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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용의 나라가 아닌가? - 변산 내소사, 개암사

fotomani 2014. 4. 1. 09:02

(원래 홈페이지를 폐쇄하며 삭제된 포스팅을 수정 보완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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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지역적으로 가까운 곳에 쌍둥이 같이 닮은 절이 있는 경우를 보는데

해남 대흥사와 미황사가 그러하고 부안군 변산반도의 내소사와 개암사가 그러하다.

 

 

 

 

예전에 내소사를 가보았던 것이 한 십년 전쯤 되는 것 같은데 이제 들리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너무 일렀는지 ‘아침식사 됩니다’라고 붙여놓은 식당을 두드려도 인기척은 없고

내소사 초입에 이르러서야 겨우 바지락죽을 해줄 수 있다는 식당 하나 찾았다.

심드렁한 아주머니 표정에서 음식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십 여 분 마당 구경을 하다 들어가니,

갖 끓여낸 바지락죽이 색깔부터 환상적이다.

연노랑, 연초록, 연주황의 잡곡과 당근이 하얀 쌀죽에 파스텔화 그린 듯 섞여 있고

그 위에 맛김과 잣으로 액센트를 주었다.

모양 좋은 것은 대개 맛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쓴 맛이 없어지도록 곰삭은 갓김치와 백김치는

젓갈 없이도 쫄깃한 바지락과 함께 구수한 맛이 입안으로 퍼져나가도록 만든다.

‘누룽지 좀 드실라우’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배나 채우려던 아침은 뜻하지 않게 진수성찬이 되었다.

 

 

 

 

 

 

내소사는 꽃살문이 워낙 유명해서 대웅보전 계단으로 올라 온 관람객들은 분합문부터 유심히 살핀다.

이제는 단청을 새로 하려해도 극성팬들이 그냥 놔둘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이다.

꽃살문이라고 해야 별거 있겠는가?

그러나 ‘분합문마다 꽃문양이 문마다 서로 다르고 고졸한 미가 있다’ 정도만 알고 있지

봉오리진 연꽃문양이 위로 올라가며 활짝 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꽃살문 하나 짜는데도 일일이 수작업을 하려면 인내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거기에 덧붙여 연꽃이 변화하는 과정을 문짝 하나에 표현을 하다니…

아름다움은 자칫 겉치장으로만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의 뜨거운 숨결이 가미되어 있는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아름다움이 아닌가?

 

 

 

 

 

 

마침 활짝 열려있는 분합문은 대웅보전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삼존불과 후불탱화 그리고 천장으로 올라가며 깨달음의 환희를 표현하는 것 같은 복잡한 구조물과 장식이 보인다.

대들보에 걸쳐진 충량은 왼쪽은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머리로

오른쪽은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머리로 만들었는데

용이 아무리 상상의 동물이라 할지라도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실재했던 것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가운데 우물반자에는 연꽃과 봉황으로 단청되고 외곽 양 옆에는 각종 악기가 그려져 천상의 소리를 들려준다.

화려한 내부 포작(옛건물 기둥 사이에 꽃처럼 올라간 천장 구조물

- 일반인이 보기에  ‘왜 이리 복잡한거야’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넓은 대웅전을 꽉 채울 정도로 퍼져 올라가 이것으로 닫집을 대신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바깥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추녀 밑에도 용머리가 있다. 그것도 네 귀퉁이에 모두.

아마 대웅전을 짓던 도목수는 기왕이면 대웅전을 반야용선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생겼었나?

 앞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네마리 용으로 번쩍 들여올려 열반의 세계로 항해하려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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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왼쪽 앞 용머리 장식은 목탁을 입에 물고 있어 이채롭다.

대웅보전 앞에 서서 보니 내소사 전각들은 합각벽(지붕 양옆 삼각부분)에

기와로 만든 소박한 장식을 갖고 있는데 제각각 모양이 달라 보는 재미를 더 한다.

 

 

 

 

 

 

대웅보전이 내부 장엄에서 특색을 가지고 있다면

대웅보전 바로 곁에 있는 설선당과 요사채는 독특한 구조와 살림집 냄새를 가장 많이 풍기는 곳이다.

설선당은 두개의 맞배지붕 집을 ‘ㅁ’로 연결한 구조인데 절마당과 접한 쪽은 차방으로 쓰이고,

뒷채는 선방으로 쓰이기에는 너무 비좁아 부엌과 헛간 용도가 더 큰 것 아닌가 생각된다.

2층과 단층으로 이루어진 복잡하면서도 아늑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는 복잡한 구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래 문지방이 크게 굽어진 대문을 들어서면 왼쪽이 부엌인데 흙바닥

-집안에서 흙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에

마치 너와집 구조처럼 벽이 천장 쪽으로 뚫려 있어

부엌 환기창으로 빠져 나가지 못한 연기가 쉽게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지형을 이용한 건물은 경북 양동마을 이언적의 향단 부엌구조가 떠오르는 구조로

매일 드나들어도 심심치 않을 형태를 가졌고,

까뀌로 툭툭 쳐내 붙여놓은 듯한 대문 널판에서 대목이 만든 투박한 찬장처럼 소박한 맛이 나 마음에 든다.

 

 

 

 

앞 건물은 해우소 뒷 건물은 화장실.

 

 

포대에 담긴 것은 쌀겨로 인분을 덮는데 사용되는데 문이 없는 출입구의 흰줄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사실은 냄새도 나질 않지만 냄새나는 곳을 봤으니 수선화로 눈을 깨끗이 하고...

 

내방객을 위해 제공하는 차를 마시기 위해 설선당으로 들어간다.

따뜻한 온돌바닥에는 작은 차탁이 여럿 있어

보살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고 보살님의 권유로 메밀차를 마신다.

물이 끓는 동안 아내와 보살님은 대웅보전 천장의 악기 이름에 대해 한참 얘기를 나눈다.

메밀에서 우러나오는 색깔을 감상하기 위해 찻주전자는 유리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아직도 구수한 여운이 남는 차 맛을 입안에 간직하며 개암사로 향한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올라오면서부터 길이 낮익다 했더니

나주 불회사나 주천 법흥사처럼 일주문에서 숲을 통해 들어가다 우측으로 꺾어지며

가람이 배치 되어 있는 모습이나 축대 모양이 매우 닮았다.

대웅전을 둘러 보기 위해 들른 개암사는 비록 정돈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뭔가 빠진듯 허전한 축대가 앞으로 절모습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고해주는 듯하다.

 

 

변산반도 북안길로 일부러 우회해서 개암사로 향한다.

 

 

내소사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능가산'개암사다.

 

 

 

개울을 넘어 맞아주는 커다란 느티나무들은 금강역사를 대신하는 듯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고

커다란 바위로 만든된 물확 앞에서 쑥을 캐고 있는 할머니 보살님이 그림이 되어 다가온다.

돌계단 아래에서는 울금바위만 보이고  돌깬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축대만이 나를 옥죄어오는 듯하다.

계단을 올라가며 울금바위, 대웅전, 황량한 절마당이 순차적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전각들이 아직 들어차지 않은 절마당의 황량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울금바위와 대웅전의 찰떡궁합 같은 조화를 깨뜨리지 못한다.

 

 

 

 

 

 

대웅보전에서 우리가 받는 느낌은 내소사와 거의 비슷하고

서까래와 부연 일부는 깨끗해서 최근에 보수를 한 것 같다.

내소사보다 공포가 간략해진 대신 구성물중

주두와 첨차에 연꽃과 연잎을 조각해 언뜻보면 용의 발톱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에도 추녀 밑에 용머리가 장식되어 있으나 전면부 두귀퉁이만 차지하고 있다.

대웅보전 현판 위에는 도깨비 부조가 두개 달려 있고

전체적으로 내소사보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짜임새 있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법당 내부는 용의 전국시대이다.

전면 분합문 뒤쪽 포작 위로 3마리의 용이, 좌우 충량에 2마리 용,

닫집 밑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3마리 용,

네귀퉁이에 4마리 용이 서로 머리를 디밀고 있고

도깨비 그림까지 붙어 있어 삼존불 위로는 온통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는 것 같다.

 

 

누군가 개암사에는 대웅보전 하나로 족하다고 했는데

아마도 아담했던 옛 모습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라 생각되나,

어차피 수도정진하는 스님도 많아지고 이곳을 찾는 불자와 관광객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발전과정이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다만 옛 모습을 깨치지 않는 조화로운 중창을 기대할 뿐이다.

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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