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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의 바닷길걷기 11-정자항에서 양포항까지

fotomani 2014. 3. 31. 13:21

 

포항에 언제 올지를 물어보는 친구의 문자에 이번 바닷길 걷기는

부랴부랴 양포항에서 정자항까지 코스를 이틀 전에 진행방향을 거꾸로 수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포항에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가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양포로 가는 버스를 타려던 계획을 바꾸어

울산행 저녁버스를 타고 내려가 찜질방에서 잠시 쉰 후 정자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변경한 것이지요.

 

 

 

벌써 몇 번씩이나 저녁버스를 타고 내려가지만 첫날은 버스 안에서 잠을 자기 쉽질 않습니다.

아직도 철이 안든 탓인지 여행에 대한 설레임에 느긋하게 잠을 이루질 못하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간이 옷걸이에 자켓을 걸쳐놓고 잠을 청하는 프로들을 보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울산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2개 있는데

고속도로가 끝나는 초입 터미널에 내린 건 근처에 커다란 찜질방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로(大露)라는 찜질방은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큰 찜질방이었는데 매트리스가 없어

여름에도 습관적으로 이불의 무게가 느껴져야 잠을 이루는 저의 ‘못된’ 습관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새벽 4시, 정자항 첫 버스가 차고지에서 6시 10분에 출발하지만

그냥 일어나 시간을 죽여가며 몸을 씻고 사우나 직원에게 물어보니 ‘5시 30분 정도면 차가 다니는 것 같던데요’랍니다.

긴가민가하지만 맞으면 시간절약해서 좋고 아니면 새벽바람이나 쐬려고 길을 나섭니다.

 

 

광역시답게 시내를 가로질러 정자항까지 계산해보니 그것만도 16km정도,

객기를 다스리며 얌전히 편의점 커피를 뽑아 마시며 기다리다 버스에 올라탑니다.

현대차 제1공장을 시작으로 2,3,4, 5공장을 거쳐 1시간을 넘겨 정자항에 닿으니 7시 반,

해변엔 새벽부터 물질하는 스쿠버 무리가 보입니다.

마침 바로 곁에 아침식사를 한다는 지하식당으로 내려가니

도로와 높이 차이가 있어 지하에서도 해변이 보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식당은 뷔페식이었는데,

작지만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인지 준비된 음식량도 많고 일하는 아줌마도 3명씩이나 됩니다.

흔히 보이는 제육볶음은 없지만 맛깔나게 조리된 음식들이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곁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었던 중년남자 둘이

자기들도 며칠 전부터 부산에서 출발해 걷는 중이라며 반겨줍니다.

나는 이미 내려온 길이니 참고하시라고 내 블로크 목록 주소를 문자로 링크해주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 사이 스쿠버팀들은 이미 바다에서 나와 잠수복을 벗고 야외 수도간에서 수영복차림으로 몸을 씻고 있습니다.

‘아니, 아직 여름도 안됐는데 비키니라니?’,

놀라움과 그들의 바다를 향한 정열에 감탄을 하며 화암 주상절리로 갑니다.

상상한대로 규모가 작습니다.

동해는 해안을 따라 지층의 융기현상을 보여 제주도처럼 수직은 아니더라도

기운 형태의 주상절리가 한 두 개쯤 보일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끝 지점에 누운 형태의 주상절리는 사대부의 장베개가 연상되어

여인네 치마폭에 써주었던 농염한 시처럼 장베개에 얽힌 애절한 사랑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이른 아침부터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못 볼 걸 봐서겠지요.

 

 

 

 

 

 

 

 

 

영일만에는 먼 바다에 떠있는 커다란 유조선도 보이지만

커다란 어선들도 근해에서 엔진소리도 요란하게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양남면은 5일장인지 소규모 장이 열렸습니다.

여느 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장날 만난 친척의 등을 두드리며 안부를 묻는 풍경도 보입니다.

‘전복 한 접시 회쳐 달래서 즉석에서 날루 먹어봐?~’

이 동네에서는 특이하게도 손수레 같은 기구로 아낙네들이 밭을 일구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밭이 작으니 경운기로 일구는 대신 사람의 힘으로 대신하는 모양이긴 합니다만 내가 밀어줄 수도 없고...

 

 

 

 

 

 

 

 

 

‘그림이 있는 어촌마을 주상절리 읍천항’.

그림이 아니더라도 입구에서 보이는 풍경은 아기자기합니다.

방파제 안에 따로 작은 방파제를 만들어 작은 배들을 접안시킨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그림입니다.

여기 벽화는 월성원자력에서 그려준 모양인데 어떤 것은 상당히 수준이 높아 그 앞에서 한참 보게 만듭니다.

마을이 끝나자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보이고 공원이 나옵니다.

발전소 부지는 기존 국도를 점유하고 따로 우회도로를 만들어 주었는데,

자동차 전용도로인 것 같아 여기서 방폐장입구, 문무대왕 수중릉까지 약 4km정도 버스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원덕읍 호산리 원자력발전소 부근의 솔섬도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발전소가 들어선 곳은 소나무숲이 더 매력적입니다.

좀 들어가 보려 하니 통행금지 바리케이트가 세워졌습니다.

버스 안에서 지나치면서 보던 문무대왕 수중릉은 걷는다고 속살을 보여주는 건 아니군요.

그저 백사장에서 한번 훑어보고 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바위 한가운데 십자로가 있어 어쩌구는 그저 상상으로 만족할 수밖에.

 

 

 

논두렁을 걸으며 보이는 감은사지 쌍둥이 삼층석탑은 오히려 멀리서 신비로움이 더한 것 같습니다.

금당터 밑으로는 용으로 승천한 문무대왕이 드나들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어째 좀?

동백꽃에 홀려 이견대 밑으로 지나는 바람에 용으로부터 만파식적을 받았다는 이견대는

기와지붕만 감상하고 용띠 닥다리는 대왕암을 빠져나옵니다.

 

 

 

 

 

문무대왕 수중릉 앞에서 구워주는 오징어구이 냄새에 회가 동하게 만들어

감포읍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나정해수욕장 근처 칼국수집에 들어가 매생이 칼국수를 하나 시켜먹습니다.

별맛은 없고 그저 해변에 왔으니 들깨칼국수보다는 그게 더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거기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전촌리라는 곳에 가니 온통 너도나도 원조 회국수에 몇 년 전통,

아 이렇게 후회막급일 수가?

 

 

 

 

 

 

 

감포읍도 장날인 듯 시장 앞 삼거리에는 나물들을 캐가지고 나온 아주머니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포항친구로부터 언제 오는지 문자를 받은 터라 노닥거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니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에게 인사말조차 변변히 하지 못하고 떠나는 느낌입니다.

감포항에는 아까 먼 바다로만 봤던 커다란 어선들이 정박해있고 횟집들이 즐비합니다.

뒷길로는 내가 좋아하는 선술집과 다방들이 즐비하여

아쉬움은 길가에 핀 자목련으로 달래고 양포항으로 나갑니다.

송림이 좋으니 군데군데 캠프장이 늘어서 있고 비 내리는 텐트 안에서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보슬비는 어느새 모자차양에서 물이 떨어질 정도로 빗발이 굵어지고 배낭에서 판초를 꺼내 둘러씁니다.

한두 번 해보니 이젠 그것도 능숙해져서 허리를 질끈 동여매고

모자는 뒤로 넘어가지 않게 앞이마에 앵커 걸고 귓바퀴 뒤를 지나 끈을 조이니 고정이 잘 됩니다.

이상한 듯 쳐다보는 길가의 꼬맹이에게 ‘아웅~’.

양포항까지 데리러 오겠다는 친구의 수고를 덜어주려고 양포삼거리에 오니

오천으로 가는 버스가 방금 출발했고 다음 차는 한 시간 뒤나 있을 거랍니다.

할 수 없이 친구가 올 때까지 가게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배낭을 정리하고 있자니 품바가 따로 없습니다.

오랫만에 시골다방에 앉아 달짝지근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최백호 노래나 감상해볼까 하다가

혹시나 합승으로 나갈 택시나 고무줄 시외버스를 노칠까 그냥 쪼구려 모드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카톡으로도 날려보고, 현대판 품바는 카톡질도 한다?

 

 

 

 

 

 

 

 

 

 

 

동행이 생긴 김에 그 유명하다는 ‘폭탄주 이모집’에 들려볼 양으로 다미촌을 찾아가니 만석,

자리는 30분 뒤나 얼마가 될지 기약이 없답니다.

기념촬영은 못했지만 폭탄주이모와 몇 마디 시시덕거린 것에 만족하고

보고 싶던 제수씨도 만나볼 겸 친구 집 근방 횟집으로 갑니다.

너무 환대를 해주는 부부땀시 이야기하느라 주 메뉴 회접시 찍는 것도 잊어버리고

나 혼자서 벌개져서 부부 사이에 껴서 사진 한방 박습니다.

 

 

 

 

 

빨간 거 하나 갖다 달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줌씨에게

 ‘여기선 참이슬 빨간 거 달라면 빨간 도장 찍힌 참소주를 갖다 준다’고 설명을 하니

잔소리 말고 동네 술이나 먹으랍니다.

술을 들지 않는 친구부부와 함께 나 혼자서 2병을 해치우고

포항에서 들르던 하던 백암스파월드 대신 아파트 근처 이동 온천 스포렉스로 가니 여긴 그보다 더 넓습니다.

아침에 선잠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듯하여 눈을 떠보니 눈앞에 웬 하얀 발 같은 게 어른거립니다.

아니 진짜 발입니다.

찜질방에 가면 가끔 보이는 베개 대용 커다란 포플라나무 반절 쪼갠 것

밑으로는 내가 대가리 처박고 낮은 포복으로 누워있고 반대편 젊은 아줌마는 발이 편했는지

그 나무 위에 발을 걸쳐놓고 떠억하니 편안하게 주무시고 계시니 그런 모양이 나올 수밖에.

하필이면 텅텅 빈 수면실에서 바로 내 곁이람?

빨아먹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다음 12번째 바닷길걷기는 울산에서 기장까지입니다. 기장부터 부산까지는 8회차에 걸었으므로

다음 번이면 동해안은 그럭저럭 끝나게 되는 셈입니다.

 

전체적으로 평탄, 포항에서 요번 새로 개발한 이동온천스포렉스도 추천할만함.

41.5km

누적 398km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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