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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가는 데야 안가봐도 빤하지...

fotomani 2011. 4. 5. 14:15

"언니가 냉전 중이라던데..."

 

부부싸움은 딸래미 대학 1학년때  엄마 역성드는 것을 보고

그 이후로 거의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부부싸움이라는 것이 서로 언성 높일 때 시빗거리가 팍팍 생각이 나야하는데

그런 면에서 집사람은 항상 준비가 잘 돼있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별별 카운터 펀치가 다 날라오지만

나는 싸워봤자 목소리만 크게 내지 '잽'이 안 됩니다.

며칠 동안 씩씩거리며 되삭임질을 해야 겨우 반박거리와 싸울거리가 생각나니

이미 완패로 끝난 싸움을  다시 리턴매치해보자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나이가 들면 싸워도 화해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크게 잘못한 일도 없이

얼마 전부터 분위기가 냉랭하게 돌아 가던 차에 후배 전화를 받은 겁니다.

"언니한테 말해줘, 말 한마디면 언제라도 딸랑딸랑 할테니까~"

-너무 굴욕적인가?-

 

얼마 전 퇴근무렵에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일찍 들어 오세요?"

의례 저녁을 집에서 하겠냐는 전화이겠거니하고 끊고 보니 뭔가 남는 맛이 있습니다.

"왜 무슨 일 있니?"

"아부지 생일이 며칠 후잖아요?"

"임마! 그럼 그렇다고 말해야지,  다른 약속 잡을 뻔 했잖아"

예약한 모 갈비집으로 가니 딸래미 가족까지 함께 모여 있습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지요.

내 핑계로 1타2매를 하든 1타4매를 하든 그런 걸  탓할 여유가 없습니다.

 

'나 이거야, 충성도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 생각하며 자리에 앉으니

말 한마디 안하고 백년만년 갈 것 같던 분위기에 그래도 출구가 보이는 것 같아 고맙습니다. 

"가족들이 나를 잊지 않고 이렇게 사랑해줘서 고마워~"

케익을 자르며 시키지도 않은 답사를 하니 어디선가 눈화살이 날라와 꽂히는 것  같습니다.

 

내 생일상을 차려 준 유명 갈비집

상황만 그렇지 않았으면 한마디 나올 뻔 했습니다.

갈비 뼈다귀에 최소한도 조그만 갈비살은 붙어있어야 하지 않나요?

골막처럼 힘줄붙은 고기조각을 달고 그 뒤로 일반고기를 달아 놓은... 이동갈비도 아닌데, 아~ 심하다. 심해!

 

언젠가 어느 노부부가 메모로 소통을 해오다 결국은 헤어지고 말았다는 기사가 났었지요?

마침 집사람 생일이 식목일입니다.

"엄마 뭐 드실까 한번 물어 봐라."

"지난 번 회식할 때 중국음식 괜찮았다면서요?"

"야, 엄마 몸도 안좋은데 일식집이나 참치, 한정식 어떠냐?"

애꿎은 늙다리 아들놈만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 다니더니,

생각지도 않게 참치집으로 하겠답니다.

 

요새는 소위 무한리필 참치집이 많아 좀 괜찮다는데 가면

스페셜이면 스페셜이지, '특'스페셜, 주방장특선 스페셜하며 비싼 거로 유도하느라 살살 거리는 거 보기 싫던데

모처럼만의 기회 코 빠뜨릴까봐 은근히 걱정 됩니다.

찾아보니 건물은 좀 허름하지만 깨끗하고 질 좋게 나온다는 집이 하나 눈에 띕니다.

 

예약을 하고 가니 미리 기본 찬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그릇은 그럴 듯한데 마늘쫑과 당근 끄트머리가 말라 있어 좀 불안합니다.

 

주문을 하고 나니 처음 나오는 초밥과 참치무침

파, 마늘, 참기름, 식초, 달싸한 그 무엇과 함께 버무린 참치무침으로 저는 처음 먹어 보는데

느끼하지 않고 입맛을 돋구어 주는 것이 전채로 '굳띵'입니다.

그제서야 집사람 얼굴이 펴지는 것 같습니다.

 

 적채소주란 것을 시켰는데 보라색은 원래 좀 섹시한 색이던가요?

속에는 붉은 양배추가 들어있습니다.

 

이 정도면 기대 이상입니다.

천사채가 아니라 무채 위에 냉동된 것을 금방 썰어서 입안에서 하드 아이스크림 먹듯 녹습니다.

더군다나 생와사비와 전용 회간장까지 있으니...

부부 간의 대화가 '내 얘기 다 안 끝났어'가 아니라

'(그것도) 그렇지만...'으로 시작되니 곁에서 못 낄자리에 낀 것 같던 아들도

살얼음판을 다 건넌 듯한 표정입니다.

'자~ 아들도 쏘주 한잔 들어~'

 구이를 먹기 좋게 잘라줍니다.

주방장이 '이건 참다랑이, 귀한 거'라며 4점을 내오면서

 

더불어 '어르신들'께 좋은 약술이라며 한잔씩 가져다 줍니다.

 

메인디시가 비워가니 작은 접시에 리필이 나오는데 눈텡이살이 함께 올라오니 '리필'이라 할 수가 없습니다.

보기만 해도 보들보들, 야들야들할 것 같은..

오랫만에 제대로 된 눈텡이살을 먹어봅니다.

 

 

 

 

달라면 달래는대로 주는 게 꼭 나 같습니다.

하나는 마끼로 바꾸어 달랬더니 더 잡수라며 마끼를 사람 수대로 주는데

그 맛좋은 대구 매운탕을 다 먹지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후식으로 주는 알밥치고는 양이 많습니다.

아깝다. 대구매운탕...

 

 

한사코 찍지말라고 손사래치는 ...

젊은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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