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 낙지를 입에 대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후배와 그의 어린 아들이 산낙지를 그렇게 좋아해서
'맛있다'를 연발해가며 앞에서 먹어도,
무안에서 세발낙지를 통째로 한입에 넣고
단 맛이 난다고 열광을 해도
차라리 구운 오징어가 내 입맛엔 더 맞았습니다만
낙지볶음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요즘은
낙지요리라면 한번 뒤돌아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음머~~ 먹는 음석을 저렇게 우산대로 툭툭 건들인다냐~"
운동하러 다니며 알게 된 분이 낙지 잘하는 집이 있다며
석탄일날 간 집에섭니다.
낙지를 갯벌의 보석이라고 합니다.
아마 벌교에 가면 꼬막을 갯벌의 보석이라고 할 지도 모르지요.
그것은 식재료이기 이전에 아마도 척박한 삶이라도 끊어지지 않게 이어주던 생명의 동앗줄이었던 것을
그 분은 잘 알고 있기때문이었는 지도 모릅니다.
이 집을 다음 날 다시 찾은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그날 낙지무침과 낙지탕탕이란 것을 생전 처음 맛있게 먹어보기도 했지만
카메라가 없어 사진을 찍어두지 못 한 것이 아쉽고
낙지라면 사족을 못쓰는 후배와 기왕에 한잔하려면 이집에서 하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낙지무침 아니 정확히는 낙지초무침이겠지요.
낙지무침과 우럭간국을 시킵니다.
먼저 낙지무침이 나옵니다.
낙지를 살짝 데쳐 각종 야채와 양념 그리고 막걸리 식초를 넣고 조물조물 버무린 요리이지요.
낙지볶음과는 달리 부드럽고 졸깃한 낙지가
아삭한 야채와 미나리향과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이어 나오는 낙지대가리...
파평 윤씨 집안에서 잉어를 먹지 않는다든가 강릉 최씨 집안에서는 떡을 먹지 않는다든가 하는
기피 음식이 있습니다만
설움이 우스갯거리가 되면 서러움의 강도는 더욱 커지게 마련입니다.
이 심정 제가 자알 알고 있어서 해체된 낙지대가리에 손이 잘 가질 않습니다.
후배는 뻘냄새가 나는 이걸 먹으며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르겠다 너스레를 떱니다.
하긴 일식집에서 회를 먹는 것보다는 수산시장 활어회를 더 즐기는 후배니
제대로 패류나 연체동물 내장 맛을 제대로 알고 있는 지도 모르지요.
'형님, 이거 맛 죽이는데 이거 좀 들어요."
"어제 나 많이 먹었어, 너나 다 먹어."
벌교에 가면 꼬막으로 꼬막, 양념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꼬막찌개, 꼬막죽을 만들 듯
낙지로도 산낙지, 낙지초무침, 낙지호롱, 낙지전골, 갈낙탕, 연포탕, 낙지볶음, 낙지탕탕이까지
군침을 삼키게 만드는 별의 별 것을 다 만들어내니
우리 어머니들의 음식솜씨는 가히 예술가 반열에 올랐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럭간(젓)국은 사실 충청도에서 먹어야 한답니다.
전라도식은 어떤 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만
의외로 약간 심심한 듯 해서 새우젓을 달래서 국물은 짜내고 새우로 간을 했더니 그제서야 제 입맛에 맞습니다.
주인아줌마 말로는 반건된 걸 사서 쓰는 우럭은 너무 짜서 집에서 말려쓴다고 하네요,
오래 끓이니 뽀얗게 국물이 우러나옵니다.
밥 한그릇 시켜 무침양념에도 비벼먹어 보고,
우럭젓국에도 넣어 먹어보고...
"형님, 밥안주로 우리 딱 한병만 더 하시지요?"
오늘따라 웃는 얼굴이 좀 미워질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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