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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해장국? 조치요~

fotomani 2014. 2. 11. 08:38

 

북어국이 언제부터 황태해장국으로 불리게 되었을까요?

 

황태는 노랑태라 하여 해방 전 함흥 일대에서 생산했다 하는데

분단 이후 남쪽에서는 59년부터 진부령을 비롯한 대관령 등지에서 생산했다 합니다.

(동아일보 ‘이색마을을 가다’ 1973.03.12)

 ‘해변에서 단시일에 말린 북어는 장작개비처럼 딱딱하지만,

영하 15도 이하 찬 공기에서 서서히 말리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껍질과 속이 색이 노랗고 살이 폭신폭신하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보통 북어국이라 불리던 해장국이 황태해장국으로 대표되게 된 데에는

강원도에 스키장이 개설되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알려진 게 아닌가 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북어를 패야할 수고를 황태가 덜어 주게 된 것이로군요.

그러나 못된 남편 패듯 두드리면서 해소되는 스트레스가

모조리 착한 공처가들에게 덤터기씌워지는 건 아닌지 매우 두렵습니다.

 

 

엊그제 문상을 갔다 붙잡혀 떡이 되게 술을 먹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도 어찔할 정도였습니다.

 먹을 땐 몰랐는데 다음 날 이러니 제 명대로 살려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날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당연히 운동은 포기하고 사우나로 직행했습니다.

냉온탕을 번갈아 가며 급한대로 어지러움을 수습하니 허기지기 시작합니다.

보통은 아침을 들지 않는 편인데 발이 불수의적으로 근처 유명하다는 황태해장국집으로 향합니다.

 

 

옥호가 그냥 황태해장국입니다.

테이블에는 손질해놓은 황태가 비닐봉투에 담겨있고

한차례 손님을 치렀는지 아줌마 두 분이 분주하게 설거지하느라 바쁩니다.

김치, 깍두기, 김무침, 문어조림이 설설 끓는 뽀얀 해장국과 함께 나옵니다.

뽀얀 국물은 대가리 삶은 육수로 요즘 유행하는 사골국물에 북어가 아닌 듯합니다.

북어만으로 국물을 내면 약간 비릿한 맛이 나는데

그런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술이 덜 깬 탓인지 혀에 부드럽게 감기기만 합니다.

젓국은 숟가락으로 눌러 짜고 새우만 집어넣고 밥을 뽀얀 국물에 반만 맙니다.

천천히 뜨거운 국물을 음미하며 지난 밤 알콜로 단련 받았던 식도와 위장을 달래줍니다.

그에 따라 멍하고 어수선했던 머리가 슬슬 정리가 되오니 이건 또 더 괴로워집니다.

 

 

 

 

 

과음을 하면 다음날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회한의 독백과 함께 ‘내 다시는 그렇게 먹지 않는다’ 다짐을 해보지만,

해장국으로 육체의 쓰라림이 진정됨에 반해

마음 한구석의 빈 자리가 점점 커다랗게 다가옴은 웬 까닭일까요?

이래저래 해장국엔 우리의 이야기가 또 하나 쌓이게 됩니다.

 

 

그건 그렇고 이집 메뉴판이 재미있습니다.

그냥 해장만 하려는 사람, 안주 위주로 반주하려는 사람,

식사 위주로 반주하려는 사람, 둘이서 간단히 마시려는 사람,

그러다 보니 마음이 달라지는 사람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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