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지방이 녹아나오는 듯한 참치살

fotomani 2014. 12. 4. 09:22

동문 모임이긴 합니다만 그 속에 작은 위원회가 있어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을 주선한 총무님은 도봉구에서 개업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 우리들을 위하여

방학동으로 와서 곰치국을 들고 싶답니다. 제발 좀 참아주세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주구장창 곰치국이라니요?  민물장어라면 몰라도...

총무님의 위원 사랑이 눈물겹습니다.



전에  '우리 동네에 크기는 작지만 실속있는 참치집이 하나 있으니 (나만) 조용히 오라'던 

당부도 있었는데, 노원으로 갈 기회가 그리 많지 않으니 떡본 김에 그냥 까기로 했습니다.

그집은 중계동 은행사거리 국민은행 곁에 있는 <스시락>이란 곳인데

막상 가보니 스시집이라기 보다 오히려 이자카야라 해야 어울리는 집이었습니다.

좁은 실내를 피해 뒷문 길가에 마련된 포장데크에 자리 잡았습니다.



총무님이 꽃미남이라 사장님이 잘해주는 건지, 단골이라 잘해주는 건지,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마리당 1천원씩하는 간장새우를 

먼저 서비스인지 뭔지 애매하게 갖다 줍니다.

요즘 이자카야를 소개하는 분들이 이거에 도 넘치게 열광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알기론 남도쪽에선 간장 돌게장 먹을 때 무한 리필로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살에 배는 간장 양념의 맛은 새우보다 역시 꽃게가 한수 위지요.



이윽고 참치대뱃살이라 이름붙은 참치회가 나옵니다. '오-- 이거 괜찮은데요?'

양을 충족시키기 위한 싼 부위가 없는 게 아쉽지만 그게 껴서 레벨 다운되느니

차라리 양이 다소 아쉽더라도 품위를 지키겠다는 뜻인 모양입니다.



그런 뜻인지 금테는 아니더라도 금가루까지...

참치전문점을 가서 웬만큼 먹으려면 싸더라도 1인분 4만원이상은 줘야 할 겁니다.

그걸 주고도 무한리필이라 해서 언제 맛있는 부위를 주나 주방장 눈치를 보고 있느니

부위가 다양하지 않더라도 내가 낸 것만큼 

두사람이 약간 모자란듯 편안하게 안주 삼아 먹기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 본토와 북해도 사이 쓰가루해협에 겨울에 참치낚시하는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거친 겨울 바다 위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한 마리를 잡기도 하고 아예 공치기도 하지만

노름꾼처럼 오로지 참치와 싸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잡는 과정을 생각한다면, 작은 이자카야에서 사무라이 같은 중년남자가 

저런 참치 두어조각 작은 접시에 받아 들고'하이, 하이,'하며 

소중하고도 간지럽게 먹는다 해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런 걸 보면 우리는 먹어도 너무 대륙적(?)으로 푸짐하게 먹는 것 같습니다. 

도쿠리와 됫병의 차이인가요? 원양과 낚시의 차이인가요? 무신경한 까닭인가요?


살을 에는듯한 거친 겨울 바닷바람에 얼음 물보라를 튀기며 잡힌 참치를 그리며

실온에도 살 사이로 녹아 나올 듯한 저 지방 보십시오--- 



오랫만에 참치 맛에 빠져보자 하나 더 시키니  양파같은 결을 가진 뱃살과 

주인장이 아껴두었던 다른 참치살도 동원령이 내린 듯, 때깔이 더 좋아집니다.


한창훈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중 '파스텔풍의 구름 사이에서 번쩍 번개가 치는 듯'하고, 

사람으로 치면  '다리 까딱거리며 담배 피우고 있다가 이리 쫌 와봇씨오. 하고  느닷없이 

키스를 해오는'  전라도 여자로 표현한 조빠리 사케의 맛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폭설 속에서―참치 이야기」-제목 참 그럴 듯합니다-에서, 

조빠리 (大吟釀 じょっぱり = ‘고집 센, 독한 여자)

어때요? 참치의 기름진 맛이 더 '레알'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더라도 '배는 채워야지요'. 알탕입니다.

푸짐하게 먹는다 반성하자 해놓고 곧바로 배채우는 타령을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게 우리 식성인 모양이지요?



안주가 아닌 허기진 뱃속 충전용으로 파는 예쁜 나가사키 짬뽕.  맘에 듭니다.



그래도 회본 김에 떡을 치겠다는 위원님이 계셔서 모듬회로 한 접시 더,

참치는 기름져서 저거 이상 먹으면 못씁니다.  정말로 돈이 아까워서가 아닙니다.



서비스로 나온 연어와 전복졸임.  그래 바로 이거야!

지난 번 반찬 종류도 안주랍시고 값을 친다 투덜댔는데 그 소릴 들었는가요?



"다음 모임 여기서 한번하자."

"거리가 멀어서 안 올텐데요."

"그럼 더 좋지---ㅋ"

검은 속하곤...


여러가지 많이 먹었습니다.

밑반찬이 깔리는 참치전문점과 비교하면 나가는 음식값은 결국 비슷할 지 모르겠지만,

내가 먹고싶은 것으로 먹는 즐거움을 무시할 수 없지요.

그렇게 기분좋게 먹고 마셔 집으로 가려하니, 총무님이 붙잡습니다.

노원구까지 왔는데 '요기 옆에 빙수가 맛있다'고 그냥 가면 안된답니다.



큰일 났습니다. 빨리 드가야는데... 거 호프집  겉보기에도 깔끔합니다.

중계동이 강북의 강남이라더니 하나도 그른 말이 아니었습니다.

카페 분위기의 호프집? '고르메베젤'?...  31 아저씨가 따로 없습니다.

고메베이글!!




왼쪽 앞이 중계동 주민인 총무님입니다. 꽃미남 맞지요?  몇살로 보입니까?
하여간 중계동 주민이 주문합니다.  
함박눈 빙수, 팥죽, 크림치즈 베이글, 오미자 레몬차... 호프는 어디에?


나오는 동안 보니 둘러보니 커피 종류도 엄청 많습니다.  

저야 장미다방 노른자 들어간 모닝커피를 젤로치는데...



요즘 치즈에 삘이 꽂혔는데 크림치즈... 좋습니다.



제가 가끔 빙수를 안주 해서 호프를 먹습니다. 

빙수 먹자길래 꽃미남도 그렇게 쌈박하게 먹는 줄 알고 끌려온 것이지요.



호프는 포기하고 빙수와 팥죽을 먹어야지요. 고 팥죽, 달지도 않고 참말로 깔끔합니다.



꽃미남 단골집으로 오니 서비스로 국화차까지 나옵니다.

"아줌마 그렇게 빨리 내려 놓으면 사진을 못찍잖아. 자, 내가 손 잡아줄께."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