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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이 넘치는 연륙3도-신도.시도.모도

fotomani 2014. 3. 11. 09:37

 

이글은 2006년도 작성한 글입니다. 링크해 소개해줄려고 찾아보니

오래 전 홈피에 있던 글이라 행방불명되고 말았습니다.

 

섬이 나를 부르네...

 

어느 영화제목 같기도 한 낭만적인 말이지요.

 

영종도 북쪽 해안 가운데에 삼목선착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바로 코앞에 보이는 장봉도와 신도, 모도, 시도로 들어가는 왕복페리를 탈 수 있습니다.

왕복이라 함은 일단 페리를 타고 들어갔다 나올 때 왕복요금을 치룬다는 말입니다.

마음이 후한 것 같기도 하고 섬에 들어갔다 지가 별 수 없이 나올 것이니

기왕이면 선심이나 쓰자는 표정 관리일 것도 같고...

 

 

 

이 3개의 작은 섬들을 둘러 보려 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배를 타고 들어가 간단히 작은 섬을 일주해 보고픈 단순한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러지 않겠습니까? 부두에 가면 저 배는 어디로 갈까 하는 막연한 궁금함.

 

배는 한 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데 막상 신도까지는 10분밖에 안 걸리는 눈앞에 빤히 보이는 섬입니다.

신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조그마한 선착장 터미널, 화장실

그리고 2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횟집 하나가 덜렁 놓여 있어

진눈깨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오늘 날씨처럼 스산해 보입니다.

 

 

 

드라이브는 신도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다리를 건너 시도로 다시 다리를 건너 모도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구봉산을 가운데 두고 얕은 구릉으로 이루어진 섬은 소금으로 유명했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몇 군데 염전이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반짝거리고,

해안가에는 잘 지어놓은 펜션과 마을이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여분 갔을까 마을로 진입해 들어 간 도로는 머리를 틀어 섬의 북쪽으로 향합니다.

멀리 회색빛 바다와 그 위에 떠있는 강화도가 보입니다.

길옆 농수로에는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가로이 물고기와 희롱하고,

곧 시도로 연결되는 뻘위에 놓여진 다리가 나타납니다.

개펄은 썰물이라 꼬불꼬불 골이 팬 물길과 함께 맨살을 드러내놓고,

멀리 오른 쪽 언덕 위에는 드라마 <가을연가> 세트인 하얀 집이 보입니다.

矢島 중앙에는 면사무소, 우체국, 파출소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주위로 민가들이 들어 서있어 전형적인 시골마을 모습입니다.

 

 

 

 

세트장쪽으로 가니 오른쪽은 <가을연가>, 왼쪽은 <풀하우스> 세트장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먼저 <가을연가> 세트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어느 사진을 보는듯한 건물이 이내 나타납니다.

원통 3개에 직육면체 상자를 붙여 놓은 듯한 모양의 집. 보진 않았어도 드라마의 내용을 짐작할 만합니다.

이집은 철저히 카메라 앵글을 의식해 만든 집으로

각 공간의 연결로는 어느 각도에서라도 방해물이 없이 촬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화려하나 내용이 없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신데렐라의 꿈을 쫒는 주인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역시 자리 잘 잡은 세트장인 이집이 있는 언덕의 한쪽은 절벽으로 해수욕장과 바다가 보이고

다른 경사면 쪽으로는 개펄이 펼쳐져 있어 경관이 수려한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풀하우스> 세트장으로. 이 건물은 아까 그곳과 달리 사람이 살고 있는 느낌이 많이 나는 동화 속의 집입니다.

각 면의 벽면처리가 제각각 개성이 있고, 집에서는 데크가 해변으로 주욱 뻗어 나와 운치를 더해줍니다.

 

내부를 보려하니 따로 관람료를 받습니다.

열렬한 극성팬도 아니고 드라마라고는 대장금도 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게 그렇게 달갑지가 않고

더군다나 그 옆에 적혀있는 세트건물 임대료등은 시간당 몇 십만 원이 적혀 있어 혀를 내두르게 만듭니다.

 

 

 

다시 마을로 들어서 언덕을 넘으니 곧바로 모도로 넘어 가는 다리가 나옵니다.

다리 초입 갯바위 위에 바위를 건너뛰는 소년의 조각이 우리의 눈을 끌며

앞으로 무엇이 나올지 궁금하게 만들어 줍니다.

 

 

배미꾸미 조각공원으로 가는 길.

다리를 건너자마자 길은 왼쪽으로 심하게 구부러져 있고,

방파제 위로 나있는 길은 옛날 농로를 포장한 듯 콘크리트 포장 위로

난데없이 전신주가 불쑥 튀어 나와 우리를 놀라게 만듭니다.

길옆에는 초등학교 분교였을 법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민박집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고,

거길 지나자마자 <배미꾸미 조각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배미꾸미는 배 밑창을 일컫는 말로 해안의 모양이 작은 배 밑창과 형태가 비슷해서 붙인 이름이라 합니다.

낮은 언덕을 넘으니 시뻘건 황토 마당에 하얀 건물 2채와 잔디밭이 보이고

그 앞에는 그림 같은 모래 해변이 펼쳐집니다.

 

 

 

 

양지바른 너른 마당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섬에서 빌린 자전거로 이곳으로 온 관광객 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품을 흥미롭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런 조각들을 전시해 놓았거니 했던 조각공원은

중심부로 향할수록 작가의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애써 눈길을 피하던 성에 대한 주제가 강렬한 태양 아래

비릿한 바다내음과 어우러져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그와 함께 이 작품들이 바다가 아니라 산속에 전시되어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들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숨어 있는 성이 아니라 자연 속에 조화된 삶으로써의 성,

삶의 원천으로써의 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작품 그 자체의 예술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작가의 의도가 성공한 것 아닌가 하는 주제 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곳은 조각가 이일호라는 분의 작업공간이었다 하는데 그 작업실을 카페로 만들고 펜션을 지었습니다.

정원 한가운데 시비의 싯귀가 재미있습니다.

“바다는 모도를 섬으로 고립시킬 생각이 없었고 / 모도 또한 바다 속에 안기고 싶지 않았다. / 우리는 여기 왜 서있나“

 

어느 분이 아들에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 자유라 할 것이다”는 말을 곁에서 들었는데,

마치 그것을 연상시킵니다.

‘내가 너를 강제하지 않고 너 또한 나를 속박하지 말 것이다. 다 생긴대로 존재의 이유는 있을지니...’

 

 

 

배가 슬슬 고파오기 시작합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장안동에서 콩나물국밥에 잘 익은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어서인지 소화가 더 잘 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섬의 마지막인 이곳까지 오는 동안 변변한 횟집 하나 보질 못했고,

조각공원 초입에 있던 횟집은 어항이 말라붙어 있었으니 난감합니다.

 

선착장으로 되돌아가서 바가지를 쓰든 어떻든 허기를 해결해 보리라.

선착장에 보아두었던 <바다로>횟집으로 가니 누가 미리 매운탕을 주문해둔 모양입니다.

세팅된 상차림이 그럴듯해서 우리도 매운탕을 주문하니 다 떨어졌다 합니다.

회정식을 시킵니다. 단체손님에 묻어 먹으면 둘 중 하지요..

찬밥이 되거나 겨우 빌붙어서 더 얻어먹을 수 있거나,

둘 다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먹는다는데 방점을 찍겠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음식들에 정성이 들어갔습니다.

채소류가 아삭아삭한 금방 무친 홍어무침, 한치회, 일인당 한 접시로 나오는 광어회,

살이 야들하고 쫄깃한 꽁치구이, 또 하나 확실히 단체손님 덕을 본 것이 확실한,

커다란 우럭대가리가 들어간 매운탕.

음식이 늦어져 덤으로 한 접시 더 나온 홍어무침에 소주발이 섭니다.

 

 

'섬아 내가 여기 있으니

너의 가늠할 수 없는 매력으로 보잘 것 없는 이 한몸을 품어다오.'

 

 

 

06/03/02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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