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다른 절에서 볼 수 있는 발 밑에 잡귀를 밟고 있거나 하는 세부적인 묘사는 별로 없지만  

눈썹이 치켜올라가 부릅뜬 눈모양과 몸의 사실적 묘사는,  

말뿐이 아닌 실력 행사로 세속의 잡귀를 물리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찬 이슬 맞고 서있는 석장생과 비교한다면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재산을 모두 등록금으로 말아먹은

서울로 유학가 돌아보지도 않는 인정머리 없는 손주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다.

 

불회사.

 

 

길 옆에서 보이는 일주문은 아침 안개에 싸여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절로 들어가는 숲은(비자나무라고 함) 너무나 울창해서 오솔길로 들어 오는 햇빛조차 막고 있다.

운흥사와 마찬가지로 천왕문에 앞서 석장승이 길가에 마주 보고 있다.

오른쪽에 여자인 하원당장, 왼쪽에 남자인 상원주장군이라 되어 있으나 

얼굴모습은 남녀가 뒤바뀐 모습이다.

 

 

 

 

운흥사의 석장생과 조각기법이 유사하나 좀 더 볼륨감이 있다.

 

석수쟁이가 대취로 착각해서 남자에 하원당장, 여자에 주장군이라 해놓았다 생각하니,  

누군가 그 꼴을 보지 못하고 下자 만이라도 上자로 바꾸고 싶었으리라.  

그래서 하원당장의 下자를 上자로 고치려다 만 것처럼 正자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인가 60 넘어가면 모두가 대충 중성인데…

이곳의 장생은 대체로 운흥사 것과 유사한 조각기법을 가지고 있으나

운흥사보다는 좀 더 세부적인 묘사가 구체적이고 볼륨감이 있다.

 

 

불회사 상량문에 의하면 마한시대 마라난타에 의해 창건되어 오늘에 이르른

우리나라 최초의 절이라 하며, 경내는 매우 잘 정돈되어 있어 어수선한 느낌이 없다.  

대웅전은 월정사처럼 대웅전과 면한 기슭의 나무를 모두 없애고 잔디를 깔아 놓았다.  

특히 이곳에는 건칠불(종이로 만든불상)인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다.

 

철천리 석불입상과 칠불석상

 

이 석조각물들은 양지바른 덕룡산 줄기 낮은 언덕 위에 있다.

모내기를 갖 끝낸 논이 보이는 언덕 위에는 석불입상을 중심으로 뒤에는

수미산을 상징하는 흙둔덕을 만들고 왼쪽에 칠불석상이 있어

송림 사이로 흘러드는 아침 햇살에 신비감을 더 한다.

 

배모양의 배석을 대고 있는 석불입상은 마치 부여 은진미륵을 보듯 넓적한 얼굴과 비율을 갖고 있다.

관촉사에서도 은진미륵 앞에 미륵전을 두어 유리창을 통해

조망이 되도록 하였는데, 이곳에서도 가건물을 만들어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다.

 

 

마치 은진미륵을 연상시키는 얼굴의 비율과 늘어진 귀, 네모 난 얼굴의 마애불상은

촛불모양의 배석과 한 덩어리로 조각되었고, 대체로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앞에 있는 칠불 석조각물이 흥미로와서, 사각형의 밑바닥을 가지고 있는

원추형의 오면체에 동서남북 각각 1,2,4,1 모두 8구의 불상이 조각 되어 있었다 하는데

지금은 서쪽의 1구는 없어져 버렸다.

 

 

애개 이게 뭐야" 하실지 모르겠지만, 화강암에 이정도 조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모호하게 표현된 부처님의 얼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처님의 얼굴을 겹쳐

그려 보는 여유를 가져보심이 어떨지...

 

 

화강암에 대리석처럼 미세한 조각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대리석 같은 섬세하고 미려한 표현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생략되어 있는 모양을  

투박하고 단순한 화강암의 불상을 보며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있는 부처님의 모습으로  

상상을 해가며 완성해가는 재미를 주고 있다. 

 

 

영산포 등대. 내륙에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등대로 댐이나 하구언이 없을 때에는

수위가 높아서 배가 드나들 정도였다 하며,

왼쪽이 코를 쏘는 냄새가 진동하는 홍어거리로 각종 홍어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복암리 고분군. 층층구조의 석실을 가지고 있는 고분이라 하여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가 해서 갔던 곳.

아직 전시실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아이들만 고분 위로 뛰어 다니고 있다

 

나주에서 이 여섯개의 석조각물만 보고 와도 아쉬움이 없겠지만, 그래도 본전을 뽑겠다면,

나주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책자와 관광지도를 신청해서, 그림지도와 권역별로

잘 소개가 된 책자를 받아 볼 수 있다. 남는 시간은 이 책자로 천년 牧使의 도시

나주 시내 여러 곳을 둘러 볼 수 있으나 그림지도를 가지고 유적지나 관광지를

찾으면 대략 낭패를 본다.

왜냐고? 자기 주관대로 중요도에 따라 크게 작게 멀게 가깝게 그려놓았으니까.

 

나주곰탕집. 펄펄 끓는 무쇠 솥에서 기름을 계속 걸러 낸다. 따라서 국물은 이와 같이 맑다.

 

 

지도에 의지하여 볼 곳을 찾는다면 머리까지 온전히 남아 있는 석당간, 나주읍성

금성관, 대성전, 구 나주역사, 목사내아, 동신대학 내 사진기박물관 등이 있겠고,

이 모든 것은 물론 영산포 홍어삼합이나 나주곰탕, 한정식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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