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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내일부터 접시를 깨자. (성남 모란장)-2006

fotomani 2010. 1. 14. 17:55

 

“아저씨 이거 찍을라모 돈 내야되요.”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에게 아줌마가 웃으며 소리친다.

 

성남과 분당.

같은 행정구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한쪽은 청계천 복개로 강제 이주된 철거민들에 의해

이곳 상하수도도 갖추어지지 않은 황량한 구릉지대에

판잣집을 지어 오늘의 성남을 이루었고,

또 다른 한쪽에선 首都의 급격한 팽창에 의해

서울 강남권 일부가 옮겨간듯 이루어졌으니 사고와 생활에서 동질성을갖추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여튼 70년대 초에 찾았던 성남(광주)과 오늘 찾는 모란장은

황토에서 이는 모래바람이나 중국에서 불어 온 황사만큼이나 서로 닮아 있었다.

그만큼 모란장이 변화를 거부하고 아직도 시골장의 품성을 갖추고 있어서일까?

 

지하철 역을 빠져 나오자 만나는 번잡함은 무언가 생동감이 느껴진다.

인천방향에서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기다란 줄, 철물상 앞에서 간단한 농기구를 흥정하는 사람들,

거리에 잡화를 풀어놓고 있는 상인들, 길옆에 무단주차된 장돌뱅이 차량들,

족발을 팔고 있는 아줌마 이 모든 어수선함이 이곳이 바로 시.장.임을 깨우치게 해준다.

 

 

 

 

 

모란장은 시외버스터미널 곁을 흐르는 대원천을 복개한 곳에 세워진 것으로

다른 재래시장들이 개천을 끼거나 그 위에 세워진 것과 유사하다.

이곳은 4일과 9일에 장이 서는 5일장이며 시장은 화훼, 곡물, 가금류, 채소와 과일,

잡화와 의류 침구류, 기름집들로 크게 구획지어져 있다.

 

 

 

 

 

 

초입부터 나는 노린내. 물론 그곳에는 주범인 개와 닭, 오리들이 있었다.

개장 속의 황구와 그 위에 올라가서 맘껏 목청 돋워 소리지르는 장닭.

개와 닭을 도살하는 곳이니 의례 험상궂을 것 같은 주인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평범한 우리 일상에 만나는 이웃이고

심지어 신세대 아줌마들도 그 사이에 껴서 장사를 하고 있다.

주문하면 양념도 껴서 파느냐는 물음에 화들짝 함박웃음을 짓고

옷자락을 잡고 안으로 들어와서 일단 보시라고 잡아 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상쾌한 몸싸움을 뿌리치고 골목으로 들어가니

화덕에 굽는 생선 냄새에 시장기가 돈다.

 

 

 

 

 

 

 

청양고추전, 전어회, 들깨수제비, 미꾸리튀김, 삼치구이, 시사모구이, 황태구이…

없는 것이 없이 차려놓은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줌마의 대포집에 들어가,

시사모구이 한 접시와 들깨수제비 한 그릇 시킨다.

그 사이에 가판 조리대에는 튀김이 지글거리고,

보자기를 꿰어찬 길가던 아저씨가 파전 하나 시켜 싸간다.

옆 가게 젊은 아낙은 남편이 낚시로 잡아 온 놀래미를 가지고 들어와

먹구 하자며 주인 아줌마를 꼬드긴다.

같이 간 후배가 젓가락 들고 건너가 철퍼덕 앉아서 회 몇 점 얻어 먹고 자리로 돌아온다.

 

 

 

 

 

 

재래시장은 거칠다.

그러나 백화점 같은 세련됨과 정갈함과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하룻밤 눈 도장 찍으러 왔다가는 아들 가족을 못내 아쉬워하며 떠나 보내는 어머니의 투박한 손과

담장 너머로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밀고 눈인사 보내는 여동생의 부러움과 허전함과

촉촉함이 살아 있는 곳이 재래시장이 아닌가 한다.

 

 

 

 

 

이곳을 소개하는 글 중에는 아예 반쯤은 바가지 쓴다하는데, 한번 히죽 웃고 그러려니 해야지,

바득바득 따지다가는 오히려 내가 바보가 될 수도 있겠다.

세상이 온통 겉만 번드르르 뻔뻔해서 어떤 놈은 몇백억, 수천억씩 해먹고도

관례라고 오리발 내미는 판에 이정도 알고 속아 주는 것이야 애교나 재미에 속하지 않겠는가?

그 사람들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시장이라는 것이 수요가 있고 공급이 있는 곳이고, 가격과 질이 수요자의 욕구에 맞아야

흥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하더라도, 도시민이 보기에 아직도 어수룩한 구석이 있는 듯 하고,

그 약삭빠른 도시인을 뺨쳐 먹을 수도 있는 얄궂은 재주를 가지고 있는 곳,

널널하게 아이와 구경 나왔다가 새끼 강아지 하나 끌고 들어가 마누라에게 바가지 긁힐 수 있는 곳,

장에 나온 모든 밤이 공주밤이고, 모든 더덕은 제주산일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 실재하는 곳,

지천에 깔린 주막에서 입안에 들어 갈 수 있는 이세상 모든 먹을거리라면

안주로 맛 볼 수 있는 곳, 더워지기 전에 한번 들러

추억에 잠겨 막걸리로 알딸딸해진 김에 참기름 한 병과 화초 한 뿌리

꺼멍 비닐 봉다리에 꿰어차고 집으로 향하면 어떨까?

 

 

 

 

 

 

궂은 비 내리는 날 /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 . . .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 . . .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 . . . .

 

 

 

 

 

 

 

 

 

청승맞게 최백호의 노래를 틀어놓고, 그건 쓸데없이 왜 사왔느냐고 마누라가 뭐라 하면

못들은 척 마루에 큰 댓자로 뻗어 사정없이 코를 곯아 버리며 투정을 해보는 것은

부성을 찾으려는 것일까? 남성을 찾으려는 안간힘일까?

귓가에 들려 오는 아른한 소리, 그러나 단호한 소리.

 

놀구 자빠졌네.

 

나 오늘은 참는데

 

당신 담에도 그러면 알지!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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