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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육개장은 ㅇㅇ꺼보다 맛있네.

fotomani 2015. 2. 4. 12:02



지난해가 저물어갈 즈음 받은 안과 수술과 치료로 나에게 변한 것이 있다면

그 사이 늘어버린 체중 5 kg과 금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번 올라간 체중은 내 뱃살에 찰싹 붙어 제 고향인 양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징한 놈입니다. 그러나 그게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지요.

담배를 끊으니 입이 심심하고 몸에 안 좋은 사탕을 물고 있느니 차라리 뭘 좀 만들어 먹자

몸조리 하느라 어차피 출근도 안하는데. 시간도 죽일 겸.

그래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걸 찾아보니 식칼을 잘 쓰는 무림의 고수들이 무지 많습니다.

새우 마요네즈,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의외로 간단해서 몇 번 만들어 먹고

사태수육으로 냉채 비슷하게 만든 것이 있어 이것도 따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수육은 쇠고기보단 새우젓에 겨자를 넣고 찍어먹는 돼지고기가 더 맛있습니다

그냥 한번 해보는데 의의가 있지요.

역시 만들어 놓고 나니 겨자소스를 만들 걸 

갑자기 달래에 삘이 꽂혀 달래가 들어간 양념장을 만든 게 실책이었습니다

마늘이라도 다져 넣을 걸.

역시 민밋한 맛, 사태수육은 비주얼처럼 맛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육개장 고기로 쓰기로 했습니다.



냉장고 속에 고사리, 토란줄기, 숙주 이런 건 없지만 

샐러드 만들고 남은 치커리니 뭐니 푸성귀와 대파 몇 개는 있으니깐



제가 중3 정도 때가 66년인가 67년인가였는데

그때 갈비탕이나 냉면, 불고기, 만둣국, 짜장면 외에 육개장이란 것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달걀 풀은 새빨갛고 칼칼한 국물에 고추기름 먹은 대파가 인상적이었는데 

고춧가루를 그렇게 풀어 넣고도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물론 다음 날 고생 좀 했지요.



육개장은 근본이 개장국인 게 틀림없습니다

 1968년 신문에 보면 '우리나라에선 복날이 되면 복놀이(복달임)라 해서 흔히 개장을 먹는다

서울 점잖은 양반들은 개고기를 어떻게 먹느냐고 해서

육개장이라고 하는 쇠고기를 넣어 맵게 끓인 국을 먹는데 그 점잖은 쇠고기국에 왜 개자를 붙여

육개장이라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라고 투정을 부리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아마 이 양반 서양물 좀 먹었을 겁니다.



그러나 육개장의 원류는 개장국이다 아니다 떠들 필요 없이 찢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쩜 고기 찢기는 결이 형제처럼 그렇게 닮을 수 있는지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만 아는 건 아닙니다.



우스개로 문상 가는 일과 결혼식장 가는 일이 즐거워지는 나이가 된다고 했습니다

물론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친구들과 만나서 한잔하며 이야기 나누는 일이 

요식행위가 아니라 진정으로 달갑다는 뜻일 겁니다

그러나 장례가 생전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품앗이로 이루어지는 

집안과 공동체의 행사라기보다 대행업체에 의해 치러지는 전문행사가 되면서

문상 가는 일이 육개장 먹으러 가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죽은 사람을 기리는 것보다 산 사람의 편의를 위해 장례절차가 변화 된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육개장은 인생의 쓴 맛이 녹아있는 철학적인 음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육개장은 XX병원 (영안실)꺼보다 맛있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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