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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숨은 골목

fotomani 2012. 8. 23. 08:36

 

 

영풍문고에 들러 통로 진열대에 올려진 책 중에 눈에 띄는 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서울의 숨은 골목>이라는 사진에세이집이었습니다.

한번 대충 훑어보고 지나쳤다 다시 가서 집어들은 책입니다.

그만큼 나를 끄는 무엇이 있었겠지요.

글자수로 따지면 많은 량이 아니지만 지금도 한구석에 처박아 놓고

가끔 들여다 보는 그런 책입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 지금 우리 국민들, 대개 조선에 대한 인상이 안 좋죠? '옛날 고구려는  씩씩하고 멋있었는데

근세조선은 사대주의에 빠져 망한, 쩨쩨했던 나라다'라고 마뜩찮게 여깁니다.....

조선은 519년 동안 계속된 나라였고,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큰 전쟁이 지난 다음에도

280년이나 더 지속되었습니다. 중국에선 280년 된 왕조조차 드뭅니다.  

일제의 정체성(停滯性)이라니,

원 세상에 시들시들한 채로 오백년이나 지속되는 나라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문화,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보람, 특히 우리가 이 땅에 사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우리인 까닭, 바로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서울은 변화가 많은 도시입니다.

특히 산업화가 되며 방향성 없이 마구잡이로 개발된 도시지요.

구질구질한 과거는 흔적도 없이 없애고

빨리빨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때였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한숨 돌릴 때도 됐습니다.

근대화의 상징처럼 효율성을 내세우며

우후죽순처럼 세워진 각진 직육면체의 건물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개성을 갖춘 건물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요.

그러나 그것도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요샛말로 '스토리 텔링'이 없습니다.

 

제게는 생소한 이동미라는 작가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한나라의 위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경제력과 군사력이었다면

이제는 문화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하였습니다...

문화란 그 민족만의 독특함이며 살아온 방식이며 힘의 근간입니다."

 

작가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오히려 우리의 골목에 주목하고

그 속에서  눈에 보이는 껍데기가 아닌  무수한 사람 이야기를 찾고 있습니다.

언제 또 하루 아침에 사라질 지 모르는 골목에서 그 흔적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지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풍요의 저 밑바닥에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우리의 뿌리가 있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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