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요리하는 중년남자 이야기

fotomani 2013. 7. 11. 10:22

요즘 신문에서 요리를 하는 중년남자들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바깥세상보다는 집, 가족, 배우자에게 더 신경 쓴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가정 내 권력의 추가 그만큼 기운 탓일까요?

그러나 아무리 남편의 애교에 두 손을 들고 환영하는 주부라도

애지중지 키운 자기 아들이 앞치마 두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유쾌하게 볼 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만든 음식을 ‘(남이) 즐긴다는 기대치만큼이나

매력적인 일인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A는 아래 사진의 대합강된장입니다. 밥에 비벼먹기 좋습니다.

D는 아직 시도를 못해봤는데 멍게젓입니다. 통영에서 먹어 본 맛이 살아날 지 모르지요.)

 

제 나름대로 요리 수준의 낙지볶음, 전복물회를 비롯하여

식사류인 볶음밥 중에서도 송이 파 볶음밥까지 만들어 성공한 종류도 많지만,

알려진 레시피대로만 만들면 큰 문제없을 걸, 꼭 마지막에 나만의실험성을 가미하여

우럭매운탕이 된장 우럭탕이 되고 그냥 오징어 졸임을 하면 될 걸 오징어 병조림을 만들어

고등학교 생물반 교재실 포르말린 병에 보관된 연체동물처럼 만들어 버리니,

맛은 고사하고 모양만 봐도 질겁하는 거, 대충 짐작되시지요?

덕분에 몇날 며칠 그걸 혼자서 다 먹어 치워야하는 고역을 치르고서는 한동안 머쓱해지지요.

 

 

러닝머신 위에서 지루함을 때우기 위해 한동안 다큐 위주로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그것도 재탕, 삼탕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곁에서 뛰는 회원이 원장님은 미식가인 모양이에요.’라고 슬쩍 꼬는 말도 무시하고

고두심의 요리의 정석 같은 음식 만드는 프로를 주로 보고 있습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요리에 대한 창조본능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꿈틀거리며 올라오려고 합니다.

 

 

마침 집사람이 미국에 가고 홀아비 신세로 지내는 친구 집에 꿀로 만든 술이 있답니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집에 있던 팔각과 계피가루로 오향장육이나 한번 만들어 볼까요?

혹 잘 못 만들더라도 우리 식구처럼 아빠가 만든 음식은 부비트랩인 걸 아직 모르는 친구인데다

사람 좋지, 먹성까지 좋아 음식이 남을 것 같지는 않으니 마음이 편합니다.

 

 

마트에 가서 사태살로 8백 그람, 통깨, 월계수잎, 마늘 한 봉지 사서 살금살금 집으로 들어옵니다.

토요일 오후, 예상대로 집사람은 집에 없습니다.

 잘 됐습니다. 오향장육을 만들면 온 집안에 냄새가 진동하니

빨리 맹글어 빨리 환기 시키고 시침 뚝 따고 앉아있어 볼까요?

 

맑은 물에 돼지고기를 한 시간쯤 담가 피를 뺍니다.

돼지고기를 넣고 한소끔(아쭈~) 끓인 후 건져내 깨끗이 씻습니다.

고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팔각 7-8, 계피가루 툭툭 처넣고, 생강 반 조각,

마늘 10개 정도, 대파 하나, 양파 반 조각, 붉은 고추 2, 통후추 10, 월계수 잎 5,

진간장 대충을 넣고 고기가 반 정도 노출될 때까지 고기를 삶습니다.

 

 

, 이제 고기를 건져내고 건더기들을 걸러냅니다.

걸러낸 국물에 진간장과 국간장, 설탕, 물엿 등으로 마지막 간을 본 후 고기를 집어넣고 졸입니다.

좀 뒤집어줘야 색깔이 골고루 배겠지요?

 

사태는 젤라틴 성분이 별로 없어 장이 별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향과 탱탱한 육질이 좋습니다.

 

 

마늘을 다지고 식초와 설탕, 국물, 참기름으로 소스를 만듭니다.

대파도 채 썰고요.

 

이쯤 되면 그런대로 잘 만들어진 것 같은데 이거 접시에 예... 담자니 좀 간질간질하지만

접시에 오이와 대파를 깔고 오향장육을 올려놓은 다음 마늘소스를 뿌리니 그럴 듯합니다.

 

 

반응이 어땠냐고요? 아들은 괜찮은데요.’,

친구? 3명이 모이기로 했는데 술 잘 먹는 친구 한명이 핸드폰 고장으로 연락이 두절돼

마침 집에 들어 온 친구 아들도 함께 먹었지요.

 맛은 있었다지만, 우리끼리 있으면 몰라도 그 집 아들까지 있으니 어째 좀 쪽팔립니다.

 

"꼬추 떨어진다. 이놈아~"

어째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3=3

 

홈페이지로 가기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