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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우는지 아나?, 엉데이가 마이아파” - 바이크라이딩 동승기

fotomani 2010. 1. 15. 17:15

다음은 고등학교 동기이며 의사이자 타투이스트.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고등학교 동창의 강력하고도 집요한 요구로

마지못해 뒷자리에 동승했던 경험기이다.

 

 

 

벌써 5-6년 전인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고등친구가 효성 <미라주>라는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더니

이젠 할리 데이비슨(이건 증상이 중증이라 보아야 한다)이 몸에 착 달라붙는다며

혼다 <쉐도우 750>을 끌고 출퇴근까지 할 지경이 되었는데

사실 그런 외도는 길어야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다.

 

같이 술을 한잔하면 이야기 소재가 무엇이 되었든 꼭 오토바이로 이야기가 끝을 맺는데,

나를 점지하며 “네가 바이크 안 타면 누가 타냐? ”라고 결론을 내릴 때면,

도와줄 것 같은 동창 놈들도 내가 언제 오토바이가 위험하다고 했냐는 듯이

입을 싹 씻고 그래 그거 좋겠다고 바람까지 넣는다.

끌고 당기고 밀리고 밀리다 결국 대청댐으로 가는 바이크 라이딩에

뒷자리 올라타기(탠텀)를 마지 못해 응하고야 말았다.

 

일요일 아침 10시 사당역 근방 주유소.

벌써 동호회원 십여명이 모여 있다. 등산복 바지에 남방 하나 걸치고 갔던 나는

친구가 건네주는 윈드쟈켓과 헬멧을 걸친다.

일생을 통해 두세 시간 오토바이를 타보았나? 친구는 걱정 말라며 뒤에 타란다.

요란한 폭음과 함께 몸이 약간 뒤로 제쳐지며 오토바이는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가는 것 같다.

 

바이크 라이딩은 선두에 <로드마스터>, 좌우에 <레프트, 라이트 암>, 끝에 <리어>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있어 필요에 따라 사이렌과 경광등을 켜고 앞뒤를 오가며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며, 교통상황에 따라 1열 혹은 2열 종대로 나간다.

 

카메라를 한손에 잡고 폼나게 몸을 돌리며 라이딩의 멋진 사진을 얻어 보려는

나의 꿈이 얼마나 멍청했었는지를 알게 될 때까지 불과 수분이 걸리지 않았다.

바이크가 좌우로 방향을 틀 때마다 봅슬레이처럼 운전자와 한몸이 되어

운전이 쉽도록 구심점을 향해 상체를 기울여 무게를 실으려 하나,

 

몸은 철저히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 그와 반대 바깥 쪽으로 벗어 나가려고만 한다.

심지어 길바닥의 요철때문에 퉁겨 올라와 중심에서 빗겨난 엉덩이를 좌석 중심에

맞추어 주는 간단한 동작조차도 몸이 굳어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조치원 홍익대 분교 앞.

포항과 경남지역에서 올라 오는 동호인들을 기다리느라 쉬는 동안에도

고관절은 장시간 벌어진 채로 매달려 와서 아파오고, 사타구니는 멍이 들었는지

땅바닥은 말할 것도 없고 푹신한 좌석에 궁뎅이를 올려 놓아도 아프다.

아직 반환점도 못 왔는데 나혼자 되돌아 간다고 떼쓸 수도 없고… 하늘이 노오래진다.

 

바이크는 10여대에서 시작하여 중간 합류지점을 통과 할 때마다 늘어

나중에는 근 50여대에 이를 정도가 되니, 바이크 대열과 배기음은 장관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라이딩은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질서와 예의를 지키며 진행되었으나,

지나면서 보는 행인과 운전자의 반응이 다양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청댐 주변은 길가에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혼잡하다.

댐 아래 다리를 건너 산중턱에서 대청호를 내려다 보니 비가 별로 오지 않은 듯

녹조를 약간 띠고 있으나, 시원하게 탁 트인 전망은 엉덩이의 복잡한 상황을

잠시 잊을 만 하게 만든다.

이때쯤 되니 봅슬레이 선수처럼 운전자와 호흡을 맞추어 몸을 기울이는 것도 가능해지고,

 

발걸이를 딛고 엉덩이를 조금 떼는 것도 가능해진다.

저 앞의 로드마스터가 안장에서 몸을 떼고 서서 바이크를 몬다.

엉덩이를 안장에 댈 수가 없도록 통증처럼 배겨와 나도 엉거주춤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상체를 들어올리니,

곁에 따라오던 라이더가 '저렇게 늘었나'하며

화들짝 놀라 눈이 뚱그래지는 것을 선글라스 아래서도 느낄 수 있다.

“왜 (몸을)세우는지 아나?, 엉데이가 마이아파”

남의 속도 모르고...

 

이제 헤어져야 할 때, 서울로 올라 오며 대열은 숫자를 줄여간다.

8시를 조금 넘겨 수지에 사는 친구의 집 앞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는데

귀는 배기음으로 웅웅거리고 고관절과 사타구니와 콧잔등은 화끈거리고

그 맛있는 안주와 소주를 들이키는데도 엉덩이는 안절부절이다.

동호회장인 친구가 말한다.

 

“오늘 진 많이 뺏지? 오늘처럼 오래 탄 날은 나도 처음인데, 허허.

보통 때는 세 네시면 헤어져.”

 

혼다 쉐도우750. 2004년 "좀더 길게, 좀더 낮게, 좀더 강력하게"라는 컨셉으로

출시되었다 한다. ....고급스러워진 시트는 라이더의 엉덩이를 편안하게 감.쌀. 뿐.

아니라 엔진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승차감을 높인다........

 

웃기지 마라, 그건 운전자만 해당될 뿐 꽁지에 매달려 가는 사람도

인간이 되고 싶단 말이다!

 

 동호회 회장으로 있는 친구와 동호회원.(클럽 쉐도우)

 

 

 

 

 평택근방의 휴게소에서.

 

74세 고령회원

 

 

 

 

 

 

동호회원들은 배기음에 상당히 신경쓰는 듯하다. 내가 보기엔 비슷 비슷한데

저음에서 고음, 변형하는 방법도 가지가지, 종류도 많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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