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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이죠? 빨간 거도 하나?

fotomani 2014. 7. 10. 13:14


어떤 사람은 저녁시간에 혼자서 음식점에 못 들어가겠다 하는데 

저는 그것보다는 혼자서 반주 겸해서 먹을 만한 게 없어 불편을 느끼는 편입니다

지난 화요일도 그런 날이었는데 안주겸 먹기론 치킨정식이 딱인데 이젠 너무 가서

아줌마가 자동으로 정식이죠? 빨간 거도 하나?’할 정도니 쪽팔리고

밥집으로 가서 고등어구이를 먹자니 놀라며 아니 원장님이 이 시간에 혼자?’해서 

구차스럽게 이유를 설명하기 그렇고, 그저 이럴 때 만만한 게 시장 순대국입니다.


 

광장시장 평소 가던 집으로 향하는데 할머니집 순대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순대국이라고 해봐야 순대가 몇 점 들어 있지도 않지만 

대신 머리고기가 안주 역할을 제법 하는 편이지요.

맛은 차치하고서라도 제 기억에 가장 남는 순대는 

태백시장에서 선지를 푸짐하게 넣고 소를 만들어 직접 내장에 넣어 파는 순대였습니다

태백에 들르게 되면 밥을 먹었어도 꼭 그 집을 찾아가 한 봉지 사야 직성이 풀릴 정도가 되었지요

아마 시각적인 효과도 컸으리라 봅니다.

 


음식점 간판에 쓰인 원조니 뭐니 하는 거 믿을 게 못되고 이집도 ‘50년 전통이라고 써놓았지만 

그것보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순대정식이라는 메뉴가 맘에 들었습니다.

시장 통에 있는 집치고는 비교적 내부도 깔끔하고 

특히 뼈를 고운 뽀얀 국물을 통에 따로 담아놓고 주문 받을 때마다 

뚝배기에 넣어 끓여주는 게 더욱 끌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자세요?’ 알아서 작은 테이블로 가려는데 확인사살 하듯이 물어봅니다

손님 있는 옆 테이블이나 작은 테이블에 앉으라는 은근짜 협박인 게지요

벽에는 잡지에 실렸던 기사를 신문전지만큼 크게 뽑아 붙여놓았습니다

안 읽어도 빤한 얘기들입니다. 김치, 깍두기, -, 여기는 부추를 따로 줍니다

이윽고 순대모듬 한 접시와 국물이 나오는데 우선 당면순대가 아니라 마음이 놓이고 양도 꽤 됩니다

탁월한 선택.


 

언젠가는 천안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병천 순대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백수 예행연습 한번 해본 것이지요

시골치고는 상당히 큰 병천장 구경을 하고 먹은 순대는 갖가지 재료가 들어가 소가 충실했습니다

가까운 곳으로는 국일관 옆 골목 순대전골과 모듬

이집은 전골엔 아무리 끓여도 불어터지지 않는 당면순대를

모듬엔 선지와 찹쌀이 들어간 순대를 주는데 

내가 좋아하는 오돌뼈가 들어간 귓살을 많이 줘 잘 들르는 집입니다

끓으며 진국이 되는 전골국물은 일품이지요

양평읍내 순대는 선지에 우거지만 넣어 파는데 같이 나오는 깻잎절임이 맛있습니다

순대도 강원도에서는 명태내장을 빼내고 소를 넣어 얼려두었다 먹는다는 명태순대,

내륙지방에서 마른 오징어를 불렸다가 소를 넣어 말아 쪄먹는다는 마른 오징어 순대라는 것이 있다는데 

이런 귀한 음식들은 언제나 먹어볼 수 있을까요?

 

(병천순대)

(종로 함경도 왕순대 모듬)

(같은 집 전골에 들어간 당면순대. 탱탱 불어 순대피가 내 뱃살에 걸린 허리띠 같다.)


<서울을 먹다>라는 책에 순대가 서민음식이 된 것은 양돈산업이 규모를 갖추기 시작한 1970년대 들어서의 일인데

맛있는 안심과 등심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한국 사람은 기름 많은 삼겹살과 살이 겨우 붙은 돼지갈비를 맛있는 부위라 여기고 구워 먹고

다릿살은 돼지 불고기, 발은 족발이 되었는데 

그도 못 먹는 서민들에게는 머리고기와 내장이 주어졌다.’라는 그럴 듯한 해석이 술맛을 돋웁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는지 옛날에 그 새끼들 모두 내가 데리고 있었던 놈들이라는 

돼지 멱따는 소리도 서비스 안주로 곁들이며 

그럭저럭 순대 접시는 다 비워가고 부추 듬뿍 넣은 국물에 밥을 말아 다 비우고 나니 

바깥은 어둠이 너울너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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