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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를 위한 1인용 메뉴

fotomani 2013. 12. 11. 12:46

어떤 사람은 혼자 어떻게 술을 먹느냐,

아니 보다 정확히 얘기해서 어떻게 혼자 식당에서 반주를 하느냐고 의아해하는데

젊었을 때야 저녁밥도 잘 챙겨 주지만 집안에 권력서열이 아들보다도, 손주보다도 내려오게 되면,

마눌님 피곤해 하시든가 일이 있어 저녁 챙겨줄 시간이 없을 것 같으면,

미리 알아서 눈치껏 지가 스스로 차려 먹든가

아니면 매식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공처가 헌장에 나와 있습니다.

 

(삼보치킨-종로5가)

 

 

(유림돈가스-방산시장)

 

 

(은주정 김치찌개-방산시장)

 

 

(육개장. 반찬이 푸짐합니다-이화동 4거리)

 

그런데 나만 그런가? 이런 수요가 많을 텐데도 식당에서는 식사 겸 반주할만한 메뉴가 별로 없습니다.

사무실 근처에서는 치킨정식, 건더기와 채소를 많이 주는 김치찌개,

아니면 한식뷔페, 반찬을 많이 주는 밥집 육개장, 왕돈가스가 고작인데,

어제도 그런 상황이 되어 망설이다보니

종로5가 버스정류장 근처 식당에 내건 플래카드에 족발정식이라는 메뉴가 보입니다.

'오호, 땡이로구나'

 

혹시 점심에만 주는 메뉴가 아닌가 하여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된답니다.’ 맛은 고사하고 이렇게 기쁠 수가!

 

 

가방에서 조간신문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들고 나 홀로 반주 모드로 들어갑니다.

반찬이 깔립니다. ‘허~ 된장찌개까지 무려 6가지나?’ 반주 생각이 절로 납니다.

‘여기 빨간 거 하나~’

이윽고 나오는 식사용 족발 한 접시,

쌈 채소와 곁들여 나오는 접시엔 발톱 하나와 그 이웃들이 포진하고,

약간 양이 적은 듯하지만 본격적으로 먹는 안주가 아니라 반주용 안준데 그걸 갖고 뭘~

 

 

 

상치 하나 손바닥에 펼쳐들고 밥 올리고 무장아찌 올리고

부추무침, 족발 한 점 올리고 마늘 한 조각에 된장으로 마무리,

아~ 맛은 둘째 치고 혼자서 이렇게 ‘오붓하게’ 입안을 채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의외로 무장아찌와 마늘, 족발양념향이 잘 어울립니다.

어느 새 홀짝홀짝 밥 한 그릇 족발 접시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나오며 보니 이집 쇼 케이스에 있는 족발들 다른 집과 다르게 엄청 큽니다.

이집만의 장사 노하운가?

하여간 오늘도 배따지가 든드은해져서 버스를 올라타니 기분 조옷습니다.

마늘냄새 풍기지 않으려 일부러 1인 좌석에 앉아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고 오다가,

아주 잠깐 졸았는데 한 정거장 지나쳤습니다.

 후다닥, “아자씨~~ 나 내려요오~~!”

 

(누구 그밖에 1인용 메뉴 쌈박한 거로 뭐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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