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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분이서 드실건데..?"-노량진 수산시장

fotomani 2010. 5. 18. 14:25

 

회는 꼭 일식집 카운터에 앉아 조리사가 바로 앞에서 만들어 주는 것을

챙겨먹어야 제 맛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주방장이 자리를 돌며 특별서빙하는 것을 번거로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일식집이 밑반찬 많이 나오고 깔끔한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깔리는 것이 대동소이해서 질린다면

한번쯤 사람에 부대끼면서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노량진수산시장에 갔던 게 아마 세계불꽃축제 때였으니

벌써 거의 4년즘 되나? 정말 오랫만에 들러본다.

식당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느끼기에도 노량진 수산시장하면

서울 근방에서는 가장 질좋고 풍부한 어종이 대량으로 거래되는 곳이 아닌가 한다.

 

 

요새는 지나는 사람을 끌어잡고 어거지로 강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포들 사이에서 흥정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사장님! 싸게 드릴테니까 한번 구경이나 하셔"

"킬로에 얼만데"하면 킬로에 얼마라는 대답은 없이

"몇 분이 드실건데요?"하며 뜰채로 무조건 생선을 건져 플라스틱 소쿠리에 올려놓고 툭툭 치며 흥정하는데

이때 담 약한 사람은 '저 고기가 나때문에 선도가 떨어지는구나' 하고 주눅이 들어 그만 낚이고야 만다.

 

그러나 사실 "몇분이 드실건데'라는  말처럼 노량진 수산시장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다. 그 말 속에는,

일식집 가봐, 이 값에 이런 놈을 어떻게 먹어?

사람 수만 말해봐, 떡을 치게 만들어 줄테니까,

말만 잘해봐, 공짜로도 줄 수 있어. 

뭐 대충 이런 뜻을 포함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니, 건지지 말라니깐~ 그것만 먹나?"

좀 쪼잔한 모드로 스을슬 옆집으로 가면,

흥정하는 걸 구경하고 있던 옆집 주인으로부터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때도 있는데

그때는 거의 성공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얼굴에 미소를 계속 띄고 흥정하는 것은 필수.

 

 이날은 끌고 당기는 친구의 흥정솜씨가 워낙 좋아서 참돔 3Kg짜리와 서비스로 우럭 한마리를 챙겼다.

 

도미를 손질하는 주인아줌마

 

느지막하게 출근하신 바깥양반이 바톤터치 하더니

마른 천 대신 키친 타올로 껍질을 살짝 데친 도미를 꼭 짜서 물기 빼고 칼질한다

몇년 전만해도 이런 식('유스모즈쿠리'-마른 천으로 싸고 뜨거운 물을 붓자마자 찬물에 식혀 껍질을 부드럽게 만드는방법)으로

손질해 달라면 귀찮아 했는데 이젠 먼저 물어본다.

그리고 생'와사비'까지 듬뿍.

 

오른쪽 아래는 덤으로 준 숭어.

아줌마가 서비스로 준다며 살짝 꺼내오더니 한점 베어 먹으며 "아~ 달다~한번 잡쏴 봐"하는데

혼자 북치고 장고 치고 어찌나 능청스러운지 거기에서 뒤집어졌다.

 

 고맙게도 양념집으로 납품까지 해주는 친절도 보여준다.

진짜 세상 많이 변했구나!

 

"야 여기 앉아서 먹자."

이젠 연식이 좀 돼서 방바닥에 앉아 먹는 건 다리가 저려오는 모양이다.

저 뒤로 빨간 조끼 입은 사장님은 대가리는 굽고 우럭은 통째로 매운탕하고...

일일히 챙겨준다.

 

"2명이나 못나왔는데 이걸 누가 다 먹지?"

고추냉이는 회떠주는 곳에서 접시에 얹어준 것이 더 매콤하고 맛있는 것 같아 그것으로 먹고

간장은 준비해 간 염도가 낮은 '사시미'장으로 먹는다.

조금 극성맞았나?

 

진수성찬.

 

이런데서 바다내음을 짙게 풍기는 멍게가 빠질 수는 없는데,

이놈만 보면 생각나는 멍게젓은 통영 것이 제일 맛 있으니 그노무 입맛도 차암! 

 

양식전복 1Kg라는데 무척 많다.

친구가 권하는 버터구이로 먹었는데 생각처럼 느끼하진 않다.

 

도미대가리 구이 - 눈알부터 파먹고..

 

도미뼈와 서비스로 받은 우럭을 통째로 토막처서 들어간 매운탕

이걸 어떻게 다 먹을까하는 우려와 달리 5명이서 접시를 모조리 다 비운다.

 

왠지 그냥 헤어지긴 섭섭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오로지 맛만 즐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쉬움을 정리하려고 간단히 맥주 한잔하려다 호프집을 찾지 못하고 병맥주집으로 들어갔다.

안주로 남는 장산데 안주를 안 시키면 어쩌냐고 거의 강매하다시피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오늘 모임은 괜찮았다.

사람 사는 맛이 나는 시장풍경, 훨씬 좋아진 상거래 질서, 푸짐한 해산물들

오늘도 즐거웠쏘 다음에 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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