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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 다음엔 가고 싶어도 안갑니다.

fotomani 2012. 11. 21. 09:04

 

( 한일설렁탕이라는 집은 찾아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오라이등심이라는 집은 꽤 유명하니

좀 돌더라도 이집 골목부터 시작해야겠군요. )

 

, 거기 한번 가봐. 내가 보니까 괜찮던데

2년 전인가? 설렁탕에 대한 글을 썼더니 후배가 소개를 한 곳입니다.

광장시장 조그만 골목 안에 변변한 간판도 없이 하는 집인데,

아무리 건물이 낡아도 그렇지 두어 번 그 앞까지 갔다가 망설이고 그냥 지나쳤던 집입니다.

 

( 그 골목을 주욱 따라 들어오면 골목이 끝날 때쯤 천장에 매달린 조그만 간판이 보입니다. )

 

허튼 소릴 하지 않는 후배이니 최소한 중급이상은 되겠지만

워낙 설렁탕이라는 음식이 원래의 모습에서 많이 변형되어 나도 설렁탕이 하도 많으니,

그저 그렇겠거니 하며 어영부영 지금까지 지냈던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저녁 때 술과 함께 칼로리 높은 안주를 먹는 것 때문에

점심으로는 그야말로 가급적 야채만 들어 있는 저칼로리 김밥을 먹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 먹으면 질리기 쉽지요?

 

( 야~~ 진짜 전형적인 70년대 시장건물 구조입니다. )

 

'오로지 김밥'에 질려 요번에는 꼭 한번 가보자 마음먹고 광장시장골목으로 향합니다.

골목 초입에는 똥그랑땡으로 유명한 집이 있고

좁은 골목이 끝날 즈음 왼쪽에 한일설렁탕이라고 씌어있는 작은 아크릴 간판이 보이고 왼쪽 좁은 계단을 올라갑니다.

이쯤 되면 낡고 허름한 집이 맛이 있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대충 망설여지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손님을 끌고 가면 날 이 정도로밖에 보질 않았나?’ 생각하며 좀 불쾌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요.

 

( 들어가자마자 나를 맞이하는가스불에 얹힌 솥단지. 딱 점심장사만 할 모양입니다. )

 

2층도 아니고 꺾어진 계단으로 올라가는 3층입니다.

문을 열자마자 두 사람 겨우 비껴지나갈 실내골목에 설설 끓는 잡뼈 솥단지며 국물이 보이며

다 치우지 못한 쟁반들이 쌓여있습니다.

 

 ‘돌아갈까?’, , , !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조금만 더 참자.

 ‘어서 오세요인사는 하지만 다 치우지도 못한 밥상에 한참 앉아 있어도

아줌마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습니다.

점점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할라 그럽니다.

곁에서 먹는 사람들을 보니 뻘건 국물과 허연 국물이 있어

내심 해장국으로 먹을까? 설렁탕으로 먹을까?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도통 아줌마가 나타나야 뭘 시키지?

곁에 식사하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 깍두기 그릇을 들고 일어나 깍두기를 담아가지고 옵니다.

그래, 참자.’

 

( 자진해서 밥상을 치워주고서도 30분 정도 기다립니다. 저분들도 군소리 없이 그렇게 기다린 분들이고요.

나중에 알아보니 같이 일하던 언니가 자리를 비워 그렇답니다. 언니~ 빨리 와아~)

 

( 4명이라고 2세트를 줍니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줌마가 뚝배기가 담겨진 쟁반을 들고 나타납니다.

와준 것 만해도 반가워서 설렁탕 말고는 어떤 게 있어요?’라고 물으려는데

쟁반을 놓고 사정없이 그러나 얌전하게 그릇을 내려놓기 시작합니다.

 ‘어엉???’, “여긴 설렁탕 하나밖에 없어요?” 물으니 쌀쌀 맞은 건 아닌데 그렇다는 한마디하고 사라집니다.

'맛만 없어봐라'

 

( 요즘 식당에서 다데기 쉽게 볼 수 없지요?

고추가루 뿌려 먹는 맛과 다데기를 풀어 넣은 맛은 엄연히 다른데도 다데기가 없는 집이 많습니다.

위생에 문제가 있다면 말라 비틀어진 것 빨리 빨리 버리고

그날그날 준비하는 귀찮음이야 손님에 대한 서비스가 아닐지요? )

 

( 뚝배기와 국물의 색조화가 괜찮습니다. 맛은 어떠려나? )

 

수저통이 있는 쟁반에 놓여진 양념통을 열어보니 다데기와 돌소금이 있습니다.

 그제서야 뻘건 국물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만, 그렇게 빨갛게?

일단 소금으로 간을 하고 한술 떠봅니다.

 

어허! 정통 설렁탕은 아니더라도 내가 이제까지 먹어 본 설렁탕 중에서

다시 한번 와봐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그런 설렁탕입니다.

나도 다데기 한술 푹 떠서 국물에 풀고 밥을 말아 넣습니다.

뚝배기가 조그마해서 간에 기별이나 갈까 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밥을 많이 줘서 그런지 서 너 시간 지났는데도 배가 든드은 합니다.

 

( 설렁탕은 밥을 넣어 말아봐야 제맛을 알 수 있지요. )

 

얼마에요?“, ”45백원이요.“ 허어~! 이럴수가?

 

( 일단 국물은 좋습니다. 이제 안심하고 다데기를 풀고 본격적으로 먹어도 되겠군요. )

 

다음날 직원들과 함께 가봅니다.

사람이 꽉 차서 좀 기다려야 하는데 혼자 와 계신 분이 자리를 양보해주십니다.

바쁜 걸 이미 겪은지라 자진해서 쟁반을 가져다 치워줍니다이쁘게 굴어도 마찬가지로 30분 기다리네요.

 

거스름돈 2천원이 모자란다며 만원을 다시 내줍니다. 다음에 갖다 달라고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장사에 다음이라니? 다음엔 가고 싶어도 안갈겁니다. OTL

왜냐구요?  제가 자꾸 가서 주머니 얇팍한 서민들 음식값 올리기 싫어서지요.

아래로 내려와 마약김밥 하나 사고 남은 돈을 올려 보냅니다.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