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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미 속에 일탈을 허하는 절-완주 송광사

fotomani 2014. 4. 5. 14:39

기존 홈페이지가 폐쇄되며 잃어버린 글을 수정. 보완하여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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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라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보나?”

그러나 보통사람들에게 달보다 손가락 끝이 더 흥미로운 곳이 있으니 그곳은 완주 송광사이다.

송광사를 찾게 된 연유는 지난 <백제역사재현단지>를 찾을 때

유일하게 하앙식 건축양식이 유일하게 남아있는완주 화암사를 들러 볼 기회를 놓쳐,

이번에 더불어 코스에 집어넣은 곳이다. 다음에 화암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우선 송광사를 둘러 본다.

 

 

금강산도 식후경. 최승범이라는 시인이 추천한 '송광 순두부'로 일단 배부터 채우고...

 

 

 

 

 

전주에서 26번 도로를 따라 소양면에 이르러 741도로로 접어들면 예사롭지 않은 벚꽃나무터널을 만나게 된다.

아직 만개되지 않았지만 주말에는 화사한 꽃 터널을 보게 될 것 같다.

마을 한 쪽 평지에 들어선 송광사는 다른 절처럼 긴 소나무길이나 전나무길이 없어 다소 밋밋하지만,

일주문 곁의 찻집(종무소)의 창틀만 보아도 헛걸음한 생각은 들지 않도록 포근한 느낌을 준다.

금강문 천장은 군데군데 칠하지 않은 구조물들을 끼워놓았어도

그것대로 기존 단청과 함께 오히려 색상이 더 잘 어울린다.

사천왕은 보통 잡귀나 악인을 발로 밟고 있는데 이곳 지국천왕 곁에는 무릎 높이밖에 되지 않는

‘꼬붕’같은 중생이 앞에 놓인 불전함을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어 웃음이 난다.

 

 

 

 

종루는 경복궁 동십자각 형태를 띠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절에 있는 전각으로는 화려하다 할 수 있는데,

<亞>자의 네 귀퉁이에 각각 목어, 운판, 법고, 종을 배치하고 가운데 범종을 올려놓은 종루는

8개의 기둥 중 범종을 둘러싸고 있는 4개의 기둥에는 용을 그려 놓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공포(기둥 위의 지붕을 받는 복잡한 구조물)와 함께

피어오르는 구름 속으로 네 마리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이 더욱 화려한 느낌을 준다.

누마루 아래 기둥을 살피던 중 고개를 돌리니 건너편 식당 굴뚝이

“찾는 길은 거기에 있지 않다는 듯이 장난스레 웃으며 기둥 사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경외에서도 볼거리를 제공하니 이거 웃기지 않는가?

 

 

비록 경외의 굴뚝이라 할지라도 엄숙한 장소에서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의외 장면을 만나니 어리둥절한데,

지장전 두번째, 네번째 화반벽(기둥과 기둥 사이 문 위에 창방과 장여 사이의 구조물)에

불교를 상징하는 문양이나 불화가 아닌 단청도 안한 도깨비 부조로 되어 있어

연이은 파격이 잘 기획된 연출 같은 느낌이다.

 

 

 

수키와로 길섶을 장식한 길을 따라 가니 단아한 적목당과 기와로 쌓아놓은 담장을 지나 나한전이 나온다.

송광사 대웅전. 나한전의 부처님들은 나라의 변란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려 왔다는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으나,

그것보다도 화려하지 않고 서까래 끝머리와 부연에만 단청을 한 절제미에 더 눈이 간다.

   

 

 

 

대웅전에는 커다란 부처님 세분이 나를 압도하면서 천장에는 주악비천상이 그려져 있다는데,

실은 그림이 아니라 구름(우물반자) 사이로 튀어 나온 작은 용머리 사이를

입체적으로 악기를 뜯으며 날라 다니고 있는 비천 목조각상들-그게 그거지-과 물고기 들이 눈에 뜨인다.

마치 꽃비가 내리는 수미산을 날아다니며 향기를 뿌리는 여인들 같다고나 할까?

 

송광사는 도의선사가 절터를 찾다 영천수를 발견하고 터를 잡았다는데(583),

실제로 경내에는 물이 많이 나는 지 사진처럼 수키와로 물이 담기는 작은 저수조를 많이 만들어 놓았다.

 

 

 

불자는 아니지만 잠시 느슨함과 신비로움을 느끼며 돌계단으로 내려서니

돌계단 옆에 비죽 머리를 내민 돌 막대 비슷한 돌 두개와 석등받침으로 쓰였음직한 거북받침이 곁에 있다.

우선 거북의 얼굴이 엉뚱하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좀 우둔하고 촌스러운 티가 나는 거북 얼굴은

뭐가 불만족스러운지 입을 비죽 내밀어 움추린 자세로 있고,

밋밋하게 보였던 커다란 개불 같은 돌 막대는 각도를 달리 보니

면이 만나는 모서리를 중심으로 얼굴모양을 갖추고 있는데

하나는 해태의 모양을 갖춘듯하고 다른 하나는 거북 얼굴처럼 뚱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송광사에는 절과는 별 상관없는 헤벌죽 웃고 있는 목장승이나

하루방 지팡이를 꽂아 수량을 조절하는 물확이 있어 유쾌하다.

여인(원숭이)상 만을 보려고 강화도 전등사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화암사를 가려고 덤으로 얹혀놓은 송광사를 둘러보며

예상치 않게 만나는 엄숙함으로부터의 일탈이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07/04/02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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