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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돌아보기(1/2)-석파랑,반송,운강대,백세청풍등

fotomani 2014. 7. 15. 17:32


어떤 분이 제게 서촌을 한번 소개해달고 하셨을 때 좀 망설였습니다

인사동을 비롯하여 북촌, 서촌이 이미 철저히 상업화 되었거나 서서히 상업화 되어가고 있어 

카메라 달랑 메고 나가 봐야 그저 겉으로 나타난 멋과 맛에 홀려 

슬쩍 훑어보는 그런 리뷰가 되지 않을까 해서였지요

그러다 내 책장에 꽂혀있는 책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생각났습니다

저자 이장희는 도시공학과 일러스트를 전공한 사람으로 

스케치와 함께 도심여행을 잘 묘사하여 재미있게 봤던 책으로

효자동이란 제목으로 서촌을 그렸는데 이분의 코스를 따라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출발은 상명대학 앞에서 내려 석파랑, 석파정을 거쳐 자하문 고개를 넘어 서촌으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석파랑은 1958년 서예가 소전 손재형이 집을 지으며 대원군의 별장인 석파정의 사랑채를 뒤뜰

-사실은 바위로 된 언덕배기-에 옮겨지은 것으로 측면을 붉은 벽돌로 벽 중앙에 원형과 반원형 창을 내었습니다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중국풍의 집인 것이지요. 지금은 고급 한식당으로 유명한 거 잘 아시지요?

 

(윤동주 시인 기념관)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


석파정을 찾지 못해 자하문 고개로 올라가 윤동주 기념관을 끼고 도로겸 산책로로 접어듭니다

한 바퀴 돌아내려오니 경기상고 앞이 됩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건물이 고색창연합니다

본관 건물은 상당히 큰 건물로 거의 정방형을 이루는데 건물도 건물이지만 

앞에 심어진 반송(盤松-키가 작고 옆으로 퍼진 소나무)들은 마치 자유를 희구하는 무리의 붉은 손처럼 

하늘을 향해 제각기 가지를 쳐들고 있는 장관이란... 

건축가가 나중에 이런 그림이 그려질 걸 예상했다면 전 아니고 성니임-’할 겁니다

이번 서촌 둘러보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경복고등학교. 청와대 경비로 골목마다 지키고 있는 사복경찰들

물론 고압적이지 않고 친절히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긴 했지만 

그거에 신경 쓰느라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 헤매다 들어갔습니다

이 학교도 오랜 연륜을 말해주듯 정문 곁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담쟁이로 덮인 본관 건물과 벽돌이 깔린 작은 운동장 주위로 관람석에 

커다란 나무토막을 벤치대용으로 배치해놓은 게 인상적입니다

이곳은 효자동의 기원이 된 운강대가 각자된 바위를 찾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운강 조원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효성이 극진하였다합니다

임진왜란 중 희정, 희철 두 형제가 모친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게 되어

이를 기리기 위해 두 개의 붉은 정려문(旌閭-효자문)을 세워서 처음에는 쌍홍문으로 불리던 것이

 효곡(孝谷), 쌍효자거리로 발전하며 오늘날 효자동의 시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19791026일 비극이 발생한 궁정동 안가는 무궁화동산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현대사에 큰 획을 가르는 사건이었다 할 수 있지요

안가는 궁정동, 삼청동, 청운동에 걸쳐 12개동에 달했다고 하네요

궁정동 안가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모두 철거하고 무궁화동산으로 꾸몄다고 하는데 

어두운 역사도 역사니만큼 산 교육장이 될 수도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이곳은 청음 김상헌 선생의 생가 터였다고 합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라고 쓴 시비가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앞 광장에는 청와대 사랑채라는 커다란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전시내용은 별 거 없고 주로 홍보용 전시물과 영상이 대부분입니다

정원을 야생화로 가꾸어놓았는데 관리가 그리 잘되고 있는 것 같진 않고 

경비를 위한 정사복 경찰은 곳곳에 잘 배치돼있습니다.

 


백세청풍. 정말 찾기 힘들었습니다. 개인주택 석축에 파묻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축대를 쌓은 까닭은 성토를 해서 주택이 들어설 자리를 편평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했을 것으로 믿어집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깔고 앉았어야 했을까요

근처에 요즘 지은 집 담장은 나뭇가지가 지나가는 곳은 담장도 치질 않았던데? 나 자신이 초라해집니다

청풍은 청풍계()로 위성지도를 보면 이 위쪽 녹지는 암봉 들이 솟아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정선의 청풍계도에 나타난 것처럼 주택이 들어서기 전엔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을 겁니다.


 

서울농학교와 선희궁터. 영조의 후궁이며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를 기리기 위한 사당입니다

지금은 사당 본채만 남겨졌습니다

한편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를 모신 사당을 육상궁이라 하고 

근대에 들어 조선 역대 왕들의 친모이지만 후궁 신분이었던 6인의 사묘를 합쳐 이를 칠궁에 모셨는데,

칠궁은 청와대 곁에 있어 제한적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농학교 담장에는 학생들의 그림과 점자가 타일벽화로 담장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용기가 길을 만들어 갈 때 의지는 현실이 된다. 고등 3학년 이연경


 

건너편에는 우당 이회영선생의 기념관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의 형입니다

독립군 양성기관인 신흥강습소를 설립하고 군자금을 댄 사실이외에도 

독립운동을 위한 활동은 그 수를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전시품 중에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이회영의 손자)이 어머님 95회 생신에 

지난 한 세기를 고난의 민족사와 함께 살아오신 나의 어머님 

조수진여사의 삶의 모습을 여기에 모아드립니다.’라는 글이 써진 사진 병풍이 눈을 끕니다.


 

자수궁터. 달랑 표지판만 하나 붙어있는 허무함. 이런 황당함은 정철선생 나신 곳

세종대왕 나신 곳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인왕산 옥인동 일대에 왕기가 서려있다는 설에 따라 

광해군이 자신의 장래에 위협을 느껴 왕기를 누르기 위해 지은 궁궐이 자수궁이라 합니다

(계속-2부엔 먹을거리도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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