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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돋구는게 어찌 음식뿐이리오?

fotomani 2014. 12. 23. 08:38

12월 2일 지난 수요일은 고등 월례모임이었습니다.  특별히 가보자는 모임장소가 없어

이름없는 집도 한번 들러 '진흙 속에서 진주 찾는 행운'도 잡아볼 겸,

젊은이들이 뜸한 국일관 골목길의 'ㅈ' 갈비로 장소를 정했습니다.



메뉴엔 소 한마리 스페셜, 특수부위 꽃등심 등 호기심을 끌만한 메뉴가 있었으나 가격을 

흰종이로 가려놓았습니다. 문밖에 한우 1등급 30% 세일이란 현수막이 걸려있더니

육우는 거두고 한우에 치중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30% 세일이더라도 한우값이 엄청나

생오겹살을 시켰습니다.

담겨온 생오겹살은 껍데기도 붙어있고 질도 괜찮았는데 영 입맛이 당기질 않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밑반찬도 이 정도면 괜찮은데 말이지요.

"우리 파절이 좀 갖다 주실래요?",  

사장인 듯한 나이든 노인네가 오시더니 이집에선 파절이를 내오지 않는답니다.

그 소릴 들은 여주인이 파를 어긋 썰기해 접시에 담아다 줍니다.

파 썰어놓은 것을 보니 파절이 없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네요. 

"여기 불이 시원치 않네요.", 사장 노인네가 다시 와서 손을 보고 아뭇소리 없이 가지만

불은 다시 사그러 듭니다.  사랑도 해주지 않는데 불이 타오를 리 없지요.

붙박이 버너라 테이블을 옮길 수도 없고 사위어 갈라치면 

노인네 부르느니 차라리 우리가 불을 키워가며 굽습니다.


"여기 된장 하나 더 주세요." , 

사장 노인네가 다시 와서 한쪽 테이블에 몰려있는 된장을 한참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주방쪽으로 갑니다. 

충분히 갖다 줬는데 된장찌개를 사이좋게 나눠먹지 왜 다른 사람도 

먹지 못하게 밥을 말아서 된장을 차지하고 있느냐 뭐 그런 뜻이겠습니다.

그걸 본 여주인이 된장 뚝배기를 다시 하나 들고 나옵니다. 

어차피 줄 거 왜 그러지요? 이거 몰래카메란가요?

황당 '시추에이션'을 만들어 어떤 표정을 짓나 웃겨 보려고 하는 건가요?

사장이랑 밀고 당기며 먹으려니 입맛도 슬금슬금 눈치보며 가출해버린 지 오랩니다.



요즘은  삼겹살이나 목살 600 g에 2인분 값으로 파는 곳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ㄱ'농장이라는 이 집은 나중에 밥까지 볶아주지만 이상하게 여기서도 입맛이 나질 않습니다.

불친절한 건 아닌데 먹는 내내 밑지고 판다는 듯한 얼굴표정이 사람을 영 불편하게 만듭니다.



 지난 번 갔던 미아4거리 숭인시장 일미집에서 술 한잔하자며 후배로부터 문자가 옵니다. 

그 일미집 초입에 <푸른축산물백화점>이라는 집이 있고 여기서도 6백 그람을 2인분 값으로 

팔고 있습니다. 비닐막 건너로 보니 밑반찬과 고기질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전에 6백 그람집에서 재미를 못봐 오기가 생깁니다.

'그 집 입구에 그 머냐? 푸른 거시기로 와'  문자를 날립니다.



국내산 한우라는 건 한우일까요? 비육우일까요? 국내산 한돈이라는 건 또 뭔가요?

국산 돼지고기를 이름인가요? 완존 시비쫍니다.



삼겹살과 목살을 반반씩 시켰습니다. 파절이 푸짐해서 좋습니다.



냉장육이란 걸 과시하듯 목살은 구겨져 나옵니다. 



주방아줌마-사장이겠지만-가 수시로 돌아다니며 파절이, 마늘, 채소 등을 리필해줍니다.



상추쌈이 푸짐한듯 느껴지는 게 먹을 것 때문 만은 아니겠지요?



마늘도 푸짐하게 갖다주고 찌개국물도 잔소리 없이 보충해줍니다.



그러니 밥이 잠수할 정도로 국물이 푸짐하고 밥이 불어도 국물이 넉넉해 보기에도 좋습니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가는 곳마다 맛집이냐고요.

그렇게 물으니 제가 맛집이라 우기진 않았어도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건 있겠네요. 맛집이라기보다 술 먹으러 갔었다고요.

그점에 있어선 바다작가 한창훈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밥상 위 해산물은 다양해야 하지만, 술상 위에서 해산물은 '갯것' 한 가지라도 된다고요.

술맛을 돋구는 게 어찌 안주 뿐이겠습니까?  인간사 모든 게 안주거리인데... 

슬퍼도 눈물이고 기뻐도 눈물처럼, 입에 써도 술맛이고 달아도 술맛이니,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김치쪼가리라도 한가지 더 싱싱한 놈으로 갖다주고

손님 불편하지 않게 멍석이라도 잘 깔아주면 그게 바로 음식맛 술맛 아니겠습니까요?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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