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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자사자 매달릴 땐 언제고?

fotomani 2013. 7. 18. 11:37

 

돈을 많이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소개한다면 댓글이 많이 달릴 겁니다.

아마 대부분 좋은 댓글은 아니겠지요.

마찬가지로 실비로 조미료 들어간 그냥 그런 음식을 먹었다고 투정한다면 그것도 이야기 거리가 되질 않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음식점에서 생각지도 않게 흔히 보는 반찬 하나라도 손수 만든 게 나오면

무덤덤하게 먹었던 다른 음식도 새삼 다시 보게 되는 겁니다.

 

 

제가 방학동에서 잘 가는 음식점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곰치집이고 다른 하나는 군만두를 잘하는 수정궁이라는 집입니다.

관성이 붙어서인지 곰치국으로 안주를 하고 군만두로 배를 채우곤 하는데,

입맛이라는 게 비슷한 건지 이 동네에서 저처럼 곰치국-군만두 코스를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 그집에 장어탕은 안 되니?”

어제도 곰치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메뉴가 심심해

후배에게 매번 먹던 곰치국 대신 혹 장어탕 같은 건 안 되느냐 물어본 것이지요.

예쁜 여자와 데이트를 하면서도 지나가는 여자를 흘낏 곁눈질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벽에 걸린 메뉴판을 샅샅이 훑어보아도 없는 게 새로 나올 리 없습니다.

 

 

 

사장님, 도치알탕은 안되요?”

새로운 게 없으니 억지를 부려봅니다. 당연히 겨울철에만 된답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메뉴판에 알림. 메뉴판에 없는 것은 부탁이나 주문도 하지마세요!’라고 써 붙였습니다.

까불지 말고 주는 대로 먹어라그런 뜻의 경고문이겠지요.

 

 

 

그런데 희한한 일입니다.

주 메뉴인 곰치탕이 시들해지니 전에는 관심을 두질 않았던 반찬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웬일입니까? 깍두기를 아가미젓으로 담갔습니다.

풋고추는 강원도 막장으로 버무렸구요.

어엉? 숟깔도 가지 않던 미역냉국은 해물만 없지 영락없이 물회 양념입니다.

 주전선수가 빌빌대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를 내보내 적시안타를 친 기분이요,

평생 살면서 무덤덤하기만 했던 마누라의 숨겨진 인간적 매력을 찾아낸 기분입니다.

 

 

 

2차 군만두를 생각해서 곰치집에서 2/3 정도 배를 채우려던 생각을 지우고

곰치국은 제껴 놓고 아가미젓을 올려 밥 한술, 막장에 버무린 풋고추 한입,

미역냉국에 나머지 밥을 말아 깨끗이 비웁니다.

 ‘죽자 살자 매달리던 때는 언제이고?’

곰치국이 우리 대화한판 해보잡니다. ‘이 간사한 인간아!’

 

 

 

 

좁은 홀에는 사람들로 테이블이 꽉 찼습니다.

가까운데서 맥주나 한잔하자는 말을 물리치고 유리창 너머로

거의 식사가 끝난 듯한 테이블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

먹다 남은 통만두를 포장해 가지고 자리를 비웁니다.

 ‘나 그런 놈 아닌데...’

 

 

 

예의 군만두와 통만두를 시키고 표면이 진간장 색으로 염색되지 않아 비주얼이 떨어지는

허여멀건 오향장육을 한 점 입에 넣으니 예전에 별로 느끼지 못했던 향이 느껴집니다.

오늘 참 이상합니다.

반으로 가르니 김이 솟아오르며 부추로 꽉 찬 군만두로 안주하며 곁눈질해보니

아줌마가 낱개로 비닐 포장된 송화단을 하나씩 까고 있습니다.

 ‘여기 오리 알도 하나

숙성됐든 썩었든 호박색으로 물든 흰자까지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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