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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눅게 행복해지는 김치찌개

fotomani 2015. 1. 15. 09:46


요즘 눈 때문에 남대문 근처에 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오늘도  또 안과에 가야하네요.) 

제가 다니는 안과가 서울역 앞 세브란스 빌딩에 있기도 하고 

오래 전부터 다니던 안경점이 남대문 시장에 있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이번엔 망막수술 받은 안구에 가스가 거의 다 흡수돼 임시로 안경렌즈 돗수를

영(0) 디옵터로 만들기 위해 안경점을 찾으니 40분 뒤에 오랍니다.

남대문 시장 부근에서 40분동안 할 일이 무에 있을까요?   밥먹는 일밖에.



제가 그렇게 그 근방에 볼 일이 생기면 잘 들리는 곳이 바로 북창동 송옥입니다.

겨울에도 메밀을 찾을 정도니 마치 김유신의 말처럼 관성으로 그곳에 가는 것이지요.



요즘엔 메밀장국 원재료를 직수입해 들여오니, 일본말로 상호를 써붙인 분식집이 

유수한 전통집 맛을 넘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옛정을 뿌리치지 못하고.....



대신 주전자에 담긴 메밀장국과  강판에 갈은 무, 파를 푸짐하게 갖다주니 그건 흐뭇합니다.



너무 지역구 관리를 안하는 것 같아  시장 안에서 그럴듯한 밥집을 한번 찾아봅니다.

안경점 곁의 갈치조림 골목입니다.  갈치조림은 2인분 이상만 가능해서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



청운식당이라는 곳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니 의외로 메뉴가 다양하고

부근에 사무실 건물이 많아 손님이  많습니다.



이럴 때 제일 만만한 것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인데 

헛헛한 뱃속을 달래줄 기름기 도는 국물이 필요하다면 껍데기가 붙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왔다지요.

허허---  그거 때깔 괜찮습니다. 시뻘겋게, 그렇다고 캡사이신이 따로 들어가진 않은듯한...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그 다음에 다시 가서 시킨 김치찌개.  

반찬은 거의 대동소이 하고 시뻘건 국물은 여전히 내 식욕을 자극합니다. 

계란탕과 양푼에 덜어 나오는 밥 한 그륵.



휘저어보니 껍데기 붙은 돼지고기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를 반겨 줍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훌훌 들이마시며 어제 먹은 술로 고여있던 술독을 다 빼버리고...


내가 군대생활 했던 70년대 후반은 

군 주둔지역에 삼겹살 구이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할 때였는데 

붉은 고기층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던, 껍데기와 후덕진 비계가 사이좋게 붙은 

그야말로 완벽한 지방 덩어리가 바로 삼겹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손놀림이 늦으면 철판에 고인 기름물만 휘젖다 입맛만 쩝쩝다시고

애꿎은 쏘주 잔만 비우고 말게 됩니다.


이럴 때 김장김치와 이런 삼겹살 찌개는 군인들의 얇팍한 주머니 사정과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곤 했습니다.

커다란 양푼이나 냄비에 김장배추김치를 통으로 반절 잘라 깔아넣고

그 위에 두툼한 예의 삼겹살을 깍둑썰기로 푸짐하게 담아 별다른 양념도 없이

팔팔 끓이면 김치에는 돼지기름이 배이고 새빨갛게 끓는 국물 속에서

김이 오르는 통배추닢과 돼지고기를 건져 하얀 밥 위에 올려놓고 짝짝 찢어 먹는 맛은 

춥고 출출한 겨울 저녁에 공평하게 서로의 술배를 채워주는

훌륭한 안주거리와 반찬이 되곤 했지요.



양푼에 넣고 비벼 허전해진 뱃속까지 다 채워버립니다.

조금 지나면 어쩔런가 몰라도 최소한 이 시간만큼은 아무 것도 부러울 게 없습니다.

사실 술 한잔 밥 한술에 행복해진다는 게 별 거 아닙니다. 

마음먹기 딸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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