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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의 도서목록

fotomani 2014. 12. 30. 14:15

누군가 그랬다. 창조에 수반되는 게 기쁨이고, 쾌락은 소비할 때 생기며

이 둘이 섞인 게 관능이라고. 바로 그런 의미에서 테킬라는 관능적이다.”



시간이 좀 남아 서점에 들러 <술꾼의 품격>이라는 책을 펼치니 들어온 말이었습니다

좀 더 시적으로 표현했으면 아예 그만 가버릴 구절이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게 드라이하더라도 그 책을 살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책을 싸고 있는 띠에는 마치 자기개발서처럼

이 책을 읽는 자, 술자리 화제를 주도 한다!’라고 낚시성 카피가 써있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먹는 술이야 기본이 쏘주에 맥주니 와인 같이 미묘한 세계까진 모르더라도 

필름이 끊겨 그 귀한 25년산 30년산을 물 들이키듯이 들이켜서야 되겠는가 하는 

뒤늦은 각성 때문에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뒤늦은이란 단어가 새삼스럽게 피부에 와 닿는 것은 

몇 십 년(?) 묵어 코르크가 부서져 버리는 장롱 속 위스키나 브랜디도 이젠 바닥이 다 나버려 

그야말로 간간히 들어오는 술로 나의 전성기가 끝났음을 실감하기 때문이지요.



이 책에는 기타재제주 항목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캡틴큐, 해태 런던 드라이진, 해태 나폴레옹, 마패 브랜디... 

그 이름도 정겨운, 어려운 시절의 흔적들이 이 단원에 들어갔습니다.

 ‘쏘주야 절대가격이 낮으니 뭐 품격이니 증류주니 따질 것도 못되는 희석식 소주

말하자면 에탄올 -너무 거시기 하니까 주정이라고 합시다

그걸 묽게 하고 식품첨가물을 섞어 시장에 내놓은 것이지요

지금까지 먹은 소주의 양이 탱크로리 하나는 안 돼도 

그만큼에 육박하지 않을까 허세를 부린다 해도 술의 격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소주만큼 많은 이야기, 애환이 녹아있는 술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소주에 있어서는 술을 음미한다기 보다 

술에 녹아있는 이야기들을 털어 넣었다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군요.



서점 요리코너에 가보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책들이 출간돼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끈 것이 <구르메수첩>이라는 문고본이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모두 사고 싶었지만 사진이 위주가 된 문고판이라서 그런지 

책 가격이 단행본 못지 않습니다

소스와 김치에 대한 책이 매력적입니다.



김치수첩을 꺼내들었습니다. 김치에 대해 개론과 각론을 

한권의 조그만 문고판 안에 아주 잘 정리해놓았습니다

제 관심사가 해산물이 들어가 안주거리로도 한 몫 할 수 있는 김치였는데

이 책에는 해물보김치, 전복섞박지, 웬만큼 고수가 아니면 맛을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은 

생조기포기김치, 전어통무김치까지 만드는 법이 나와 있고

주재료에 따른 분류, 담그는 방법에 따른 분류, 계절에 따른 분류... 

이건 가이드북이 아니라 가히 학술논문이라 할 수 있겠는데 

재료에 따른 분류에는 닭, 돼지고기, , 쇠고기까지 있어 

내가 평소에 상상만 하고 있던 김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를 기쁘게 만듭니다.

 

해물보김치

전복섞박지


생조기포기김치

전어통무김치


김치에 대한 해박하고 정성스런 식견을 읽으며 새삼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김정숙이라는 분인데 이력이 독특합니다

가정교육과를 나와 이학박사까진 그렇다 치고 1990한국시신인상으로 등단

김치발효학과 교수 역임, 광주김치타운 김치아카데미 원장. 약간 외도를 하긴 했지만 

한 분야에 고수가 되려면 역시 한눈 팔지말고 한 우물만 파야한다는 걸 일깨워주시는 분입니다.


고추소박이


김장철이 되면 이래저래 겉절이와 김치속을 얻어먹게 되는데 보통 다 먹지 못하고

시어버리게 될 때가 많은데 나에게 이때가 해산물김치의 유혹이 가장 클 때입니다.

남은 김치속에 싱싱한 해산물 그냥 썰어넣고 반나절만 지나도 

푸짐하고도 맛있게 안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지요. 

하여간 이 책 때문에 내가 만들어 보고 싶던 상상의 김치가 실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될 발효식품, 김치안주라는 신세계에 한발 다가가게 되어 즐겁습니다.  


전복물김치


2013 JCI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  출품작. 이 정도면 술안주로 든든할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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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딤채

어딤채는 고기어(魚) 자와 김치의 순수한 우리말인 ‘딤채’의 합성어로 1809년에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저술한 규합총서(閨閤叢書)에 기술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식품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 제조방법이 특정 가문의 내부에서만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어 널리 대중화되지 못했던 것을 국립수산과학원이 2009년부터 집중 육성,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일반 김치에 젓갈이 3% 정도 함유된 반면, 어딤채에는 전복, 낙지, 홍어 등의 고급 수산물이 20~30%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http://m.blog.daum.net/callalily7/17297787

국립수산과학원 개발 어딤채 레시피 파일

02.25_어딤채최종_표지4.pdf

레시피 파일이 용량초과로 올라가질 않네요.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집에서 내려받을 수밖에 없겠네요. 죄송합니다.


 어딤채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OQaWn7nQYJY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

02.25_어딤채최종_표지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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