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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밥집 육개장-풍원식당

fotomani 2013. 11. 26. 09:49

 

너무 크지 않은 양은솥이나 두툼한 남비에 물을 붓고 서너 시간 푹 곤다.

고기 맛이 잘 우러나고 푹 물러 연하게 익거든 건져서 적당히 찢어 놓는다.

다음 파를 씻어서 10cm 길이로 썰어 양념하여 무친 후 다시 국물에 넣고

간을 맞추어 파가 무르도록 끓인다.

다 끓으면 그릇에 담아낼 때 고춧가루를 기름에 약간 잰 것을 넣든가

식성에 따라 그냥 고춧가루를 넣어 먹는다.’

육개장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그래도 원형이 덜 변형됐을 것 같아 찾아보니 1960년 실린 기사입니다.

 

대구의 한 유명한 육개장집은 대파도 속이 들어나도록 뒤집어

끈적끈적한 체액을 모두 씻어내고 끓여야 국이 탁해지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요체는 푹 끓인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술 먹고 목이 깔깔한데 아삭한 채소가 목으로 넘어갈 리 없지요.

 

(운동하는 곳 근처에 있는 조그만 식당. 흔히 보는 그저그런 밥집입니다.) 

 

육개장의 원류가 개장국인데,

지금이야 비싼 혹은 혐오스런 개고기 대신 육질이 비슷한 소의 사태나 우둔을 써서 만들지요.

육개장은 위의 방법대로 고추기름을 넣거나

고춧가루에 볶거나 해서 국물이 빨갛게 돼야 할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지만,

원래 육개장은 지금처럼 뻘겋지 않고 토장국에 고추기름을 넣어 먹는 게 원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된장이나 고추장, 고춧가루를 베이스로 하는 토장국, 해장국, 국밥 등이 거의 비슷한 뜻으로 혼용되는 걸 보면

육개장이 꼭 빨개야 한다는 법은 없을 듯한데

우리들 입맛은 어렸을 때 처음으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만 강렬하게 남아 있으니

요즘 흔히 보는 달달하고 멀건 국물에 고추기름만 둥둥 뜬 육개장은 제 성에 차질 않습니다.

 

 

(제가 조미료를 완전 거부하는 게 아니지만 보통 실비 밥집에서는

노골적으로 가미하는 곳이 많지요. 이집은 그런 면에서 제 입맛에 맞는 것 같습니다.

반찬도 이 정도면 실비집 수준은 넘습니다.) 

 

아침 먹었냐고 물어봅니다. ‘아니, 보통 아침은 그냥 거르는데?’라고 말하면

대개 놀라면서 그래도 아침은 거르지 말아야 한다고 점잖게 충고를 합니다.

물론 아침에 허기가 좀 느껴지긴 하지만 보통은 그 때만 넘기면 또 그만입니다.

그러나 전날 과음을 했다거나 하면 그 정도가 심해져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함석헌 선생은 생전에 하루 한 끼를 드셨다고 하는데 넌 그것도 못 참냐?’

 

 

(건더기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비주얼이 좋습니다.)

 

이런 날은 이불 속에서 일어나기도 귀찮아지곤 해서

아침운동을 거른다거나 가볍게 걷기만 하면서 몸 안에 알콜끼가 좀 빠지면 일상으로 복귀가 되지만,

그게 이론이 그렇지 잘 되지 않는다는 건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겁니다.

나의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운동하는 곳 근처의 순대국집과 밥집이 나를 유혹합니다.

그 밥집 유리문에 육개장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위와 같은 이유로 망설여지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저 칼칼한 국물 속의 계란, 저런 건 국물 온도에 덮혀질 무련 깨지지 않게

숟가락으로 살짝 노른자만 떠먹어야 제 맛입니다.

마치 옛날 다방 모닝커피에 넣어주는 달걀 맛이라고나 할까요?)

 

오늘이 꼭 그런 날입니다. 어제 술도 한잔했지, 아침기상 늦었지,

며칠 동안 벼르고 벼르던 근처 이발관 쥔장은 오늘도 조기축구 하시느라 문을 열지 않았지,

해장할 핑계거리가 모두 딱 들어맞습니다.

실패하면 분식집 육개장 하나 먹은 셈 치자고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그만 강아지 하나가 깨깽하며 나를 반겨줍니다.

 

 

(땀을 흘리며 그릇을 다 비웁니다. 이런 맛은 전날 술자리를 함께한 친구와

함께 할 때 맛이 배가 됩니다.  어흐~~시원하다~~)

 

~, 식사 돼요?’하고 물으니 단골손님인 듯한 사람이 서서 TV를 보고 있다가

주인대신 됩니다라고 응해줍니다.

밥집이라는 게 아무리 깔끔하게 정돈을 해도 밥집은 밥집이지 레스토랑이 되는 건 아니지요.

순간 다시 나갈까? 그냥 된장이나 하나 시킬까 하다가

개시를 망치게 하고 싶질 않아 육개장 돼요?’하고 물으니 선선히 된답니다.

너무 쉽게 나오는 대답에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월요일 아침에 가니 전날 쉬어서 육개장이 준비가 되질 않는답니다.

그런 말이 오히려 믿음을 줍니다. 그럼 백반, 이날은 북어국입니다.

주인장 손맛이 마음에 듭니다.)

 

잠시 후 쟁반 가득히 멸치볶음을 위시하여 도라지무침, 오이무침 등이 뻘건 육개장과 함께 나옵니다.

숟가락으로 휘저어보니 ?’ 이거 제대로 만난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정신이 버쩍 들며 한 숟깔 떠봅니다. ~ 매콤하고 약간 칼칼한 그 맛!

내가 머리 속에 그리던 그 맛에 한 7-80% 접근한 맛입니다.

캡사이신이 들어간 맛이 아닌가 다시 한번 맛을 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싸구려 고춧가루의 쓴맛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5천원이란 너무나 싼 가격에 이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도 허겁지겁 삽질하며 마지막 국물까지 들이킵니다.

 

 

(역시 눈맛이 좋습니다.)

 

요새 음식은 원래 가지고 있던 맛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우리의 입맛이 맵고 짜고 단데 길들여져 있기도 하고

새로운 맛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옛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깡통차기 십상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선지해장국과 우거지갈비탕이 건데기만 다르고 국물 맛이 거의 같다면 이건 좀 그렇습니다.

육개장도 얼큰하고 칼칼한 맛보다는 대파를 너무 넣어서 달거나

콩나물까지 집어넣어 잡탕을 만들어 내놓는 데까지 있어 손을 들었는데,

이집 한동안 들락거릴 것 같습니다.

 

(육개장이나 백반만 먹을 순 없지요. 청국장도 하나... 요건 제 입맛에 좀~~~)

 

~ 이럼 안 되는데~~ 살아 살아 내 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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