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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가 막혀 역류하는 현상이라구?-종로상회

fotomani 2014. 2. 6. 10:37

 

 

“난 삼촌 친구 분들 모임인 줄 알았어요.”

오랜 만에 가서, 그 오래 전 왔었던 얘기를 하니 금방 알아보는 여주인의 출중한 기억력에 놀라며 나온 말이

‘삼촌’ 친구 분들이라니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습니다.

얼마 전 먹은 삼겹살이 식당 분위기는 깨끗하고 친절한 데

연식이 오래 된 사람들에게는 왠지 모자란듯하여 고른 집입니다.

 

 

7시로 정했지만 일찍 오는 사람은 정해졌습니다.

2사람이 모이자 사정없이 소량으로 나오는 특수부위만을 모았다는 ‘특별모둠한판’을 시킵니다.

뽈살, 꼬들살, 항정살, 갈비본살이라는 고기가 섞여 있는데,

요즘은 이름들을 하도 잘 갖다 붙여 이 부위별 이름이 원래부터 그렇게 불리던 것인지,

그냥 도축장에서만 통용되는 명칭인지는 대충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기본 찬으로 나오는 된장찌개에 소맥을 한잔 마시니 고기가 나오고 한둘 모이기 시작합니다.

종로상회라 찍힌 시커먼 무쇠철판 위에 올려놓는 하얗고 발그스레한 고기가

먹고 살아보겠다는 생존본능을 불러일으킵니다.

참치살처럼 생긴 뽈살은 내 앞으로, 제가 이미 찜해놓았습니다.

그런데 고기가 익어가며 결이 선명하던 고기가 서로 비슷하게 익어서

뽈살이니 무슨 살이니 골라먹으려니 꼭 카드 짝맞추기 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삼겹살과는 또 다른 담백하고 씹히는 맛이 있습니다.

쌈 싸먹기는 삼겹살이 낫고 마늘과 양파절이를 곁들여 깨끗이 먹긴 이게 난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입이 깔깔하지요. 다른 쪽에선 계속 구이를 먹는 동안 먼저 온 테이블은 김치찌개를 시킵니다.

취사반 알루미늄 국통과 국자는 새로 들여와도 왜 그리 쉽게 쭈글쭈글 해지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게 연상되는 양푼에 김치찌개가 나옵니다.

 밥도 양푼에 한 그릇. 주인장은 푹 끓여먹으라 합니다. 당연하지요.

펄펄 끓으니 곁에서 그새를 못 참고 허겁지겁 삽질하고 있던 밥도 뺐어와 투하,

남아있던 콩나물도 양푼에 쓸어 담습니다.

삼겹살 껍데기가 야들해지고 김치에서 국물이 우러나며 꿀꿀이죽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쭈그러진 양푼들을 하나씩 차고 먹는 꼴이 그지가 따로 없습니다.

 

 

 

 

늦게 온 사람을 위해 시킨 추억의 도시락. 열심히 흔들어 그것도 한 숟갈 씩 퍼 넣다 보니,

‘지나친 음주는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메뉴판의 주인 기대와는 달리 주량이 떨어져

쏘주 반병에 맥주 조금 정도로 1차가 끝납니다. 매상 좀 올려주지~ 야박한 사람들~

 

 

 

 

2차는 우리의 만만한 밥, 마당호프로 가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노가리 안 먹는다는 총각을 위해 나쵸 한 접시에 노가리 6마리,

총각이 시킨 안주가 색다르고 맛있다며 또 노가리 6마리 나쵸 한 접시,

‘우리 이집에서 이렇게 두 번씩이나 노가리를 시켜먹은 적이 없다’고 짐짓 놀라는 척하며 또 5마리에 5백 둘 추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화장실로 가니 다들 벽을 향해 서서 들어서는 나를 보고 히죽 웃는데,

자리가 없어 문을 열어놓고 엉거주춤 혼자 일을 보고 있는 ‘빠고다 아저씨’ 뒤에 서보니,

그 아자씨가, ‘양기가 입으로 다 올랐다’는 말에 ‘하수도가 막혀 역류하는 현상’이라고

그럴듯한 도시공학적 분석을 내놓던 바로 그 친구일 줄이야...

뒤에서 한참 기다렸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체험에서 나왔던 말인 모양입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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