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너 오랫만이다. 육미!

fotomani 2014. 12. 11. 11:55


요즘은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가 대세지만

종각 종로타워 뒤에 <육미>란 선술집이 있었습니다. 위치가 인사동 부근이었던 만큼

예술인을 비롯하여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술집이었는데

2013년 2월 어떤 정신나간 사람의 방화로 소실되고 말았지요.


불은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천막에 방화했던 사람과 동일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유는 지저분해서 방화를 했다는데,

시청에서는 '디좌인'을 내세워 정리하고 맛이 가신 분께서는 불로써 단죄하시고...


이유야 어쨌든지 간에 그 앞을 지날 때면 쉽게 복구가 되질 않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던 것을

김진태 사장의 회고 기사를 보면 이해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집에 술 마시러 왔다가 옆 테이블 사람과 합석해 사고 치고 애기 낳은 사람도 종종 있었어.

 요즘 말로 '부킹'이지. 그렇게 해서 낳은 애를 데리고 부부가 놀러 오기도 하고. 

2, 3일에 한 번씩 오던 단골들이 가장 아쉬워하지…."  진짜???


그런데 올해 4월부터 을지로 입구 국제빌딩 지하에서 지점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네요.

이런, 이 사람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인사동 화재, 아!!! 육미. 서민의 애환이 서린 곳 어쩌구...'


입구에 놓여있는 그날 들어온 해산물 스티로폴 박스를 보니 육미가 틀림없습니다.

일하던 아줌마 한분이 내 얼굴을 알아봐서 반가움 반, 같이 간 손님께 약간 '쪽팔림 현상'이 

있었습니다.  전문용어는 아니지만 누수현상이나 대포폰을 물번짐 현상이나 차명폰이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뭐 유행이지요.


상차림이 예전과 같은지 아닌지는 약간 가물가물합니다.


서비스 어묵은 예전과 같고요.


오징어 통찜이 없어 오징어 데침을 시킵니다.


할 수 없이 전에 먹던 내장이 들어간 오징어 통찜은 머리 속에 그리며 먹어야겠지요.


순식간에 없어지니 양미리 조림을 시킵니다. 같이 간 분은 괜찮다지만

난 간장조림이 좋은데...


참새가 안들어왔다니 메추리 구이라도


거기에 패주구이도 2개 시킵니다. 조금씩 시켜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느덧 홀에는 손님으로 들어차고 

건너편 벽에 1만 5천원 화랑을 5천원 특가로 판매한다고 써붙여놓았습니다.

유혹을 하니 넘어가줘야지요.


고거 묵직한 맛에 수울술. 그러나 역시 저에겐 맛보다 알콜 도수입니다.

몸안에 알콜 농도가 맞을만큼 딱 그만큼 들어가는군요. 불어서 면허정지 될만큼.

내년 1월에 종각 그 자리에 본점으로 다시 영업을 할 거랍니다. 반갑습니다.



육미의 화재와 더불어 피마골이 없어진 것은 내가 중언부언하는 것보다

문학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의 말을 빌리면

 "세계 유명 문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데려가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자랑했던 곳인데 

이제 서울에선 자랑할 곳이 없게 됐다

그것도 무식할 때가 아니라 문화의 가치를 알게 된 최근에 부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젊은 시절, 밤에 잠자는 시간과 낮에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의 진정한 삶은 

이 피맛골 근처 어딘가에 있었다. 종로와 나란히 달리다 청진동 해장국 거리와 마주치는 뒷골목

두 팔을 벌리면 양쪽 건물의 벽에 가 닿을 듯한 그 조붓한 피맛골에는 

항상 생선 굽는 냄새가 났고 저녁 거리의 어스름 속에 나직한 목소리의 유혹이 떠돌았다

피맛골이나 청일집은 산업자본주의에 깔려 풍요 속의 빈곤으로 질식하기 전 

마지막 남은 우리 문화의 요람이었다."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