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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의 바닷길걷기 4 -강릉에서 북평까지

fotomani 2013. 12. 9. 11:01

 

우째 이런 일이?

여행을 마치고 터미널에서 집으로 오는 도중 카메라 떨어지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전철인지 버스에서 카메라를 분실하고 말았습니다.

조끼주머니가 얕아 지퍼를 약간 올리고 넣곤 했는데 흘러내버린 모양입니다.

카메라보다도 그 고생을 하고 찍은 사진을 다 날려버렸으니 허탈감이 대단합니다.

별 수 있습니까? 이번은 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야지요.

 

닥다리의 바닷길 걷기 4번째는 코스잡기가 쉽질 않습니다.

30Km 지점인 망상해수욕장 근처 호텔과 겸하고 있는 시설 좋은 사우나는

24시간 개방하지 않으니 코스잡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대신 강릉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안인역까지 가서 출발해 어달리까지 가면 대략 33Km.

거기서 시내버스로 동해 시내에 있는 찜질방에서 씻고 다음날 삼척까지 가서 귀경할까 합니다.

또 이번엔 고등학교 동창 한 사람이 같이 동행하기로 했는데

풀코스 마라톤을 좋아하는 영원한 해병이라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왜 편하게 모텔을 잡지 찜질방이냐구요?

모텔에선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풀 수 없으니 번잡스러움을 마다하고 찜질방을 찾는 거지요.

 

 

 

6시에 출발한 고속버스는 9시 못미처 강릉에 도착합니다.

안인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자 했으나 무려 2시간 후에나 버스가 있습니다.

시내길을 안 좋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길을 잃는다는 것인데

길거리 표지판이 운전자 위주라 최단거리를 표시하기 보다는

우회하더라도 차량이 정체되지 않도록 표시해놓기 때문에

-이 길로도 저 길로도 갈 수 있다는 뜻이지요-

나처럼 걷다 보면 보행로가 없는 자동차 전용도로거나 한참 돌아가게 됩니다.

결국 개미가 모래섬에서 탈주로를 찾듯 들락날락 거리며

안인역까지 가니 2시간 이상, 10Km정도를 허비하고야 말았습니다.

 

안인역 바로 곁에는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동행한 친구가 이 계통 전문가라 전기개론 강의을 들으며 가느라 심심하질 않습니다.

통일동산, 분단과 동족상잔의 아픔은 여기에도 스며있습니다.

생각보다는 큰 북한 잠수정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구형 구축함이 전시되어 있고

함정엔 카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풍수는 모르지만 길에서 올려다보는 등명 낙가사는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양쪽으로 산줄기가 내려오고 일주문 근처는 조그마한 언덕이 자리하고 있어 아늑한 느낌입니다.

이런 지형을 뭐라 하지요?

 

 

 

강릉에서 동해구간은 전망열차가 해안을 따라 달리고 국도가 사이좋게 따라가고 있어 전망이 좋은 곳입니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바다를 배경으로 아침 안개에 불을 밝히며 달리는 열차는 상상 만으로도 환상적이지요.

바로 그 길을 우리가 걷고 있는 겁니다.

 정동진을 앞두고 등명해안에서 요기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전복 오징어 물회를 시킵니다. 속초나 주문진보다는 음식값이 저렴한 편입니다.

음식을 기다리며 난로 위에 끓고 있는 주전자를 따르니 생강차입니다.

전망 좋은 식당에서 향기로운 생강차 한잔, 몸과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예상보다 물회가 내용이 충실하고 같이 나온 된장박이 풋고추도 맵지 않고 입에 맞습니다.

 좀 더 줄 수 없냐 물으니 무뚝뚝한 주인장은 처음 가져온 것의 배가 되는 양을 담아내옵니다.

층고가 높은 통나무집은 화목난로로 훈훈합니다.

 요샌 화목이 한 차에 얼마나 하냐고 물으니 근처 산에서 간벌한 걸 주인이 직접해온답니다.

“아저씨 힘이 그렇게 좋아요?” 말하고 보니 좀 그렇지요?

 

 

 

정동진, 역시 유명세를 탑니다. 관광철이 아닌데도 마을에 사람이 많습니다.

잠시 역 구경을 하고 다시 국도로 올라갑니다.

고개를 올라가니 산위에 배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썬크루즈 리조트입구,

녹음된 뱃고동 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옵니다. 그것도 큰 소리로...

부우웅, 붕, 까옥, 까옥... ㅋㅋ

 

동절기로 들어서니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두워지려 하고

새 신발을 신고 나온 친구는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총거리 28km가 약간 넘었고, 물집 때문에 괴로워하던 친구는 나를 편하게 해주려는지 이제 그만 걷잡니다.

근처 파출소에 들어가 동해시 가는 버스가 언제 오냐 물으니 2시간 후에나 온답니다.

여기에서 한잔하면서 시간을 죽여 볼까 하니 싫답니다.

차를 얻어 타려고 지나가는 차마다 손을 드니 친구가 피식 웃습니다.

아마 ‘(네 주제에) 백날을 잡아봐라~’하는 비꼬임일 겁니다.

 

 

 

눈앞에 보이는 옥계항까지 천천히 걸으며 차를 잡아보자며 다시 걷습니다.

합궁곡, 작은 골에 남근석이 불뚝 솟아있는데 어째 좀 부실해보입니다.

그래도 그 덕이었는지 강릉 쪽으로 택시가 하나 지나갑니다.

돌려세워 동해시로 가려니 옥계벌판으로 떨어지는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어달리 묵호시장에서 하차하여 예쁘장한 아줌마가 음식을 만들고 있는 곰바우식당이란 곳으로 들어갑니다.

알이 탱탱하다며 도루묵찌개를 들랍니다.

해병으로 포항에 있을 때 질리도록 도루묵을 먹었다는 친구를 앞에 두고 그걸 시키다니...

반찬으로 나온 가자미 식해와 오징어젓깔이 입맛을 당깁니다.

고춧가루가 듬뿍 뿌린 도루묵은 정말 알이 터져나올 듯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이 있다는 말에 안심하며 메뉴판을 보니 오징어통찜이 있습니다.

그거 한 마리 해다 달라니 저기 써있는 건 오징어를 사오면 쪄주는 값이랍니다.

알바로 보이는 학생은 ‘옆집에서 몇 마리 빌려서 쪄 달라’는 나의 말을

고자질하듯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충실하게 주인께 전달합니다.

난색 끝에 우리 앞에 대령한 오징어는 색깔부터 진보라색으로 ‘빨리 날 잡아 잡수’하는 표정입니다.

고소한 내장 맛, 바로 이겁니다.

흘깃 곁눈질하는 옆 테이블 손님에게도 한 마리 건네고 알딸딸해져서 화정원이란 찜질방으로 향합니다.

사우나에 도착하니 35km가 조금 넘습니다.

 

 

 

아~~ TV 너무 시끄럽습니다. 피곤한 중에도 그 소리에 나도 친구도 잠을 못이루고 뒤척입니다.

친구가 앉아있어 새벽인 모양이다고 화장실에 갔다 시계를 보니 3시 반,

그제서야 양쪽에서 스테레오로 코고는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좀 있으니 저 건너편에선 각종 모드를 구사하며 우렁차게 코를 곱니다.

스테레오에 3D 입체음향까지... 나도 코를 골고 잔거 아니야?

 

6시 좀 지나 사우나를 나와 근처 해장국집으로 갑니다.

뼈다귀 해장국은 우거지대신 배추 속배기를 넣어 아줌마의 이쁜 목소리만큼 국물이 시원합니다.

"아줌마 집에서두 아저씨한테 그렇게 이쁘게 얘기하우?"

웃습니다. 아니란 소리 맞지요?

반은 해장국에 말아먹고 나머지 반은 깍두기 국물에 말아먹고,

식당을 나와 친구는 서울로 향하고 나만 삼척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어느새 어둠은 걷히고 언덕배기 아래 주택가 지붕을 붉게 물들이며 해가 떠오릅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길을 잃고 동해시를 외곽으로 빙 돌아 북평 쪽으로 들어갑니다.

북평 시내로 들어가니 장날이라 분주 합니다.

밥은 먹었지만 김을 내며 끓고 있는 어묵이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이리저리 장을 돌며 전에 먹었던 묵국수를 찾으니 이번엔 없습니다.

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북평장에는 강원도 막장을 풀어 만든 선지해장국이 있습니다.

기념 삼아 한번 들어보는 것도 좋지요.

 

다음 5회차는 북편에서 맹방을 거쳐 원덕까지로 잡고 있는데 교통이 불편해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강원도 막장

 

장터에서 파는 묵국수 

 

  참고사항

동서울에서 강릉까지 동서울 시외버스(직행)  14,600원

반포 고속터미널  우등 21,500원

시외 직행은 일반고속으로 우등고속과 가격차이가 있다. 그러나 동해, 삼척 방향은

시외버스도 28석으로 우등고속과 버스 종류에 큰차이는 없다.

 

42km

누적 12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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