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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내가 갖다 먹어요~~

fotomani 2011. 5. 9. 14:32

"7시에 예약 좀 잡아주세요 엄나무 찜오리 2마리도요"

"네, 7시에 드실 수 있게 해드릴께요."

그런데 일찍 오는 친구들이 쌩쏘주만 들이킬까 염려스럽습니다..

"아, 그런데 엄나무 찜닭을..."

"몇 분이 오시지요? 전화 거신 분 성함은요?"

"XXX이고요, 그런데..."

"전화번호는요?"

"전화번호는 XXX-XXX-XXXX입니다. 그런데..."

"네, 그럼 7시에 드실..."

"아! 말 좀 합시다."

"..."

"그런데 좀 일찍 도착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7시 전에 준비해주면 안 될까요?"

"미리 기름을 빼놓아야 되기 때문에 그건 안되고요, 7시에 드실 수 있게 해드릴께요~"

 

아무리 일설에 정주영회장이 찾았던 잘 나가는 막국수집이더라도

좀 더 일찍 찌기 시작하면 될텐데 그게 안된다고?

뭐 이런 집이 다 있어? 

 

사람들 귀신입니다. 귀신. 어찌 알고 찾아오는지...

 

얼마나 잘 하는지 카메라로 찍어 '뽄때'를 한번 보여줄려고 나왔는데

그 집앞까지 다 가니 메모리를 빼놓고 나온 것이 기억납니다.

전장에 나간다는 놈이 총알을 빼놓고 가다니... 얼빠진 놈 같으니...

마침 근처에 카메라 가게가 하나 있어 메모리를 하나 사가지고

그 집으로 갔더니 밖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있습니다.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홀의 테이블은 다 차고

방안에도 예약석외에는 자리가 꽉 차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정신도 없겠지요.

방에는 까만 봉다리에 신발을 넣고 들어가야 합니다.

 

아침에 전화 받았음직한 남자에게 어디에 자리를 해놓았느냐 3번씩이나 물어 보았으나

연신 땀을 흘리며 음식그릇 나르느라 마치 정신 나간 사람 같습니다.

여주인듯 보이는 늙수구레한 아짐께 물어봐도 별 신통한 반응이 없습니다.

 

미리 온 친구. 아니나 다를까? "야, 안주 뭐 없니?"

 

이럴 땐 방법이 없지요. 자립하는 수밖에,

안쪽으로 들어가니 벌써 먼저 온 친구 2명이 앉아있고

예상대로 뭐 안주거리 없냐고 채근입니다.

마침 2명이 못나오게 되어 주문한 엄나무찜오리 2마리로도 남을 것 같아

따로 다른 것을 시키지 않고 약속한 7시까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답답한 지 냉장고로 가 쏘주와 술잔을 쟁반에 담아 옵니다.

 

그래도 쏘주는 한병 시켜야지요.

종업원에게 쏘주를 주문했는데도 역시 함흥차사입니다.

성미 급한 친구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아예 냉장고로 가 쟁반에

쏘주와 쏘주잔을 가지고 옵니다.

그걸 본 옆 테이블 남자가 외칩니다.

"아저씨! 여기도 주문한 거 빨랑 갖다 줘요!"

 

따뜻하게 먹으려고 한접시씩 가져오라 하려던 찜오리를 얻어 먹기 힘들까봐

아예 한꺼번에 갖다달라 애원합니다.

 

이 아자씨... 못 들은 척, 싱긋 웃으며, 일일히 대답해봐야 시비만 붙으니까

그러려니 들어도 모르는 척 합니다.

 

찜오리 한마리가 양이 꽤 됩니다.

요샌 오리고기가 뭐에 좋다는지 구하기도 쉽지 않은 모양인데..

 

드디어 아저씨가 커다란 접시에 오리를 발라서 2접시 가져다 줍니다.

이젠 화를 내고 자시고도 없습니다.

"이 집 원래 이렇게 바빠요?"

헤~ 웃습니다.

웃는 얼굴에야 침 뱉을 수 없지요.

그 심정 안다는 것처럼 나도 바보처럼 히~ 웃습니다.

 

 

못 먹는 사람 앞에는 주로 뼈다귀만 쌓입니다. 혼자 다 먹은 것처럼...

 

조조가 생각나는 계륵까장 싹싹 먹어 줍니다.

 

엄나무 찜오리가 양이 적거나 맛이 없었으면 한바탕 할 뻔 했습니다만

그만한 가격에 그만한 양과 맛이면 괜찮습니다.

믿지는 않습니다만 XX가 돼면 모든 게 용서된다 하지 않습니까?

 

닭무침이나 쟁반국수나 내용만 다를 뿐 양념은 그게 그겁니다.

 

많을 것 같던 2접시를 벌써 다 비워가고

막국수집이니 안 먹으면 섭섭하다고 닭무침과 쟁반 막국수를 시킵니다.

손님이 좀 빠지니 이쁜 아짐도 정신이 좀 돌아왔는 지 농담도 곧잘 받아줍니다.

 

쟁반국수에 닭고기가 적어 닭무침을 다시 시켜먹고 사리를 달래 비벼 먹습니다.

 

빨갛게 무친 닭무침과 쟁반국수가 나옵니다.

양이 많을 거라는 아짐 말과는 달리 야채가 많아 좀 뜨니 바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빨간 양념과는 달리 그렇게 맵지 않고 약간 달기는 하지만 먹기 좋습니다.

닭은 삶고 난 후 찬물에 넣어 급냉시켜 발라 무친 듯 살이 탱글해서 냉채류에는 딱입니다.

 

닭껍질과 고기가 탱탱합니다.

 

잊어버리고 가져다 주지 않을까봐 두세번 다짐 받았던 오리죽도

이쁜 아짐이 내게는 밉보이지 않을려는 지 내 것만 따로 가져오며

이건 저 아쩌씨꺼 라는데

건데기도 많이 넣어주고 쟁반국수에 사리도 덤으로 줍니다.

이래서 졸라대야 한다니까~

 

혹시 잊어버릴까봐 3번씩이나 오리죽 주냐고 재촉했더니

이 아줌씨 '이건 저 아저씨 꺼'라며 나한테는 따로 줍니다.

 

남들과 다 같은 오리죽인데 하며 숙가락을 올렸더니 인삼, 대추, 밥 푸짐하게 떠오릅니다.

굳이 마음을 숨길 필요 없는데...

 

곁에 앉은 목청 큰 젊은 아짐들때문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 갔는지 코로 들어 갔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또 찾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기왕 을지로까지 나왔으니

이럴 땐 또 다른 '주인이 왕'인 호프집으로 입가심하러 가야 합니다.

 

아직도 'OB베어'라는 낡은 아끄릴 간판 하나 달랑 달고 장사하는 집

손님 회전이 빨라 맥주 맛이 신선합니다.

 

변변한 상호도 없이 'OB베어'란 낡은 아크릴간판만 달랑 달고 있는 이 집은

이 동네 터주대감집으로

안주는 노가리 하나 생맥주만을 팔고 10시까지만 장사하는 집입니다.

낮에는 구멍가게인데 밤에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곁의 주차장을 노천카페로 쓰고 있는 집이지요.

근처에 생긴 생맥주집이 모두 이 집때문에 생겼습니다.

 

밤 10시가 되니 할아버지가 빨랑빨랑 일어서라며 채근합니다.

 

지금은 노가리 외에도 번데기, 쥐포, 멸치, 땅콩까지 준비 했습니다.

그러나 10시가 되니 아니나 다를까 할아버지께서 두 팔을 휘저으며

교통정리를 합니다.

"빨랑 일어들 나~, 오늘 장사 끝났쏘."

 

오히려 이 집보다도 다른 집이 더 장사가 더 잘 될 것 같은데도

할아버지는 크게 관심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옆의 만선이라는 호프집의 남자 화장실입니다.

 

마치 현대식으로 만든 60년대 군대 화장실 같이 볼 일 보면서 옆 사람 참견 다 합니다.

신경 안 쓰는 듯 하지만 이런 환경에선 대개 기를 쓰며 쎄게, 거품 많이 내려 용을 쓰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아자씨~ 멀 잡쑴시로 고로케 색깔이 누러타냐?'

물론 소변기입니다.

 

을지로4가 춘천막국수 02-2266-5409

을지로3가 우리은행 뒤 호프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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